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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름, 김종인 유종일

道雨 2012. 2. 24. 20:26

 

 

 

  재벌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름, 김종인 유종일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재벌 개혁을 이끄는 경쟁과 공생의 쌍두마차…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유종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 인터뷰

 

 

 

재벌들이 지난 4년 동안 가장 사랑했던 이름은 아마도 ‘MB’일 것이다. 이 정권의 비호 아래서 재벌은 그만큼 게걸스럽게 폭식을 했다.

그렇다면 배가 산처럼 부른 재벌이 가장 듣기 싫은 이름은 무엇일까.

대기업들에 앙케트라도 돌린다면 아마도 저 두 이름이 나란히 1~2위쯤에 걸려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대기업의 ‘싹쓸이’식 확장에 단단히 화가 난 여론을 배경 삼아 재벌 개혁을 관한 무성한 토론을 이끌고 있다.

 

»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왼쪽), 유종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오른쪽)

공히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두 인물 모두 경제민주화를 한결같이 주장해온 경제학자다.

사실 재벌 문제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은 거의 동일하다. 특히 당대 문제의 진단에는 두 사람의 답을 맞바꿔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한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재벌에 대해 분명하고 강력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태도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경제 119>라는 책을 썼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들을 알리고 이를 지지하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책에 대해 소개하는 다른 글에서 “책의 제목은 물론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조항을 담은) 헌법 제119조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헌법 119조를 입안한 사람이 다름 아닌 김종인 위원이었다.

1987년 당시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있던 그는 개헌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관철한 당사자였다.

그는 지난해 말 한 대담에서 “(당시) 경제조항위원장이 되니까 전경련이 갑자기 엄청난 로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세상에 정부가 개헌을 하는데 전경련이 그렇게 로비를 하려고 드는 것은 상상을 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대기업들의 압박을 밀어내고 전두환 대통령을 설득해 헌법 119조 조항을 삽입했다.

 

그런 김 위원에 대해 유 교수는 평상시에도 “존경한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으로 보면 1940년생인 김 위원이 1958년생인 유 교수보다 한참 위다.

김 위원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민주통합당이 집권하게 되고,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한 사람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다른 한 사람은 민주통합당에서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른바 진영을 달리한 두 사람은 마치 거울 속의 이미지를 마주 보듯 재벌정책에 관한 의제를 주거니 받거니 내놓으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듯하다.

 

역설적이지만, 두 사람은 서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에서 재벌 개혁을 이끄는 김 위원이 있기에 민주통합당은 그 이상의 재벌 개혁 의제를 내놓기 위해서라도 유 교수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반대도 성립한다.

민주통합당에서 유 교수가 재벌 개혁을 이끄는 동안, 시대정신에 눈감을 수 없는 새누리당도 김 위원의 경제민주화 요구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다.

 

학자 출신인 두 사람 모두 각자 정당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은 없는 처지다. 따라서 서로의 존재가 자신의 입지를 넓혀주는 묘한 공생관계가 만들어진다. 결국 두 사람은 재벌 및 친재벌적 언론과 정당, 지식인 집단을 아우르는 거대한 연합군과 함께 맞서 싸우는 동지이기도 하다.

 

큰 폭의 지향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차이도 보인다.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위원은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모범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유종일 교수는 올해 초 출판한 <진보 경제학>에서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 한국의 모델로 ‘민주적 시장경제’를 제시했다.

 

김 위원이 민정당이나 민자당, 새천년민주당 등 여러 정당의 이름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등 ‘폭넓은’ 정치 행보를 밟아온 반면, 유 교수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에서만 주로 활동을 벌인 것도 두 사람의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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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규제할 기업조직법 만들자”
 “재벌 개혁은 최고 지도자 의지에 달렸다”고 말하는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박근혜 위원장의 경제 민주화 인식 바뀌지 않으면 집권 못한다” 주장

 

 

'재벌 규제의 달인'.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에게는 이 별명이 가장 어울릴지 모르겠다. 1981년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거의 모든 정권이 그를 대기업 정책의 전면에 세웠다. 재벌들에는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이란 말이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그는 경제부총리 후보로 항상 물망에 올랐다. 그가 최근 재벌개혁론을 타고 다시 돌아왔다.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한겨레21> 경제팀 기자 3명이 모두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곽정수 선배가 만든 약속에 이정훈 팀장까지 따라나섰다. 지난 2월7일 서울 부암동의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마주했다. 약속 시각이 오후 2시였는데, 나올 때 시계를 보니 시침이 5시에 다가서고 있었다. 거의 3시간에 걸친 질문 공세에 노학자의 답도 거침없었다.

 

모든 정당이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다.
다행이다. 이 문제를 잘 풀면,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와 (평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딜레마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문제를 앞서 해결한 나라는 독일이다. 오늘날 미국도 일본도 독일을 배우자고 한다. 독일은 큰 정부를 얘기하지 않는다. 강한 정부를 말한다. 사회가 안정되면서 경제 효율도 가진 유일한 나라다.

 

재벌 문제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까.
‘거대 경제세력’(그는 종종 재벌을 굳이 이렇게 표현했다)의 존재가 분명한 현실이다.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재벌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 거대해 보이지만 재벌들의 존재도 위협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따라서 양보와 절제의 미덕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본질적으로 절제를 잘 못한다. 그러니 누군가가 절제를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결국 재벌 개혁이 필요한 것 아닌가.
재벌이 탐욕을 절제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걸 긁어먹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살이 피둥피둥 찐 암탉이 앞마당에서 먹이를 다 쪼아먹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암탉의 목을 비틀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나눠먹을 것도 없다. 벤츠가 돈 잘 번다고 유통회사를 만들지는 않지 않나. 암탉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울을 쳐야 한다.

 

‘울’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달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실행의 시점에서 집행할 일이다. 대선 이후에나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제발전과 사회안정 사이의 역동적 균형을 찾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본다. 1987년 개헌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은 대통령의 권한이 세지만, 나중에 대통령의 권한을 능가할 세력이 재계”라고. 재벌 문제를 둘러싸고 미래에 사회갈등이 폭발하려 할 때, 헌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헌법 119조가 마련됐다. 지금 봐라, 재벌이 언론과 지적 엘리트, 법률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보수적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문제가 생기면 어떤 판결을 내리겠나.

 

일부 보수 진영에서 새누리당이 ‘좌클릭’했다는 말이 있다.
미친 사람들이지. 헌법 정신을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좌클릭인가. 거기에 순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까. 미국의 ‘어큐파이’(Occupy·점령)를 봐라. 수만 명이 데모하지 않나. 우리나라에서도 2만~3만 명이 재벌 사옥 앞에서 어큐파이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공권력이 가서 때려잡을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재벌이 쓸데없는 저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저렇게 가면 절대로 안 되는데 그렇게 한다. 여기서 차를 돌려 다른 데로 가야 한다. 굳이 (절벽에서) 떨어져봐야 아는 것인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재벌 개혁 정책은.
특이하게도, 이들이 좌파 정권이라고 불렸다. 어떻게 좌파 정권 아래서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나. 어떻게 재벌세력이 확대되고 견고해질 수 있나. 노무현 정권은 (재벌 개혁을) 말로만 했다, 행동은 안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벌 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준비가 하나도 안 됐다고 본다. 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가지고 정책을 폈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관료를 데리고 개혁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안 하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의 재벌 정책은.
상황 인식을 가장 잘못했다. ‘747’(연평균 7% 성장, 소득 4만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 같은 공약을 선거에서 잠깐 쓴 것은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 예를 들어 고환율 정책을 펴서는 가격경쟁력이 생길 뿐이지, 실질적인 경쟁력은 생기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정책은.
정책위원회에서 잔뜩 정책을 만들어놨다. 미안한 얘기지만, 국민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법을 만들면 뭐하나, 집행을 해야지. 새누리당은 아직 경제민주화 정책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말을 물가에 데려가지만, 정작 물을 먹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재벌 개혁을 두고, 여러 가지 안이 나오지 않았나.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는 과거에 다 나온 것이다. 효력이 있었나. 제도를 만들었으면 관철을 해야지. 공정거래법을 만들어도 제대로 집행을 안 했다. 문제는 최고지도자의 의지에 달렸다. 다음 대통령이 중요하다. 그래서 적합한 사람, ‘베스트’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에 ‘베스트’가 있다고 보나.
박근혜만큼 대통령을 할 수 있을 사람이 없다고 본다. 청와대에서 20대 중반을 넘어 국정을 봤다. 그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강점이다. 그는 자신이 한 얘기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확신을 가지면 실행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재벌당’이라고 손가락질받지 않았나.
그렇다.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정치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바뀔 것으로 본다. 변화하지 못하면 박 위원장도 대통령이 안 된다. 박 위원장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여당이 재집권을 해도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노무현 정권처럼 될 것이다.

 

막상 새누리당에 가보니 어떤가.
(박 위원장의 주변) 환경이 좀 이상한데다 박 위원장이 화끈한 결단력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좌절도 되고 그런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포기할 수도 없으니 노력해보자고 생각한다.

 

국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요즘 업계에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국회 주변에) 나와 있다. 선거 때니까. (국회의원들이) 재벌 관련 상황에 대해서는 반대되는 것을 안 하려고 한다. 분위기가 그런 곳에서 일할 수 있겠나. 제도권 정당이 국민의 마음속에 들어가려면 창조적인 파괴를 해야 한다. 그것이 이뤄질지 회의가 생긴다. 정당이 제대로 못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국민이 (거리에 나서서) 힘으로 하는 건 코스트(대가)가 크다. 결국 둘 가운데 하나다. 지도자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필요하면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가 절박해지거나.

 

재벌 종합법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다.
당에서도 기업조직법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말이 있었다. 예를 들어 헌법에도 민주공화국이라는 조항만 있는 게 아니라 기본권 조항 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제를 작동시킬 수 있는 법이 따로 있어야 한다. 최근에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경제세력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다 보니 기업조직법이 있으면 하는 제안이 나온다. 시장이 공평하게 운영돼서 자원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거기에 중앙은행 독립 같은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지금처럼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단속이나 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경제수석을 할 때 한 재벌회사에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었다. 그래서 공정위원장을 불러서 왜 고발을 안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고발해봐야 검찰이 기소를 안 해서”라고 말하더라. 검찰도 안 하는 걸 우리가 왜 나서서 인심을 잃어야 하냐는 식이다. 그게 현실이다. 공직사회의 장·차관직에서 물러나면 어디로 가나. 대기업이나 ‘로펌’으로 가잖나. 그러니 대기업들과 문제를 안 만들려고 하지.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다른 당들도 재벌 개혁을 얘기하지 않는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초당적인 경제민주화운동을 펴라고 하더라. 그렇지만 지금 정당이 다른데 어떻게 공동으로 하겠나. 내가 여기(새누리당)에 관여하지 않으면 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 일부에서 나에게 ‘민주당 스파이’라고 하던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몇 번 봤다. 그쪽 행사에 두 번 게스트로 서봤다. 경제민주화 문제에 대한 지식이 아직 피상적이다. 공부가 안 돼 있다. 다른 민주당 대권 후보들도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선 뒤 민주당이 도와달라고 한다면.
진심으로 말하면 도와줄 수 있다.

 

자리 욕심 때문에 새누리당에 참여하는 것 아닌가.
거기 간다고 내가 뭐하나. 박 위원장한테 그랬다. 당신이 대통령 된다고 해서 내가 뭐하겠는가. 박 위원장도 대통령을 하려는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그걸 못 보여주면 나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그래도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당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렇게 의견일치를 이룬 적이 없잖은가.

 

대담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정리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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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경제 살리기”
 “민주정부들도 신자유주의 대세에 밀렸다”고 비판한 유종일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도 재벌 과세 꺼린다” 지적

 

 

“경제민주화의 두 가지 핵심은 재벌 개혁과 신자유주의의 청산이다.”

 

유종일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한국개발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은 지난 2월9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가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1987년 정치 민주화 이후 경제권력(재벌)에 대한 통제에 실패하고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흐름에 밀려버려 양극화 심화, 중산층 붕괴 등의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한국과 전세계 모두 (경제민주화를 위한)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위원장은 “재벌 개혁은 ‘대기업 때리기’나 ‘옥죄기’가 아니라 기업과 경제를 제대로 살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사실상 재벌 해체 주장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세습체제와 마찬가지로) 재벌의 경영권 세습은 장기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의견을 달리했다. 유 위원장은 “(재벌개혁론자인)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여당에서 경제민주화에 실패하면 민주당에 와서 함께 협력할 것을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인터뷰 이후인 지난 2월14일 민주당 전북 전주 덕진에서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한겨레21> 김경호

현 시점에서 경제민주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이 자의적으로 경제를 컨트롤하는 일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경유착과 자원배분의 왜곡을 불렀던 관치경제가 약화된 것이다. 그러면서 법·제도 등을 포함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경제권력을 통제하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고삐 풀린 시장이 된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92년 대권에 도전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재벌이 직접 권력 장악에 나선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베이징 발언을 터뜨렸다. 때맞춰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사조가 몰아쳤다. 또 미국의 압력과 맞물려 세계화·시장개방이 마치 경제 선진화와 개혁인 것처럼 잘못 인식됐다. 그 결과가 1997년 외환위기다. 정치 민주화와 함께 거래의 공정성과 경제력의 불균형 해소, 분배와 조세 정의, 복지, 참여 등과 같은 경제민주화 요구가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추세다. 자본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기면 자원배분이 잘되고 합리적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무질서와 위험한 상황이 빚어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고삐 풀린 시장의 탐욕과 무절제가 빚은 결과다.

 

1987년 이전에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어떤 흐름들이 있었나.
역사적으로 보면 해방 이후 토지개혁이 있었고, 제헌헌법에 이익균점권(기업 이익의 일부를 노동자에게 나눠주는 권리) 조항이 있었다. 4·19 이후에는 이승만 정권에서 부정축재자 처벌과 빈곤 퇴치 요구가 있었고, 박정희 정권에서는 관치경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정부가 10년간 권력을 잡았지만 경제민주화를 이루지 못해 재벌체제가 더욱 공고화하고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판이 많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재벌 개혁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하자, 새누리당은 오히려 민주당이야말로 재벌공화국의 책임자라고 맞받아쳤는데.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민주정부들도 신자유주의 대세에 밀려버렸다.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부족했고, 재벌의 힘도 막강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니까 재벌에 투자와 고용을 구걸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개혁의 동력이 있었음에도 1998년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폐지했다가 2001년에 재도입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노무현 정부는 출총제 규제를 완화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양극화는 심화하고, 좋은 일자리는 줄고, 신빈곤층이 증가했다. 오죽하면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왔겠나.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니 국민이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한 장본인이다. 재벌 규제에 대해 사회주의니, 좌파 정권이니 하며 재벌을 옹호하지 않았나. 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출총제를 없애고,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했다.

 

재벌은 대기업 때리기나 옥죄기라고 반발한다. 또 암탉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할 것이라거나, 재벌들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벌 개혁은 기업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것이다. 총수의 전횡과 사익 추구, 경영권 세습 등 전근대적 재벌 지배구조에서 해방시켜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재벌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대우 계열사 시절에는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김우중 회장의 전횡으로 망했는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살려놨다. 하지만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인수한 뒤 경영이 악화돼 산업은행이 인수했다. 재벌 개혁은 또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독식에서 벗어나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고용 창출력을 높이고 분배를 개선해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데, 재벌당으로 불려온 새누리당에 들어갔다.
충격적이었다. 김 비대위원이 새누리당의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데 부디 성공하기 바란다. 하지만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된다.


지난 2월8일 김 비대위원이 새누리당 정책분과위에서 쇄신 의지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김 비대위원은 새누리당이 (재벌당에서 재벌개혁당으로 전환하는)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주장하는데
전적으로 동감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대전환’이었다. 세계 자본주의의 수뇌부가 모여 더 이상 시장만능, 승자독식, ‘1 대 99’의 경제는 안 된다며 대안을 모색했다. 한국이나 전세계 모두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 아닌가.

 

과거 경험으로 보면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은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민주당의 손학규 전 대표와 문재인 고문이 경제민주화의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하던데?
정치 지도자들은 큰 방향에서 올바른 역사적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면 된다. 손 전 대표는 2011년 7월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민주화특위를 구성했다. 특위는 이후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생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민주당의 강령 1조에 경제민주화를 못박았다. 손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각 당의 진정성은 국민이 표로 심판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경제민주화 방안과 관련해 재벌을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좀더 강력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구체적 방안은 이번 총선이 아니라 대선에 맞춰 내놓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미리 얘기하면 재벌들이 반발하는데다, 결국 개혁은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는 이유다.
누구나 그런 얘기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게 복안이 있는데, 지금 말할 수 없다고. (웃음)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발표한 것은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부일 뿐이다. 앞으로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정책들이 나올 것이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정책도 중요하다.

 

민주당이 발표한 자회사의 배당에 과세하자는 재벌세를 포함한 증세는 새로운 내용이다. 미국에서도 자회사의 배당에 대한 과세는 시행 중인데.
부자 증세는 민주당 안에서도 꺼린다. 운동권 출신도 표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새누리당에서 버핏세를 주장하면서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부자 증세 주장을 안 했으면 민주당이 얼마나 우습게 됐겠나. 국민은 재벌 독식에 분노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재벌이 현실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해체하기보다는 잘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의 개혁안으로는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사실상 재벌 해체에 가까운 방안을 내놓았다.
일본의 재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맥아더에 의해 해체당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그룹 경영 방식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벌 경영권을 지금처럼 3~4대씩 계속 세습하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하겠나.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는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그렇게 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재벌이 그룹 경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합리적 측면은 살려나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처럼 재벌 정책을 개별 대상에 따라 일일이 맞춤형으로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것 아닌가.

 

민주당은 재벌을 종합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기업집단법 제정을 검토하고, 통합진보당에서는 종합적인 재벌 규제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새누리당도 비슷한 성격의 기업조직법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기업집단법은 재벌 관련 규제를 단순히 하나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재벌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다. 재벌은 그룹 차원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데, 법적으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기업집단법 제정은 연구·검토가 좀더 필요하다. 현행법 체계와 맞는지 살펴야 하고, 현실적으로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도 세심하게 봐야 한다. 자칫 그룹 경영을 합법화해주기만 하고, 규제의 효과가 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경제관료에 의존해서는 재벌 개혁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에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역행하는 행동을 한 인사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이 당의 정체성을 중시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재벌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정리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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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떨게 만드는 여야 2인…김종인·유종일

 

 4·11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 관련 제도 개혁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과 유종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한국개발연구원 교수)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외부 인사로 당에 참여하면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과 증세 등에 대한 정책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은 지난 27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만나 기업 제도 개선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강력한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김 위원은 1987년 헌법 개정 때 기업 규제의 근거가 되는 헌법 제119조2항(경제민주화 조항)을 입안한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위원은 정부의 견제 역할을 중시하고 있으며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 증세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와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에 김 위원이 있다면 민주통합당에는 유 위원장이 있다.

유 위원장은 유종근 전 전북지사 동생으로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자문을 했지만, 해당 정부에서 이뤄진 법인세 인하 등 '신자유주의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장으로 임명돼서는 출총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 법인세·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을 제안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불이익을 주는 '재벌세'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대기업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해 한국 경제를 끌고나가는 집단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재벌 개혁'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 위원과 유 위원장은 당을 달리하고 있지만 기업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같이한다. 실제 이들은 최근까지도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한 사이다.

김 위원과 유 위원장의 사이에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있다.

정 위원장이 1986년 서울대 교수 신분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 서명운동을 주도하자 여권에서는 정 위원장을 해고하려 했었다. 이를 막아준 게 당시 여당 의원이던 김 위원이다.

이후 25년 넘게 김 위원과 정 위원장은 '멘토'(조언자)와 '멘티'(조언받는 사람) 관계를 이어왔다.

유 위원장은 정 위원장이 아끼는 서울대 제자 중 한 명으로 정 위원장을 통해 김 위원과 친분관계를 형성했다.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에 힘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3명 모두 기업 제도 개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외부인사인 김 위원과 유 위원장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당 지도부를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위원은 박 위원장과 지난 27일 회동으로 관계를 '봉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큰 인식 차이를 갖고 있다. 앞서 김 위원은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 문구를 삭제하는 문제와 이명박 대통령 탈당 문제 등을 놓고 박 위원장과 대립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른바 '버핏세'를 반대하는 박 위원장과 생각이 다르다.

유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 없는 정책 발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세'도입을 발표, 당 지도부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민주통합당은 참여정부 시절 '세금폭탄' 공격을 받은 기억이 있어 '증세' 문제에 극히 민감하다.

유 위원장은 '재벌세'에 대해 "세목 신설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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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일 위원장 “증세없는 복지는 포퓰리즘”

유종일 민주당 특위위원장
“한나라당 늦었지만 환영, 아직 선언적 얘기…지켜봐야”

 

“재벌 개혁은 재벌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 국민이 사랑하는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규제 개혁이다.”

 

유종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은 31일 재벌개혁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벌 때리기’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조달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조세정의 실현이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의 새 재벌정책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좋게 평가했다.

 

- 한나라당 비대위의 ‘김종인표 재벌정책’을 평가한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늦었지만 환영한다. 선거가 임박해서 입장을 바꾼 거라, 과거의 잘못을 분명히 선언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면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상위개념이어야 할) 경제민주주의가 공정한 경제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 있어, 인식수준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은 선언적 얘기가 많고 구체적 정책은 없어 지켜봐야 할 것이다.”

 

-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의 입안자인 김종인 전 의원이 한나라당 비대위에 참여했는데….

“최근 한 인터넷 언론 기사에 경제학자 3사람이 등장했다. 김종인, 정운찬, 그리고 제가 나오는데, 셋이 친한 사이다.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에 대한 시각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

지금 보니 3대 정치세력, 박근혜, 이명박, 민주당으로 찢어져 있다. 한편으론, 경제민주화세력이 모든 정치세력에 침투했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이건 정파를 떠나 시대적 요구라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길이 엇갈려 좀 어색하긴 하지만, 저로선 어른들이고 스승들이다. 그분들의 뜻이 잘 실현됐으면 좋겠다.”

 

- 중소기업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다고 보나.

“재벌은 재벌답게 중소기업 하도급 등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 재벌들에게 하도급 단가를 선정하는 원칙과 기준을 정해서 공표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연장근로수당 지급 여부 등 처우가 나쁘면 나쁜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기준을 제시해주면, 온 국민이 문제로 느끼고 있는 재벌독식이나 낙수효과 실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복지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당연히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야말로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을 충분히 걷으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우리는 4대강사업 같은 재정 낭비나 비리가 많아 신뢰도가 낮다.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 혜택을 늘리고 조세정의가 갖춰져, 국민들이 ‘더 내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세금을 함부로 늘릴 수 없다.”

 

- 기업과 권력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신자유주의·시장만능주의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은 기업에 권력을 줬다는 것이다.

기업은 생산 활동, 고용 창출, 혁신 조직 등을 해야 한다.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은 공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도록 규제를 받아야 한다. 규제를 하는 게 정부이고, 정부의 권력은 민주적 합의로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주객이 전도되면서 기업 영향이 비대해져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더니, 기업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을 했고, 급기야 탐욕에 어두워 자멸하는 상태까지 왔다.

우리말에 ‘눈이 먼다’는 표현이 두 가지 있다. 사랑에 눈이 멀고, 욕심에 눈이 먼다. 탐욕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적절한 규제로 더 건강한 기업으로 발전해나가도록, 쓸데없는 거 못하도록 억제해야 한다.”

 

- 재벌세 신설 이야기를 꺼냈는데.

“신설이라기보다는 정확히는 ‘재벌 과세 강화’이다. 기업들이 몸집 불리기하는 데 부담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국민들 귀에 쏙 들어올 수 있도록 상징적으로 명명한 게 ‘재벌세’다. 신규 세목화는 검토해본 적이 없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글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유종일은 누구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진보적 경제학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로 재직중이다. 민주통합당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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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좌클릭을 이끄는 경제학자의 동행과 경쟁

 

ㆍ김종인 “특정 계층의 재벌세 따로 있을 수 없다”
ㆍ유종일 “재벌 문어발식 확장 땐 부담 주려는 것”

 

 

한나라당 김종인 비대위원(71)은 30일 민주통합당이 추진하는 재벌세를 두고 “특정 계층을 상대로 한 세금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 재벌세라는 게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반대했다.

그는 “다만 한나라당이라고 무조건 감세만 주장할 수 없다”며 “증세를 하려면 어느 쪽 부담을 더 늘릴지 생각할 수밖에 없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부담을 더 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종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53)은 반박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특정 계층을 상대로 세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법인세법에서 재벌이 계열사 출자를 통해 몸집을 불릴 경우 부담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전날 이 세금을 ‘재벌세’라 표현했다. 부자증세는 동의하면서도 재벌세 도입을 두고 두 사람의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린 것이다.

김종인(왼쪽)·유종일

 
여야가 합창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경쟁의 뒤에 ‘김종인’과 ‘유종일’이 있다. 김종인 위원은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유종일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다.

여야의 좌클릭을 주도하는 두 사람의 문제의식은 매우 비슷하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재벌개혁’과 ‘증세를 통한 복지’를 주창하는 것이다. 김 위원이 재벌개혁 1세대라면 유 위원장은 2세대다. 두 사람은 시대를 달리 하면서 재벌개혁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김 위원이 부동산 규제 등을 통해 재벌규제에 나섰다면, 유 위원장은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 등을 통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았다. 김 위원은 재벌들의 비업무용 토지 보유를 제한한 ‘5·8 부동산 규제 조치’ 등 재벌규제를 실제로 해본 야전형이다. 반면 유 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시대 재벌개혁과 지배구조개혁을 위한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두 사람의 인생경로는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다. 김 위원은 군사정권 시절부터 제도권에 편입돼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줬다. 유 위원장은 학생운동으로 두 번이나 퇴학을 당하는 등 제도권에 저항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두 사람은 민주당 쪽에서 함께 힘을 모았다. 2007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대선 출마설이 나올 때도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김 위원은 여권에, 유 위원장은 야권에 자리를 틀면서 다시 경쟁관계가 됐다.

김 위원을 상징할 수 있는 핵심은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87년 개헌 당시 김 위원은 국회 개헌특위 경제분과위원장으로서 이 조항을 끌어넣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가장 선이 굵은 경제개혁가”(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인 유종일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전파시킨 전도사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각종 저서와 방송 출연, 강연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강조해 왔다. 유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는 4·19 이후 역사적인 국면마다 경제학자들이 제기해온 것”이라며 “조순, 정운찬 전 총리 등이 맥을 이어온 만큼 특정인의 전유물로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여야를 ‘좌클릭’시키는 데는 방향이 같지만 당내 역할은 다소 다르다. 김 위원은 한나라당의 방향 제시 역할을 맡고, 유 위원장은 구체적인 정책 입안까지 하고 있다. 김 위원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금산분리 등에 대해 “내가 그것을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갖고 끌고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유 위원장은 “(재벌세 등) 우리가 이상론을 말하면 당의 다른 분들은 좀 더 현실적인 측면들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재벌개혁에 대한 두 사람의 문제의식은 똑같지만 어떤 수단을 쓸 것인가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경쟁은 여의도에서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