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 폭탄 고백 ... 1년 전 정부 "알고도 숨겼다"
장 전 주무관, 작년 1월 중앙징계위서 '증거인멸' 소명 ... "청와대도 보고됐을 것"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양심고백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1년여전에도 중앙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 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나 1개월 감봉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징계위가 열린 장소는 영상녹화회의실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장 전 주무관의 1년 전 '양심고백'은 영상화면으로 녹화됐거나, 최소한 회의록 형태로라도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지난 2011년 1월에 열린 중앙징계위에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을 진술했다"고 밝혔다. 장 전 주무관이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를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를 통해 '증거인멸 지시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 1년여 전에 정부 공식기구에서 똑같은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중앙징계위원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는다. 하지만 맹형규 현 장관은 당시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주무관은 "행안부 차관이 징계위를 주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한 관계자는 "중앙징계위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시 장관(위원장)과 차관(부위원장)의 참석 여부조차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또다른 관계자는 "장관이 징계위에 다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관이 징계위를 주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증거인멸 지시 윗선' 언급한 발언 청와대에 보고됐을 것"
장 전 주무관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2011년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건과 관련해 열린 중앙징계위에서 제가 소명할 기회가 있었다"며 "거기에서 '최종석 전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누구의 지시를 받아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했는지 등 '증거인멸 과정'을 다 얘기했다"며 "하지만 그때 징계와 관련한 결론이 안 나서 징계위가 한번 더 열렸다"고 전했다.
이어 장 전 주무관은 "2차 중앙징계위의 경우 위원들이 거의 다 바뀌어 있었다"며 "위원들이 '누가 시켜서 증거를 인멸했나?'라고 물어서 '최종석 행정관이 시켰다'고 대답하자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1차 중앙징계위에 참석했던 위원들이 많이 바뀐 상태여서 위원들은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징계위가 끝난 뒤 위원들끼리 '징계위 내용을 밖에서 얘기하면 안된다, 보안을 요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들었다"고 말했다.
'공무원징계령'은 '징계위원회의 회의에 참여한 자는 직무상 안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제 21조 '비밀누설금지')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 전 주무관은 "징계위는 제가 하는 말을 모두 적고,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며 "내가 출석한 장소가 영상녹화회의실이었다면 영상으로도 녹화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의록이나 영상녹화물에서 제 발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은 "당시 (공무원징계령상) 징계위원장이 행정안전부 장관이었기 때문에 '최종석 전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제 발언내용이 청와대에 보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징계위 열리기 전에 이미 '증거인멸 지시 윗선' 폭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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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주무관은 중앙징계위에 출석하기 전인 지난 2010년 10월 18일 최종석 전 행정관을 만나 "(최종석) 과장님이 (증거인멸을) 시켜서 한 정도가 아니라 과장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켰다는 것까지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최 전 행정관은 "민정(수석실)에서 '장진수 이 새끼 뭔 허튼 소리 하고 다니냐, 큰일났다'고 뒤집어졌다"며 "그래서 내가 '그런(폭로할) 친구 아니다'라고 얘기했다"고 민정수석실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장 전 주무관의 '폭로 움직임'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미 '증거인멸 지시 윗선'을 법정(2심)에서 폭로할 계획이었던 장 전 주무관이 중앙징계위에서도 같은 내용을 공식으로 언급한 셈이다. 그는 당시 '1개월 감봉'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처분을 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장 전 주무관이 중앙징계위에서 증거인멸 지시 윗선을 공식 언급한 이후 그에게 돈이 건네졌다는 점이다.
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월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이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후임인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5000만 원을, 지난 2011년 8월 포항출신 공인노무사 A씨가 "이영호 비서관이 마련한 것인데 걱정하지 말고 쓰라"며 2000만 원을 건넨 것이다.
한편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인 중앙징계위는 '공무원징계령'에 따라 설치되는데 행정안전부 장관과 차관이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는다. 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본래 중앙징계위는 5급 이상 공무원들의 징계를 다루는 곳이다. 6급인 장 전 주무관은 6급 이하 공무원의 징계를 다루는 보통징계위 대상이다. 다만 그는 '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명에 의한 각종 감사결과 국무총리가 징계의결을 요구한 6급이하 공무원'도 중앙징계위 대상으로 규정한 공무원징계령에 따라 중앙징계위에 출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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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이인규 자택 압수수색...민간인 사찰 '윗선'수사 탄력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청와대 개입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윗선을 향해 속도를 높이며 '증거인멸'에서 사찰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형사3부장)은 23일 오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밝혔다.
*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하라고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지시했고, 장 전 주무관의 폭로를 막기 위해 포항출신 공인노무사를 통해 2000만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News1 송원영 기자 |
검찰은 또 이영호 전 비서관으로부터 받은돈 2000만원을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실 주무관(39)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공인노무사 이모씨와 장 전 주무관의 상사인 김모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장 전 주무관이 폭로한 내용과 관련있는 증거를 수집한 뒤 주말 동안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내주 초 이들을 차례로 소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국내 거주지가 없어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행정관과 (조사 시기를 놓고) 계속 연락 중에 있다"며 "최 전 행정관의 소환 전 기초조사를 위해 관련자들을 계속 소환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장 전 주무관이 변호사 수임료를 포함해 4000만원 전달한 것으로 지목한 고용노동부 간부급 인사에 대해서도 검찰은 신원을 특정한 뒤 소환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재수사가 본격적으로 '윗선'을 향하기 시작하면서 장 전 주무관의 폭로로 불거진 이번 재수사의 방향은 당초 '증거인멸'에서 사실상 사찰 전반에 대해 수사하는 쪽으로 확대된 양상이다.
검찰은 압수물과 함께 2만 페이지가 넘는 지난 수사 자료 검토를 완료하는대로 우선 최 전 행정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이 전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비서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인 불법 사찰은 없었다"며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까봐 자료 삭제를 지시했으며 내가 몸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의 폭로 후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이 언론을 통해 "억울하다"고 주장해 오고 있어 '윗선'을 향하는 검찰의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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