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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파업에도 관심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강원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 거리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동안 파업 중인 춘천지역 <한국방송>,<문화방송>노조원들이 손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춘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총선 이슈 분석] 불법사찰 파문
여당 적반하장에 “저래서 안돼”
“보수층 15%도 후보 바꿀 뜻 비쳐”
한쪽선 “측근비리 폭발력만 못해”
인천에 사는 지방 공무원 김아무개(50)씨는 2일 아침 동네 건강센터에서 운동을 한 뒤 50~60대 회원들과 4·11 국회의원 선거 얘기를 했다. 한 고참 회원이 이런 말을 했다.
“주말에 아들 부부가 다녀갔는데 아무나 찍어도 되지만 제발 한나라당(새누리당)만 찍지 말라고 했어. 민간인 사찰을 해놓고 거꾸로 노무현 정부 때 더했다고 나서는 걸 보고 ‘저놈들은 저래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
건강센터 회원들은 대부분 여당 지지 성향이다. 민간인 사찰 파문 때문에 젊은 유권자들이 여당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것 같다고 여러 사람이 걱정을 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이 4·11 총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전문가들은 사안 자체보다도 사안을 다루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특히 이번 사건의 여파가 수도권 접전지역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1당’을 새누리당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기 시작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1일 조사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조차 15% 정도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드 미디어를 보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이 방어를 잘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심층조사를 해 보면 팽팽했던 여야의 균형이 무너지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30여곳 경합지역에서 막판에 어차피 엠비심판론과 에스엔에스 캠페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는데 이번 사건이 이를 앞당기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한쪽으로 비켜 서 있고 박근혜 위원장이 전면에 나섰던 총선 국면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역공을 취하기 위해 정치주체로 다시 나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정권심판론이 일정부분 다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현 정권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야당에 실망했던 수도권의 무당파 중도층에 ‘심판 정서’를 상기시켜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문은 부산·경남에도 번지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 뷰’ 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부산지역은 박근혜 위원장이 방문하면서 여야 후보가 14%p 이상 격차가 나다가, 민간인 불법 사찰로 인해 6%p 차이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새누리당 안에서는 “대형 악재지만 야당이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강한 편이다. 청와대와 박근혜 위원장의 ‘되치기’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신문들조차 2일부터 “참여정부 시기의 자료는 민간인 사찰 자료가 아니라 경찰의 비위 감찰 자료”라고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청와대와 박근혜 위원장의 역공은 논리적 근거를 잃고 있다. 기본적인 상황을 잘못 파악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이 발굴해 낸 쟁점이 아닌 탓인지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수도권의 한 후보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처럼 분노를 촉발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여권이 ‘사과하고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맞불놓기’ 전술을 선택하면서 20~30대 유권자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며 “에스엔에스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분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