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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이어진 레일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는 기차처럼

道雨 2012. 12. 21. 14:06

 

 

 

끊임없이 이어진 레일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는 기차처럼

 

                                                                                              - 영화 '철도원'을 보고

 

 

 

창 밖에 을씨년스런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허탈(요즘 말로 멘붕이라  하는)한 상태인데다, 유비무환이라고 시간도 여유로운 터라, 마음을 달래보자고 영화('daum 영화'에서 컴퓨터로 다운받아 저장해둔 상태였음)를 한 편 보았다.

'철도원'이라고 하는 일본 영화다.

 

나는 평소 일본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배타적인 의식도 잠재해있겠지만, 뭔가 우리 감성에 맞지 않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철도원'이라고 하는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었다.

 

 

일본의 한 산간에 있는 작은 종착역, '호로마이'

승객이 너무 적어 폐선을 앞둔,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인생의 마지막 황혼길과 같은 운명을 가진, 눈 속에 덮힌 작은 역이다. 

그 역에서 역장으로서 철도원의 마지막 생을 보내고 있는 '오토'란 인물에 대한 영화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파노라마 처럼 오가는 구성인데, 시종일관 조용하게 그러나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간간이 눈물을 짜내게 한다.

 

영화의 말미에, 오토 역장의 시신을 담은 관을 차에 실을 때, 내 방의 형광등이 깜빡거렸다.

형광등이야 수명이 다해갈 때라 그리될 수 있으려니 하는데, 왜 하필 눈물이 나려고 하는 그 장면에서 깜빡거린단 말인가?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다시 멀쩡하게 방안을 밝히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 수계명(道雨 : 지금은 호로 사용하고 있다)이 떠올랐다.  

전방지역에서 근무할 때, 사단 연병장에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스님으로부터 집단으로 수계를 받았는데, 나중에 보내온 서류를 보고, 내 수계명을 알았다.

바로 道雨.

 

'빗속의 길'로 나름 해석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던 길도 비가 올 때는 행인이 적거나 아예 없기도 한다. 외롭다.

그래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길, 바로 '빗속의 길'이다.

내 블로그(태극기사) 홈에는 사진 밑에 道雨라는 필명과 함께 다음과 같이 소개말이 쓰여 있다.

 

"빗 속의 길은 행인이 없어 외롭지만,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죠. 풀 섶의 개구리, 풀벌레들과 ... "

 

 

한편 이 영화를 보면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항상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오토 역장에게서, 나의 모습을 비추어보기도 하였다.

나도 내 생을 다할 때 까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한의원 진료)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당신의 생의 마지막 날까지 진료하시다, 목욕탕에서 돌아가셨다는 서울한의원 원장님처럼,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영화 속의 대사가 있다.

 

"끊임없이 이어진 레일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는 기차처럼,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 나는 어렸을 때 기차역(시흥역) 앞에서 살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기차와 철도를 보며 살았다.

증기기관차의 위력적인 모습도 보고, 엄청난 기적 소리도 들으면서 살았다.

철길이나 서 있는 기차 위에 올라가 놀기도 하는 등, 철도나 기차와는 친숙한 편이었다.

사계절 내내 우리들의 주 놀이터였던 안양천으로 가려면 철길을 가로질러 건너가야만  하였다.

연달아 오는, 반대편에서 오는 열차에 치일 뻔한 위험 천만했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선로반에 근무하시면서, 레일을 수리하는 근로자로서 일을 하시다 정년퇴직을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