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정치 검찰’ 입증해준 세월호 유족 영장 기각

道雨 2014. 10. 4. 10:06

 

 

 

  ‘정치 검찰’ 입증해준 세월호 유족 영장 기각

 

 

 

대리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 3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2일 모두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내린 결정의 근거는 지극히 단순하다.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내세웠던, 그 복잡하고 장황한 논거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우선 ‘사안의 중대성’을 들었다. ‘선량한 시민들을 집단 폭행해 전치 4~2주의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내규는 공동상해 사건의 경우 전치 6주 이상에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은 경우를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4주도 영장을 치는 경우가 있으나, 피해자가 장애인·부녀자·미성년자일 경우에만 해당한다.

통상적인 기준을 한참 벗어난 영장 청구이니, 법원의 기각은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범행 혐의를 다 인정하지 않고, 녹화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로 확인된 범행까지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피의자는 수사 단계에서 반론을 펼 수 있고, 법정에서 다툴 수도 있다는 건 상식이다. 이를 혐의 부인이라고 한다면 수사기관의 뜻대로 자백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자기변론권까지 부정하는 것이기에 영장이 발부됐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타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면 누구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무리한 영장 청구는 애초부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폭행 사건을 부풀려 유족들을 일반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속내가 너무 심하게 드러났다. 가족을 잃은 참혹한 슬픔과 고통을 겪는 유족들의 처지를 고려하면 너무나 모질고 가혹한 처사였다.

국가권력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나를 보여준 최악의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이 내세운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는, 사실 정부·여당한테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항목들이다. 세월호 참사는 6·25 이후 최대 비극으로 꼽힐 정도로 참혹하고도 중대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갖은 꼼수를 부려 막아 왔다. 직접적으로 범행 증거를 감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망실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증거인멸의 사례가 어디 있겠는가.


[ 2014. 10. 4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