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고시확정 후 나라가 온통 교과서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검인정 교과서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 역사교과서를 검인정이 아닌 국정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도 유지하던 검인정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바꿨던 국정제로 다시 환원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과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일부 이슬람국가나 유지하고 있는 국정제로 다시 가자는 이유가 무엇일까? 국정제로 바꾸면
무너진 교육을 살릴 수 있는가? 역사의식을 가진 인간으로 길러낼 수 있는가? 학교가 입시학원이 아니라 교육하는 곳으로 바뀌게 되는가? 승자독식의
사회, 불의한 사회가 평등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로 바뀌는가? 역사의식이 살아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가?
역사교과서를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누군가? 현재 검인정교과서를 국정제로 바꾸겠다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을 비롯한
새누리당이요, 천황폐하만세를 부르고 전두환에게 용비어천가를 부르던 언론들이 아닌가? 이승만을 국부로, 8. 15를 건국절로 바꾸자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만들겠다는 국정제는 뉴라이트 학자들이 만든 교학사 교과서와 무엇이 다를까? 국정제로 바꾸겠다는
사람들은 친일과 군사반란, 유신의 악몽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다. 유신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일파 김용주의 아들인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 아닌가?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태평양 전쟁에 나가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독려했던 사람을 애국자로 바꾸겠다는 것이
아닌가? 독재자를 영웅으로 이승만을 국부로 바꾸는 게 ‘올바른 역사교과서’인가?
자기 자녀에게 독이든 음식을 먹이겠다는 엄마는 없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왜곡과 오류투성이 교과서를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교사들이 어디 있겠는가? 교사가 해야 할 책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자들이 올곧은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일이다. 민주의식 역사의식을 갖춘 반듯한
민주시민으로 키워내는 일이다.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권력은 폭력이다. 아인슈타인은 "세상은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파괴될 것"이라고 했다. 제2의 교학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데 교사는
구경꾼이 되어도 좋은가? 무너진 학교에는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교사, 정직보다 정의를 가르치는 교사, 지식보다 지혜를 가르치는 교사가 필요하다.
불의를 보고 분노하지 못하게 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정의를 가르치라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