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밀실 국정화’를 논박한다

道雨 2015. 12. 1. 15:23

 

 

 

‘밀실 국정화’를 논박한다
진짜로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머잖아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정운현 | 2015-12-01 12:47:1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야권은 한 목소리로 정부여당의 국정화를 비난하고 나섰으며, 뜻밖에 유탄을 맞은 여권으로서는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치러진 지난 26일 “고인의 뜻을 받들어서 역사바로세우기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역사교육으로 저희가 이어가겠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YS라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단식투쟁으로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민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도 이에 가세했다. 한 전 부총리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박정희 대통령 때가 국정교과서였다. 명백하게 유신체제로 돌아가는 확실한 지표가 국정교과서로 돌아가는 것인데, YS를 ‘정치적인 대부’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 일에 앞장서며 충성 경쟁을 하는 것을 보면 (YS가) 기가 막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

 

 

한 전 부총리는 이어 “(YS를) 정치적인 대부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부의 투쟁을 그렇게 무시를 하나, 그 분들이 바로 치매에 걸린 것 아닌가”라며 맹비난을 하고는 “YS가 건강하셨더라면 불러서 야단을 쳤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YS는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국정교과서 제도를 폐지한 주인공이다. YS는 취임 후 5.18특별법 제정, 총독부 청사 철거, ‘국민학교’ 명칭개정 등 역사바로세우기를 추진했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추진은 초기단계에서부터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여론수렴 부족, 비밀TF 운용, 무리한 예비비 사용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큰 문제는 집필진 구성을 둘러싼 ‘비밀주의’라고 하겠다. 교과서 편찬 실무를 책임진 국사편찬위원회의 그간의 행태를 보면, 마치 무슨 비밀군사작전을 벌이기라도 하는 듯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교과서가 무슨 군사교범이라도 된단 말인가.

 

지난 23일 국편이 배포한 ‘집필진 구성’ 관련 보도자료에는 총원 47명, 공모와 초빙자수 정도 이외에 집필진 관련 정보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상고사 대표집필 후임자, 각 시대별 집필자수, 정치·경제·헌법 등 인접분야 학자들의 포함여부 등,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서는 ‘집필에 전념할 환경조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도 교과서 집필자 명단을 밝혔다. 일각에서 ‘밀실 편찬’을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청와대 앞에서 ‘국정화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국편은 이날 전체 집필진 47명 가운데 공모로 뽑은 사람은 17명, 나머지 30명은 초빙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당초 국편은 공모로 25명을 뽑겠다고 했으나, 역사학계의 집필 참여거부가 이어지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자 국편은 전체 집필진의 3분의 2가 넘는 30명을 ‘초빙’이라는 형식으로 머릿수를 채운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집필자로 적임자들일까?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정배 위원장이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채웠다고 한다. 각 시대별 전문가가 아니라 국편 위원장이 사적 인연을 통해 선발했다면 이건 보통문제가 아니다.

 

그마저도 제대로 집필 참여 승낙을 받았는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초빙 30명’ 가운데는 김 위원장과의 친분 등을 이유로 집필자 명단에 이름은 올렸으나, 실지로는 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원 몇 명이 교과서 집필을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라면 교과서가 아니라 국책 홍보자료로 봐야 할 것이다.

 

국정화 반대여론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징계’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청와대 앞에서 국정화 반대 1인 시위를 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에 대해 경고처분을 통보했다. 또 인천시의회는 국정화 반대 의사를 표시한 시교육청 간부 및 교사들에게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진짜로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머잖아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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