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99만원" 주택 중개 시장에 뛰어든 변호사들

 

 

 

"수수료 99만원" 주택 중개 시장에 뛰어든 변호사들

 

 

10억원 아파트 매매 시 중개보수 700만원 이상 차이
중개사협회 “변호사 중개는 법 위반…강력 대응할 것”

 

 

변호사들이 집값과 관계없이 최대 99만원의 수수료만 받겠다고 선언하며, 주택 중개 시장에 뛰어들었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때 공인중개업소에 내야 하는 최고 중개보수액(810만원)의 12% 수준에 불과한 낮은 수수료를 변호사들이 들고나오자, 공인중개사협회는 변호사들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 형사 고소를 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트러스트의 홈페이지. 변호사들이 최대 99만원의 수수료만 받고 부동산 중개를 하겠다며 중개 시장에 뛰어들었다. /트러스트 홈페이지 캡처

변호사들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공인중개사협회는 “실제 중개 행위가 이뤄지면 형사고소를 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상가 건물에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조선일보 DB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변호사들로 구성된 ‘트러스트(www.trusthome.co.kr)’는 이달 초부터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홈페이지에 등록된 매물은 총 25건이다.

트러스트 관계자는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 등 거래의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고, 모든 매물을 직접 심사·등록·관리하기 때문에, 허위 매물이 없다”며, “거래 가격에 따라 45만원 또는 99만원의 수수료만 받는다”고 설명했다.

 

1억5000만원 이상, 2억5000만원 미만 주택의 매매 중개 수수료와 1억5000만원 이상, 3억원 미만인 주택의 전세, 월세 중개 수수료는 각 45만원이다. 2억5000만원 이상인 주택의 매매와 3억원 이상인 주택의 전·월세 중개 수수료는 99만원이다.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매년 약 2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사건 수임 경쟁이 점점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트러스트는 거래조건 협상, 계약체결, 거래완료에 이르는 부동산 거래 전 과정을 변호사들이 직접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6년 한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등록하려다가 구청이 반려하자 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대법원은 “변호사법이 규정한 법률 사무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하는 중개행위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일반의 법률사무에 중개행위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요지로 판결한 바 있다.

 

중개사협회는 이 판결을 “변호사가 자격증 없이 중개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협회는 “중개 사무소 등록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중개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트러스트는 서비스 개시 기념으로 서울, 분당, 평촌, 판교 지역의 집주인 1000명에게는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개사협회는 실제 중개 행위가 이뤄지면 형사 고소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트러스트의 영업 방식이 공인중개사법 위반인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며, “영업행태를 살펴보고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전재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