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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오송 민자철도, 대기업에 특혜. 고속철도 황금알 노선 ‘알박기’ 허용. 재정 부담 증가

道雨 2016. 9. 23. 12:19

 

 

평택~오송 민자철도, 특혜 주고 재정부담 키우나

 

 

 

 

정부가 7월 초 ‘민자 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10년간 36개 철도 노선을 확대하고, 이 가운데 14곳의 건설과 운영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게 뼈대였다.

 

그런데 이 계획을 발표하기 전인 2월 현대산업개발이 평택~오송 구간, 3월에는 현대건설이 김천·구미~거제 구간의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정부에 냈다고 한다. 두 곳 모두 7월 발표에서 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의 평택~오송 구간에 대한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의 검토의견서를 살펴보니, 민자사업이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 미심쩍기만 하다.

 

철도사업은 공익엔 큰 기여를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투자비 회수에 걸리는 기간도 매우 길어 민간이 주도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부문이 이끌어왔다.

민간의 사업 참여를 배제할 이유는 없지만, 허용하려면 민자사업이 같은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실험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요금이 오르거나, 민간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느라 재정 부담이 더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은 평택~오송 구간 상·하행선 선로를 건설한 뒤 30년간 운영하겠다고 제안했다. 고속철도 차량을 사서 30년간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에 위탁운영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투자비의 절반을 보조하고 운영수익을 나눈다.

 

철도시설공단이 검토한 것을 보니, 현대산업개발 제안서는 공사비를 매우 높게 산정하고 있고, 수요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공단은 실제 운영수입이 현대산업개발의 예측수요대로 나온다면 정부 부담이 1조3천억원가량이지만, 실제 운영수입이 절반에 불과하면 정부 부담은 2조7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평택~오송 구간은 경부선, 호남선이 모두 지나는 우리나라 철도망의 중추부에 있어, 새 철로 건설이 사업 타당성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민자 방식이 더 효율적이냐다.

철도시설공단은 낮은 금리로 자체 자금(지분 50%)을 조달해 사업을 하면 민자사업보다 9439억원이 덜 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자철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철도역세권 개발 등으로 부가수익을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민간에 특혜를 주면서, 정부가 직접 나설 때보다 재정 부담은 더 큰 민자사업이라면 추진할 이유가 없다.

 

 

[ 2016. 9. 23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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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고속철도 황금알 노선 ‘알박기’ 허용

 

 

 

10년간 확충 36개 노선 중 14개 민간에
현대산업개발 ‘평택~오송’ 고속철과 현대건설 ‘김천~거제’ 고속철은 추진
신분당선 등 민자철도 전국 확대 전망

“KDI 타당성 검토 안끝났는데 대기업에 노른자 구간 준 꼴”
“정부 건설시 9천억 절약” 의견도

 



 

 

 

 

전국 각 지역을 연결하는 국가철도망 사업에 대기업들이 민간투자 형식으로 뛰어들고, 정부는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민자 철도는 수도권 광역철도에 집중됐는데, 올해 들어 고속철도 등 전국 철도망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국가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기업을 국가기간망 사업에 끌어들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6일 ‘민자 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 확대할 철도 노선 36개 중 14개의 건설과 운영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가 있기 4~5개월 전에 대형 건설사 3곳이 이미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7월 발표에서 이들이 제안한 노선 가운데 2곳을 민자 대상 노선으로 점찍었는데, 정부가 건설 대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챙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올 2월 경기도 평택~충북 오송까지 46.5㎞ 구간에 고속철도 선로 상·하행선을 추가로 건설하고, 30년 동안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냈다.

현대건설도 3월 ‘김천구미~거제’ 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민간투자 제안을 했다.

 

정부는 6월 평택~오송 노선에 대해 민자 사업이 적합한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검토를 맡겼다. 민자 사업으로 타당한지 결론도 나오지 않았는데, 7월6일 정부는 두 노선을 포함해 14개 구간에 대해 민자 철도를 추진한다고 밝힌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민자 투자 사업 방식도 개선이 됐고, 평택~오송 노선이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는 많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14개 노선을 발표한 것은 민간투자를 확정한 게 아니라,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평택~오송 고속철도 구간은 ‘알짜배기’ 노선이다.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는 모두 이 구간을 지나간다. 올해 말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가 운행을 시작하면, 운행횟수도 크게 늘어난다.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현대산업개발은 선로를 건설하고 고속철도 차량을 구매한 뒤, 운영은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에스알(SR·수서고속철도)에 위탁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실질적인 운영을 맡지 않아 ‘민간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명분조차 충족되지 않는데도 선로사용료나 운임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김정한 전국철도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민간 대기업이 고속철도에서 가장 노른자 구간에 ‘알박기’를 하고, 30년 동안 수익만 챙기려는 발상”이라며 “이게 허용되면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떤 정부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9개의 시공회사와 사모펀드 등 투자자를 모아 ‘평택오송고속철도주식회사’(가칭)를 만들 계획이다. 적격성 평가를 거쳐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면, 고속철도 분야에선 첫 민영회사가 된다.

 

코레일의 경영이 어려워져 요금 인상·노선 폐지 등도 우려된다. 코레일은 고속철도 부문 영역 이익은 흑자지만, 일반철도에 적자노선이 많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호영 의원은 “수익성이 좋은 수서고속철도도 자회사로 넘어가고, 고속철도의 알짜 노선까지 민간이 가져가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코레일은 수익 악화 탓에 할인제도를 없애고 있는데, 앞으로 요금 인상이나 지방의 적자 노선이 폐지될 가능성이 커서 국민이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재정으로 하면 총 사업비가 절약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철도건설을 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민자 철도 14개 노선이 발표되고 이틀 뒤인 지난 7월8일 ‘평택~오송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민간제안서 검토’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공단은 “현대산업개발 제안서를 분석해보니, 공사비가 과다 책정돼 있고, 고속철도 운행횟수 등 예측 수요가 과다 추정됐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단은 ‘민자 대 재정’의 사업비용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직접 할 때 투자비 5097억원, 정부 부담금 4342억원을 합쳐 총 9439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도 지난 7월7일 국토부에 제출한 ‘평택~오송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검토 보고서에서 “공사방식 변경이 필요하고, 재원조달도 민간보다 공공기관 투자로 바꿔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사업의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제안서 그대로 민자 사업이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철도시설공단, 코레일의 지적을 포함해 한국개발연구원 적격성 평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