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의 폭로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인턴 불법채용 지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해 검찰에 제출한 4쪽짜리 ‘우편진술서’에서 “(2013년 8월1일 박 이사장을) 만난 기억이 없다”고 거짓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 의원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검토중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29일 검찰에 우편진술서를 보내, “(8월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박철규 이사장을) 만난 기억이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최 의원은 이어 ‘박 이사장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 ‘황씨의 불합격 사실을 들었는가’, ‘내가 결혼시킨 아이니 황씨를 합격시켜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는가’라는 세 개의 질문에 모두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최 의원은 또 ‘황씨가 중진공 채용에 응시한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2015년 9월경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최 의원의 이런 진술은 전날 박 전 이사장의 법정 폭로로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박 전 이사장은 2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법정에서 “2013년 8월1일 최 의원을 만나 두 차례나 ‘황씨를 합격시키기 어렵다’고 말했고, ‘외부위원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의원님께 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이사장은 “(이에 대해) 최 의원이 ‘내가 결혼시킨 아이니 그냥 (합격처리) 해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최 의원은 우편진술서에서 2014년 11월 감사원이 중진공 채용비리를 조사할 당시 박 전 이사장을 만났을 가능성은 있다고 답변했다. 가장 중요한 만남은 기억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만남만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동안 중진공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지난해 12월말 최 의원의 우편진술서만 한 차례 받아본 뒤, 1월 초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최 의원의 채용 지시 의혹이 언론보도와 국감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무시됐다.
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박철규 이사장이 2013년 8월 초 최 의원실에 다녀오고 난 뒤 (불합격한) 인턴 황씨를 합격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인턴 채용 압력을 행사한 2013년 하반기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였고, 201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제부총리를 지내는 등 박근혜 정부의 실세 중 실세였다.
전형근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는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이 바뀐 사실을 어젯밤 확인했다.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