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건 다 거부하는 ‘무법 대통령’, 그냥 둘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 국가 체제에 맞서 버티고 있다. 촛불로 모인 국민의 퇴진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더니, 검찰 조사도 거부하고 검찰 수사 결과까지 부인했다. 이제는 국회가 시도하는 최소한의 수습 조처까지 걷어찰 태세다.
퇴진도, 수사도, 수습도 다 거부하고,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다.
박 대통령은 법적 책임 모면에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자신을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규정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검찰 조사를 아예 거부했다.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치졸한 핑계다.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대통령 비서들의 수첩과 휴대전화 등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확인된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해명도 듣지 않았다’지만, 애초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선의’ ‘국정 운영의 일환’이라는 등 여러 변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미 무너져버린 핑계와 변명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게 대통령 자신이 국가 사법체계를 부인하는 것이야말로 헌정 파괴다.
청와대가 검찰 대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는 것도 ‘시간끌기’다. 지금 태도라면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도 중립적이지 않다며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 상황을 반전시켜 보겠다는 계산도 하는 듯하다. 특검까지 박 대통령을 공범, 주범으로 규정해도 탄핵 확정 때까지 끝내 버틸 태세다. 나라를 몇 달씩 마비시키고 결국 망가뜨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 사태를 수습하려는 시도도 청와대의 방해를 받고 있다. 야당이 ‘대통령 퇴진 및 탄핵 추진’과 함께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을 논의하기 시작하자, 청와대는 “국회 추천 총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 임기 보장이 전제된 총리가 아니라는 이유다.
어떤 경우든 대통령 자리를 놓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도저히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범죄 피의자가 대통령 자리를 방패 삼아 버티겠다는 꼴이다.
이런 대통령을 그냥 둘 순 없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위에 있을 수 없거니와, 저 살자고 나라를 망치도록 방치할 수는 더더욱 없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버티기에 속수무책이어서는 안 된다.
야3당을 비롯한 국회는 이제 사태 수습의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지혜를 모아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해진 만큼,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고 국정 공백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할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여야가 함께 총리 선임을 논의하는 것이라든지,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 맞춰 분야별로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정부-국회 간 협의 창구를 갖추는 등,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조처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의 조사 거부가 조직적인 증거인멸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강제수사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은 당장에라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박 대통령이 중대 범죄의 피의자로 입건됐으니, 끝내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도 특검에 미루지 말고 수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대통령이 법을 무시한 채 범죄 혐의를 뭉개도록 방치할 순 없다.
[ 2016. 11. 2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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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에게 기밀문서 통째로 넘긴 부적격 대통령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국가 기밀문서 목록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외국 국가원수들과의 정상회담 추진 문건을 비롯해, 고위 공직후보자 인선 자료, 국무회의 자료 등 외치와 내치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 있다.
문건 수로만 무려 180건에 이르고, 그중에는 일반에 공개돼서는 안 될 기밀자료도 47건이나 된다.
최씨한테 아예 국정을 통째로 갖다 바쳤다는 말이 절대 틀리지 않는다.
검찰은 이런 기밀문건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유출됐다”고 밝혔다. 최씨의 도움 없이는 국정운영에서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무능력자가 박 대통령이었음이 더욱 확연해졌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공과 사의 구분도, 국가 기밀의 중요성도 전혀 안중에 없는 공직 부적격자였음도 똑똑히 드러났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이처럼 명백한데도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비난하며 몽니를 부리는 것은 몰염치의 극치다.
이런 기밀자료들은 최씨한테는 국정 농단과 이권 챙기기의 좋은 도구였을 것이다. 정부 인사에 감 뇌라 배 놔라 개입하면서 계속 자신의 입지를 굳혀왔을 게 분명하다. 자신만이 아는 국가 기밀을 토대로 주변에 위세를 한껏 과시하며 여기저기서 돈을 뜯어왔을 모습도 눈에 선하다.
그러나 최씨의 이권 챙기기는 대통령의 외교 기밀문서 유출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된 것에 비하면 약과일 수 있다. 이제 전세계 사람들은 한국의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일본 총리와 나눈 통화 자료 등 극히 민감한 외교문서들을 일개 민간인에게 넘긴 사실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국민이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외치를 계속하겠다느니,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느니 하며 고집을 부릴 텐가. 모든 것을 떠나 기밀문서 유출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이 사퇴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 2016. 11. 2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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