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민폐 대통령’과 그 공범들

道雨 2016. 11. 21. 13:00

 

 

 

‘민폐 대통령’과 그 공범들

 

 

 

촛불이 들불로 번지는 요즘, 초등학생 아들과 광장에서 주말을 보내면서, 2012~13년 그때의 기억들이 나를 자꾸 괴롭힌다.

박근혜 후보의 위선, 문고리 3인방의 전횡, ‘비선 실세’ 최순실에 대한 경고음을 들었지만, 너무 은밀한데다 그들 내부의 권력투쟁 요소가 강해 더 깊이 파고들지 못했던 것에 대한 뒤늦은 후회다.

2012년 8월22일, 지금은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틀 뒤, 당 출입기자들과 밥을 먹자고 해 모인 자리였다.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꿈이 없었다면 출마할 필요도 없었다. 제가 정치를 한 목표이기도 하지만 대선 출마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재수 끝에 후보가 된 그는 이런 다짐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선 많은 이들이 조심스레 경고음을 냈다.

환관 권력이 문제다. 그들이 박근혜 후보의 결정에 너무 영향을 미친다. 선거대책위 회의에 들어와, 메신저를 넘어 결정자 역할을 한다.”

2012년 10월21일, 선대위 핵심 간부는 하소연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한 장관도 그 시절 “문고리 3인방이 다 해먹는다. 너무한다. 박근혜 후보의 일정도 안 알려주고, 후보가 이들과 어디서 뭘 하는지 통 모르겠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대통령직인수위 출범이 임박한 2013년 1월3일 밤 만난 친박계 의원은 ‘최순실의 전횡’을 경고했다.

사람들은 정윤회가 아직도 박근혜 당선자 주변에 있다고 하는데, 정윤회는 최순실과 부부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멀어졌다. 이제 최순실이 다 한다. 당선자의 옷, 머리까지 최순실이 모두 책임진다.”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사람도 있었다. 한 친박 의원은 2012년 10월29일 말했다.

박근혜 후보에게 원칙이란, 결국 자기 이익이다.”

하야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을 감싸는 새누리당 고위 인사도 당시엔 “주변 측근과 사람 보는 눈이 없는 후보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몇몇 의원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면 그나마 남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깎일 것이다.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미래를 예견했다.

이제 와 무슨 말이냐 싶을 것이다. 먼저 이들의 경고음을 근본까지 파헤치지 못한 데 대한 자괴감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주변, 이 정부 권력의 핵심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박 대통령이 비정상적 권력 행사의 몸통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함께 누린 공범들’이라는 얘기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2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가 존재하는 가장 큰 사명은 국민의 삶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부패와 비리에 어느 누가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히 다스리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런 그가, 이제 ‘비리의 주범’, 피의자가 됐다. 국민에게 짐이 되는 ‘민폐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도 헌정질서를 들먹이며 버틴다. 먹고살기도 힘겨운 우리를 주말마다 광장으로 불러낸다.

단순한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 앞에서 30여분을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하며 광장에 나선 수많은 사람들, 칭얼대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광장을 지키는 부모들, 책가방 메고 광장에 선 중고생들…. ‘잠이 보약’이라는 박근혜 대통령, 여전히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정치적 공범들’이 그들의 외침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거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박근혜가 몸통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국민행복 약속 그런 거 필요 없다, 최소한 국민에게 짐이 되는 민폐 대통령은 싫다, 그만 물러나라는 얘기다.

 

 

신승근, 라이프 에디터,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