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이재용 승계’ 위해 국민연금 동원했나

道雨 2016. 11. 24. 10:53




‘이재용 승계’ 위해 국민연금 동원했나

 


검찰이 국민연금공단 전주 본부와 삼성 미래전략실 등을 23일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공단이 불합리한 이유와 절차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찬성표를 던진 일과, 삼성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거액을 지원한 일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2대 주주이던 국민연금공단은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합병 성사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무리의 연속이었다.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해 국민연금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을 상황이었다. 의결권 행사 조언 전문기관들도 ‘반대’를 권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각계 인사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고, 투자위원회만 열어 합병 찬성을 밀어붙였다.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열기 전 인사를 단행해 위원을 교체했다.


국민연금이 가입자의 돈을 날려가며 이렇게 무리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뒷받침할 증언도 일부 나왔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한 위원은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한테서 (합병에) 찬성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 지인을 통해 ‘청와대의 뜻이다. 찬성을 표시해 달라’는 전화도 받았다”고 <한겨레>에 털어놓은 바 있다.

이제 청와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밝힐 차례다.


이런 일이 삼성과 아무런 거래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연관된 삼성의 3세 승계에 결정적인 열쇠가 되는 사안이었다.

삼성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했고, 정유라씨를 위해 따로 35억원을 지원했다. 그 무렵 이재용 부회장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비밀리에 만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삼성으로 하여금 재단 등에 지원하게 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에 해당할 것이다.


이와 별개로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할 이유가 있다. 권력과 재벌의 유착은 시장 경제질서를 흔들고, 국가기구를 병들게 한다. 오랜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진상을 명백히 드러내야 한다.

재벌한테만은 약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검찰은 이번 수사에 특별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 2016. 11. 24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71664.html?_fr=mt0#csidx274d0b4f736c3a285580a9b97d367d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