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결단 압박하는 ‘법무장관·민정수석 사퇴’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쪽은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이 검찰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발표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씨 사건의 공범으로 적시한 데 대해 김현웅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으리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일면만을 드러내는 주장일 뿐이다.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은 검찰에 맞서 더 이상 ‘피의자 박근혜’를 방어할 수 없다는 고백인 동시에, 박근혜 정권이 안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을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어느 정권이든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동시에 사표를 냈다는 건 유례없는 일로, 그만큼 현 상황이 위태롭고 급박하다는 뜻이다. 특히 민정수석에 임명된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은 최재경 수석의 사의 표명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 수석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서 사의를 표명한 건 아니다. 사정을 총괄하고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필하는 (민정수석의)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을 수사하는 검찰과 맞서는 데 무력감과 부담을 느꼈기 때문일 것으로 검찰 내부에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유야 어떻든 ‘피의자 대통령’을 방어하기에 힘이 부쳤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의 동반 사표는 권력의 두 축이 한꺼번에 빠진다는 의미이고, 정권 핵심부의 동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 방어의 최전선이 무너졌는데, 앞으로 누가 ‘비리 대통령’을 앞장서 지키겠냐는 전망이 나오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이미 탈당 행렬과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김현웅·최재경 두 사람의 사표는 정부와 청와대 내부에서도 ‘피의자 박근혜’를 지키려는 노력이 소진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불법적 행동과 비리를 옹호하는 데만 신경 쓴다면, 이미 공직자로서의 자격은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그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정권 핵심부에서 이반은 시작됐고, ‘박근혜 정권’은 내부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그나마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
모두가 등을 돌리는 볼썽사나운 상황에 몰리기 전에, 박 대통령은 국민 뜻에 따라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
[ 2016. 11. 2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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