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엽에 고문’ 나종인씨, 30년만에 간첩혐의 무죄..법원 “고문으로 허위자백”
추재엽 전 양천구청장 등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로부터 고문을 받고, 반공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나종인(79)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가 간첩혐의를 받은지 약 30년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나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군보안사령부에 불법 구금된 상황에서, 변호인과의 접견도 금지된 채, 고문에 의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했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장기간의 구금과 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했다”면서 “피고인의 동생, 누나, 부인 등 친인척들도 국군보안사령부에 연행돼 불법 구금을 당해, 피고인이 친인척들을 지키기 위해 검찰에서도 허위 진술을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씨는 1961년 6월 북한에서 누나의 권유에 따라 월북해 공작지령과 금품을 받아 귀국해 군사기밀을 수집한 뒤, 1965년 9월 월북해 활동상황을 보고하고, 다시 한국에 들어와 1973년까지 북한공작원 임모씨로부터 공작지령을 받은 등의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나씨는 1984년 10월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연행돼 수사공작활동 협조를 이유로 석방됐으나 수사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1985년 4월 연행돼, 약 3개월간 구타,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뒤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나씨는 같은 해 8월 유죄를 인정 받아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1986년 3월 확정됐다.
나씨는 1998년 1월 출소해 2015년 3월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 해 12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당시 북한에서 누나를 만나 그의 권유로 2차례 북한에 다녀온 적은 있으나, 북한 체류 당시 각종 간첩지령과 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본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모두 불법구금 상태에서 행해진 고문에 의해 작성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나머지 증거들 역시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나씨는 지난 2012년 보안사령부 수사관 시절 고문 사실을 폭로하려한 김병진씨를 간첩으로 지목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재판을 받던 추 전 구청장에 대해, “자신도 피해자”라며 서울고법에 탄원서와 진정서를 낸 바 있다.
추 전 구청장은 2013년 4월 징역 1년3개월의 형을 확정받아 당선이 무효가 됐다.
김지현 기자 kim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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