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말이산 고분서 '별자리' 나왔다.."아라가야 천문사상 확인"
함안 가야유적 발굴현장 공개..."가야무덤서 첫 별자리 확인"
인근 왕성지서는 무기와 특수건물지 확인..."왕성 방어군대 거주 추정"
아라가야 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별자리' 그림이 발견됐다. 무덤 천장 한복판 덮개돌에 새긴 별자리다.
가야 무덤에서 별자리는 처음으로, 옛 아라가야인의 천문사상을 엿보게 하는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함안군과 (재)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조사 중인 경남 함안군 가야급 도항리 936번지 소재 '함안 말이산 13호분'(사적 515호)에서, 네 벽면을 온통 붉게 채색한 구덩식 돌덧널무덤 덮개돌에서 125개 별자리를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13호분은 말이산 고분군의 중앙,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봉분 규모도 직경 40.1m 높이 7.5m에 달하는 아라가야 최대급 고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가 한 차례 조사한 적이 있으나 유물 수습 수준이었다.
100년 만에 재개된 이번 조사에서는 13호분이 붉은 채색을 입힌 이른바 주칠(朱漆)고분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무덤방 내부 4개 벽면은 먼저 점토를 바르고 그 위에 적색 안료로 채색했다.
돌방무덤에서 주로 보이는 붉은 채색고분이 시기적으로 앞서는 돌덧널무덤에서 확인된 것도 처음이다.
무덤방도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 최대급 규모로, 도굴구멍에서 수습한 유물 연대로 보아 5세기 후반대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덤방을 덮은 덮개돌 아랫면에서는 125개 별자리 그림인 성혈(星穴)이 발견됐다. 크기와 깊이가 제각각으로, 각각 다른 성혈 크기는 별 밝기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혈을 새긴 면을 주인공이 안치된 무덤방 중앙부에 배치한 것을 보면, 무덤을 축조할 당시부터 이렇게 구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사단은 "성혈이 고분 덮개돌 윗면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되기는 하지만, 무덤방 안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옛 아라가야인들의 천문사상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월 확인된 인근 아라가야 왕성지 추가 발굴조사에서는 망루, 창고, 고상건물, 수혈건물, 집수지로 추정되는 특수목적 건물지가 다수 발견됐다.
현재 확인된 건물지는 모두 14동으로, 중앙 빈터를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돼, 왕성 내부 공간 구조에 대한 의도적인 기획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건물지 중 10호 건물지는 판석을 세워 긴네모꼴의 정교한 건물터를 조성하고, 길이 5m 부뚜막도 설치했다.
가야 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구조로, 고대 건축사 연구에도 도움이 될 자료다.
이밖에 여러 수혈(구덩이식) 건물지에서는 쇠화살촉, 쇠도끼, 비늘갑옷편 등 일반적인 집자리나 건물지에서는 볼 수 없는 유물들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이것으로 보아 수혈건물지는 철제무구로 무장한 군사집단이 왕성을 방어하고자 상시적으로 거주했던 시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함안=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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