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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소녀상 철거, 일단 중지... 당국 "해결책 논의해보자"

道雨 2020. 10. 14. 12:04

베를린 소녀상 철거, 일단 중지... 당국 "해결책 논의해보자"

 

'소녀상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 접수... 법원 판단 기다려야

 

 

    ▲  독일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논란을 보도하는 <베를리너 차이퉁> 갈무리.

 

독일 수도 베를린 당국이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를 하자고 나섰다.

베를린 미테구의 슈테판 폰 다쎌 구청장은 13일(현지시각) 소녀상 철거 명령에 항의 시위를 하는 시민들 앞에 나와 "법원에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되어 소녀상을 당장 철거할 수 없게 됐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식적으로 철거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으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독일 내 한국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의 가처분 신청으로 집행이 중지되자, 이 기회를 통해 대화로 갈등을 풀어보자는 것이다.

다쎌 구청장은 "최근 며칠간 위안부와 관련한 한국과 일본의 역사 갈등에 대해 많이 배웠다"라며 "특히 시민들의 참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구청의 임무는 평화로운 공존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이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미테구에서는 독일 내 공공장소로는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에 세워지고 제막식이 열렸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가쓰노부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철거를 요청했다.

결국 "한국과 일본 간의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소녀상 철거를 명령했고, 일본 정부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철거 명령에 반대하는 청원이 쏟아졌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접수되면서 미테구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다만 다쎌 구청장은 일본 정부의 끈질긴 로비와 압력 때문에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많은 일본인 시민으로부터 소녀상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받았다"라며 "(일본 정부가 아닌)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 주정부에서도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라고 밝혔다.

베를린 유력 지역신문 <베를리너 차이퉁>은 이날 다쎌 구청장이 속한 녹색당과 베를린 시장이 속한 사민당도 소녀상 철거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마지못해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했지만, 우익 세력과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막으려고 한다"라며 "이들의 압력으로 (독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소녀상 설치가 무산됐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테구는 국제적 분쟁의 무대가 됐다"라며 "소녀상 철거 여부는 독일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현(yoony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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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압력에도 소녀상 지켜낸 독일 교수 "베를린 결정 충격적"

 

독일 프랑크푸르트 교육문화센터 하우스 암 돔에 지난해 10월28일부터 올 1월13일까지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풍경세계문화협회 제공

 


독일 베를린 한 자치구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은 한국뿐 아니라 독일 내 지식인 사회에도 충격을 안겼다. 요아힘 발렌틴 괴테대 기독교문화이론 겸임교수는 지난 13일 경향신문과 동영상 인터뷰에서 “일본의 행태는 과거 독일의 전쟁범죄 부정 방식과 유사하다”며 “한국 정부가 독일 관료를 만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렌틴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프랑크푸르트 소녀상 전시를 주관한 인물이다. 현지 한인단체 풍경세계문화협의회가 잇따른 소녀상 설치 무산으로 난항을 겪자, 발렌틴 교수는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프랑크푸르트 도심의 주요 문화공간인 교육문화센터 하우스 암 돔에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당시에도 일본의 지속적 철거 압력이 있었지만, 발렌틴 교수는 소녀상 전시를 예정된 기간 내내 지켜냈다.

베를린 미테구는 지난 13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따라,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소녀상 철거 작업을 일시 보류하기로 했다. 철거 입장은 철회하지 않았다. 발렌틴 교수는 “소녀상은 공중 도덕을 해치거나 질서 및 문화를 방해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서 2차 세계대전 피해자를 상징할 뿐”이라며, 베를린 자치구의 이번 결정에 “매우 놀랐고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발렌틴 교수는 미테구청의 소녀상 철거 결정은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속적 철거 압력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프랑크프루트에 소녀상을 설치했을 때에도 (일본 측의 압력을) 경험했다. 이번엔 독일 수도인 베를린, 그것도 공공장소에 소녀상이 설치되게 돼 일본이 더 큰 정치력을 동원했을 수 있다. (일본 측이) 접촉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급인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에게도 연락한 것으로 안다. 광범위한 정치적 방해 행위를 독일 정치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발렌틴 교수는 지난해 프랑크프루트에 소녀상을 설치했을 때 독일 내 일본 교민사회와 일본 정부 등으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다. 그는 “논쟁적 전시 경험이 많지만, 이러한 전방위적 철회 압력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 주재 일본 총영사도 발렌틴 교수에게 소녀상 철거를 위한 만남 제안을 했지만, 그는 전시가 끝난 뒤로 만남을 미뤘다.

일본 총영사가 티타임 자리에서 소녀상을 바라보는 일본 시각을 들려줬다. 그것은 1950~60년대 (전범국)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올바른 기억을 방해했던 방식과 유사했다. 나는 총영사에게 ‘기억은 죄책감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 피해자와 역사를 만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해줬다.”

국내에선 한국 외교부와 주독일한국대사관이 소녀상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발렌틴 교수는 “소녀상 설치를 놓고 두 그룹이 접근해오는데, 하나는 한국 시민단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본의 총영사”라며 “한국 정부가 독일 관료들을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저질렀던 만행의 역사를 부정할 경우 형사 범죄로 간주한다. 독일 등 유럽 10여개국이 도입한 ‘홀로코스트 부정죄’가 그것이다. 적극적으로 전쟁범죄 청산 작업을 진행하는 독일이지만, 발렌틴 교수는 “전쟁 피해자의 기억으로 역사를 세우는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발렌틴 교수는 “나치에 복무했던 부모와 조부모 경력을 부인하는 일이 여전히 벌어진다. 나치에 빼앗긴 유대인의 집을 파악하는 일 등, 발굴해야 할 전쟁범죄 영역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할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기억을 피하거나 부인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외에도 1940년대 일본의 군국주의와 파시즘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범죄 피해를 양산한 국가주의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 소녀상은 현재 괴테대 사회학관으로 자리를 옮겨 설치돼 있으며, 내년 1월까지 이 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발렌틴 교수는 프랑크푸르트 소녀상 전시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독일 관람객들이) 위안부 문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정치적 메시지의 측면에서만 성공적인 것이 아니라, 대화와 정보공유의 공간으로 기능했다. 소녀상을 우리 교육문화센터에 모실 수 있어서 기뻤다.”

요아힘 발렌틴 독일 괴테대 겸임교수는 경향신문과 지난 13일 동영상 인터뷰에서 “일본의 소녀상 철거 압력은 과거 독일의 전쟁범죄 부정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가톨릭통신사(kna) 제공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