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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윤 충돌’에 가려진 검찰개혁 본질 살려야

道雨 2020. 12. 4. 11:04

‘추-윤 충돌’에 가려진 검찰개혁 본질 살려야

검찰 권한분산·정치중립 시대적 과제
‘민주적 통제’ 하되 ‘절차적 정당성’ 필요
검찰개혁 비전·의지로 국민 설득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윤 총장 징계 절차는 징계위라는 최종 단계를 앞뒀지만, 개최 시기가 오는 10일로 재차 연기됐다. 두 사람의 갈등과 힘겨루기가 도드라지면서, 정작 본질인 검찰개혁 문제는 희석되고 있다. 보수 야당·언론은 검찰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면서 검찰개혁의 당위성까지 흔드는 모양새다.

 

검찰개혁은 수십년 동안 당위성이 강조됐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시대적 과제다.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 분산, 오남용 방지를 위한 민주적 통제, 정치적 중립 확보 등 개혁 방향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에도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강력히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개혁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수사 결과나 재판 진행 상황을 볼 때 과잉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나아가 윤 총장은 정치적 언행을 위험수위까지 높여갔다. 윤 총장은 ‘국민의 검찰’을 강조하지만 지금처럼 국민들로부터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검찰총장은 일찍이 없었다.

 

추미애 장관과 여권의 대처 역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3일 발표된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조사 결과에서,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들어간 데 대해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50%,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0%로 나왔다.

검찰개혁의 맥락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추진해야 할 일을, 몰아붙이기 식으로 서두른 탓에 ‘총장 찍어내기’로 비치는 역효과를 자초한 것이다.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또다른 중립성 침해 논란을 부르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서 벗어남이 없어야 한다.

이번 징계 절차에 임하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검찰의 중립과 공정성, 권한 오남용 방지 등 검찰개혁의 지향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이 같은 원칙에 비춰 윤 총장은 자신의 언행에 과오가 없었는지 돌아보고, 추 장관도 징계 절차와 내용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번 징계 사태는 정치권력과 검찰의 관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행위 규범과 관련해 미래에 경계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일신의 안위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당장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근시안적 태도는 국민의 엄중한 평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태의 귀결점 역시 검찰개혁이 돼야 한다. 이제 남은 절차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하되, 정부·여당은 검찰개혁의 비전과 검찰의 중립성 보장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천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한 방안일 수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제도적 과제도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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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72733.html#csidxcddfb335bdbbac3b2169a066782da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