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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조회가 불법 사찰?…몰래 출국하다 걸린 ‘김학의’ 잊었나

道雨 2020. 12. 7. 12:50

출입국 조회가 불법 사찰?…몰래 출국하다 걸린 ‘김학의’ 잊었나

 

▲2019년 3월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가 제지당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은 경호원과 비슷한 외모의 가족을 앞세워 취재진을 따돌리려고 했다. ⓒJTBC 캡처

 

 

법무부가 검찰의 판사 불법 사찰을 이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하려고 하자, 야당인 국민의힘은 법무부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법사위 소속 유상범, 조수진 의원은 12월 6일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법무부 일선 공무원을 동원해, 공직 공무와 관련 없는 민간인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사찰 전모를 담은 공익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은 법무부 출입 공무원들이 김학의 전 차관이 긴급 출국 금지되기 전인 2019년 3월 19일 밤부터 3월 20일까지 총 177회의 실시간 출국 정보 및 실시간 부재자 조회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법무부 직원들이 국가의 중요 정보 통신망 중 하나인 출입국 관리 정보시스템을 불법 이용한 것만으로도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첩보영화 같았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한밤 출국 사건

국민의힘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출국조회가 불법 사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불법 사찰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작년에 벌어진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건을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3월 22일 밤 11시 인천공항 티켓 카운터에 한 남성이 와서 23일 0시 20분에 방콕으로 가는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해외로 여행을 가면서 사전 예약도 없이 한 밤중에 1시간 20여분 뒤에 출국하는 항공권을 구입한 남성은 누가봐도 수상했습니다. 이 남성은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특수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출국심사를 마치고 항공기를 탑승하는 제1여객터미널까지 무사히 왔지만, 탑승 직전 법무부 출입국관리공무원들에 의해 출국이 제지됐습니다.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알게 된 검찰이, 내사 대상자로 입건해 긴급 출국금지 요청을 한 것입니다.


<출입국 관리법>

제4조의6(긴급출국금지) ① 수사기관은 범죄 피의자로서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며,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제4조제3항에도 불구하고 출국심사를 하는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2.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


출입국관리법 제4조를 보면, 수사기관은 범죄 피의자로서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경우,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소식이 전해지자, 취재진들이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취재진들은 흰 마스크에 안경을 착용한 남성이 김 전 차관인 줄 알고 “왜 몰래 출국하려고 했느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김 전 차관이 아니었습니다. 남성 뒤편에서 선글라스와 목도리를 착용하고 경호원들과 함께 있던 남성이 김 전 차관이었습니다.

나중에 김 전 차관 측은 외모가 비슷하고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했던 남성은 가족 중 한 사람이었고, 경호원 2명은 만약에 경우에 대비해 부른 사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은 마치 첩보영화와 같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교묘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출국 작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김 전 차관은 “해외 도피 의사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학의 출국금지 2차례나 기각한 검찰

김학의 전 차관이 출국하기 사흘 전, 검찰이 두 차례나 출국금지 요청을 기각했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의 도주를 우려해 출국금지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특수강간 혐의를 빼라’면서 이를 두 차례나 기각했습니다. 당시 검찰이 밝힌 기각 사유는 ‘여성들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황당한 논리였습니다.

김 전 차관이 출국하기 전인 2019년 3월 19일과 2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근무 중인 법무관 2명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출국에 실패한 김 전 차관이 언론에 출국금지 여부를 미리 알아봤다고 주장했지만, 출입국 사무소에는 본인이나 변호인이 확인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8일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다음날인 19일 출입국 조회가 이뤄진 정황을 볼 때, 누군가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알려주고, 이를 토대로 출국을 시도한 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 특별수사단이 재수사를 했지만, 2019년 11월 22일 1심 재판에서 김학의는 성접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검찰의 부실수사가 김 전 차관을 무혐의로 만든 것입니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법정구속)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이 지목한 한 민간인을, 대통령이 미워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법 사찰했다. 반민주적인 작태”라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친자 관련 주민등록 등본을 한 차례 열람했다고 공무원 3명이 실형을 살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김학의 전 차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은 정,재계가 유착된 범죄 사건이었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개인적인 신상털기였습니다. 내부 정보망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비슷하지만,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 차원과 사찰로 나눠서 봐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김학의 출입국 조회가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김학의 사건을 전면적으로 재수사하거나 국정조사를 하는 것도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차원에서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임병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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