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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

道雨 2021. 6. 26. 11:50

"은퇴 후 재취업하면 국민연금 깎인다?"

 

굳이 전문직 종사자, 거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국민연금 개시 연령인 65세 이후에도 재취업 등을 통해 월 수백만원의 수입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원래 약속한 국민연금에서 일정 금액을 깎아서 지급한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 탓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위한 것이지만, 돈벌이를 하는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역차별이나 불이익으로 느껴질만한 하다. 최근 여당에서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법안이 발의돼, 퇴직자들의 오랜 불만사항이 일부나마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 400 벌면 국민연금 2만3000원 깎인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는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납입한 사람이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이 됐을 때 월 평균 소득금액이 '최근 3년간의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A값'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5년 동안 소득구간에 따라 일정 금액을 감액하는 제도다. 배우자나 자녀의 수 등에 따라 지급되는 부양가족연금도 받을 수 없다. '최근 3년간의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A값'은 매년 변동되는데, 올해 기준으로는 253만9734원, 연봉으로는 3048만원이다.

 

253만원이 넘는 수입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감액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월 평균 소득은 근로소득과 부동산 임대를 포함한 사업소득만 가지고 산출한다. 퇴직금이나 양도소득,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연금 소득은 뺀다.

 

또 총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 1200만원을 빼고, 사업소득에서도 필요경비를 제한다. 근로소득만 있을 경우 연봉 4203만원, 월급으로는 350만2629원부터 감액대상이 된다.

 

소득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연금 삭감액도 덩달아 커진다. 월급여 기준으로 350만~458만원은 초과소득월액의 5%, 458만~563만원은 '5만원+100만원을 초과한 소득월액의 10%', 563만~668만원은 '15만원+200만원을 초과한 소득월액의 15%' 식으로 삭감율이 올라간다.

다시 말해 원래 월 10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 경우, 월 350만원까지의 일자리는 연금 삭감이 없다. 월급 400만원이 되면 연금 100만원 중 2만3010원을 삭감한 97만6990원만 지급한다. 월급 500만원이 되면 100만원의 국민연금 중 90만3970원만 받을 수 있다. 월급이 600만원이 되면 36만9030원이나 삭감되게 된다.

 

은퇴 후에도 소득이 많으면 연기연금…1년마다 7.2%씩 연금 불어나

 

국민연금은 은퇴 이후 일정 수준의 생활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낸 만큼 돌려받는 일반 금융회사의 연금저축, 연금보험과는 성격이 다르다. 65세가 넘어서도 일을 하고 있는 고령층 재직자에게 국민연금을 깎아서 주는 것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이다. 연금수급연령 이후에 다른 소득이 있는 노인에게 혜택을 덜 주고,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수급자에게 연금을 감액 지급해, 국민연금의 기금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국민연금 삭감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은 연기연금이다. 연금 개시 시점을 늦추는 것이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최장 5년까지 연금 개시 시점을 늦출 수 있다. 연금 개시 시기를 1개월 늦출 때마다 0.6%씩, 연간으로는 7.2%의 연금이 증액된다. 65세에 월 100만원을 받는 은퇴자가 연금 지급시기를 5년 미루게 되면 연금액은 월 136만원으로 증가한다. 연기연금은 연금액의 50~90%만 지급시기를 미루는 것도 가능하다. 늘어난 연금 금액을 사망할 때까지 계속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생활에 무리가 없는 정도의 소득이 발생한다면 연기연금을 고려해볼만 하다.

 

은퇴 후에도 소득이 많으면 연기연금…1년마다 7.2%씩 연금 불어나

 

                   * [출처 = 국민연금공단]

 

재직자 국민연금 감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령층의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는다는 점이다. 체력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벌어놓자며 일터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국민연금을 삭감하는 데 대한 정서적 반발도 적지 않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정부의 고령층 취업 활성화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부터 운영됐던 재직자 국민연금 감액제도는, 꾸준한 개정을 거치면서 점차 감액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바뀌어왔다. 가장 최근의 개정이었던 지난 2015년에도, 연령별 감액비율을 국민연금 A값 초과소득월액에 따른 구간별 감액방식으로 바꾸면서, 감액폭이 크게 줄었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초과소득월액 100만원 미만 수급자를 국민연금 감액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월 350만원인 감액 기준을 450만원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 법안의 혜택을 받는, 일하는 노인들은 지난해 말 기준 4만1762명이다. 국민연금을 삭감당하고 있는 8만6031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김성주 의원은 "노인 단독가구는 월평균 130만원, 노인 부부는 21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한데, 노령연금으로만 노후 소득을 충당할 수 있는 사람은 17%에 불과했다"라며 "생계를 목적으로 소득 활동에 종사하는 수급권자의 연금액을 감액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