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창고 '동곡박물관'...국보급 유물 '공민왕 황금잔' 등 2,500여점 소장
* 동곡박물관 전시실 전경./광주=박호재 기자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사립박물관(광산구 어등대로)이, 소장 규모나 유물적 가치에 있어서 웬만한 공립박물관을 능가할 정도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역사학계나 문화계의 눈길이 뜨겁게 쏠리고 있다.
보문복지재단(이사장 정영현)이 운영하는 동곡박물관은 2020년 12월 문을 열었다. 보문고등학교 설립자인 정형래 선생의 호를 따서 이름을 붙였으며, 학교 초입에 건물을 짓고 100평 규모로 상설전시실과 기획 전시실을 꾸몄다.
* 고려시대 찬란한 금속공예기술을 느낄 수 있는, 고려 31대 공민왕릉에서 출토된 국보급 황금 유물./광주=박호재 기자
그해 12월 11일 개관과 동시에 마련된 개관 특별전 ‘고조선에 조선까지 展’은 관련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고조선에서 조선에 이르는 장구한 시대의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개개의 유물들이 민간 사립박물관의 소장품이라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가 출중했기 때문이다.
특별전에 첫 선을 보인 150여점의 전시물에 전문학자들은 한 결 같이 탄사를 보냈다. 고조선 시대의 대표적 유물인 비파 형동검, 세형동검, 간돌검을 시작으로, 삼국시대, 남북국 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근대의 꼭두 유물까지 망라돼 있다.
국내 불과 20여 점의 고구려 불상 중에 3점이 전시됐고, 현존 유물이 8점 남아있을 뿐인 조선시대 ‘목각탱화’와 조선 초기에 제작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처음으로 공개돼, 문화재 연구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 현존 유물이 8점 남아있을 정도로 희귀한 조선시대 목각 후불탱화 '아미타여래설법상'./광주=박호재 기자
도자유물도 한국의 도자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삼국시대 도기를 비롯해 고려청자, 고려백자, 분청사기, 조선백자 등 다양하다.
특별전의 전시품들을 탐사한 김대환 교수(상명대학 석좌교수)는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정수로 알려진 ‘공민왕 황금유물 6점’과 ‘청동제은상감식소라’는 찬란했던 고려 금속공예의 세계적 수준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하며 "특히 ‘금제용두화형잔’은 유물의 중요도 때문에 국립조폐공사에서 복제품을 만들어 영구보존하고 있는 국보급 유물이다"고 가치를 인정했다.
개관일로부터 2021년 9월 현재까지 상설 전시되며, 꾸준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들고 있는 150여 점의 전시물은, 그러나 동곡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들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동곡박물관 보물창고에는 아직도 2,500여 점에 달하는 유물들이 세상의 빛을 보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동곡 정형래 선생으로부터 정영현 보문복지재단 이사장에 이르는, 2대에 걸쳐 수집된 희귀 문화재들이다.
* "사립박물관이지만 컬렉션 규모나 문화재적 가치가 국립박물관에 뒤지지않는다"고 박물관의 유물 현황을 소개한 임보라 학예사./광주=박호재 기자
정 이사장은 "지난 10여 년 간 옛 문화재에 매료되어 다양한 분야의 유물과 근대사 자료를 수집해왔다"고 말하며 "그 노력의 소산이 박물관이라는 결실로 맺어져 뜻 깊게 생각한다"고 감회를 밝혔다.
품고 있는 유물콘텐츠가 찬란한 만큼, 동곡박물관의 보물창고지기인 임보라 학예사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26일 오후 전시관을 안내한 임 학예사는 "사립박물관이지만 컬렉션 규모나 문화재적 가치에 있어서 국립박물관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곡박물관은 앞으로도 1년에 2~3차례 보물창고를 조금씩 열고 기획 또는 상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을 맞을 계획이다. 박물관이 펼쳐 낼 다음 전시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더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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