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비리(공직,사업,언론,기타)

대장동 실체 담긴 ‘정영학 녹취록’ 검찰발 보도와 많이 달랐다

道雨 2023. 1. 16. 13:41

대장동 실체 담긴 ‘정영학 녹취록’ 검찰발 보도와 많이 달랐다

 

‘천화동인1호 배당금 절반 그분 것’ 등 언론이 대서특필한 김만배 발언...녹취록 전문엔 없다
정영학 녹취록 이재명 21번 등장했지만, 김만배 "수익 배분 대상은 '유동규 본인'"
남욱·정영학 "우리 힘의 근원은 검찰...만배형 박영수가 불러왔다"
검찰, 이재명 정조준 했지만 끝내 드러나지 않은 연관성

 

 

 

김만배 자해로 중단된 '대장동 재판' 13일 재개

 

 

                            *  '뉴스타파'가 12일 오후 홈페이지에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회계사 정영학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대장동 멤버들 유동규·김만배·남욱

 


12일 대장동 의혹의 핵심 증거로 쓰여온 '정영학 녹취록'을 '뉴스타파'가 1,325쪽 전체 분량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가운데 역시 해당 녹취록을 입수한 'MBC'와 '오마이뉴스' 보도가 잇따랐다. 아울러 그동안 검찰발로 흘러나온 보도들과 상이한 점도 많았다.

 

해당 녹취록엔 2012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대장동 일당’이 사업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탁한 정치인과 법조인의 실명이 들어있다. 정영학씨는 2021년 9∼10월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협조 차원으로 녹취록을 제출했고, 핵심 증거로 사용됐다. 

 

이날 이들 매체의 보도를 발췌해 보면 검찰이 수사의 종착지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정했지만, 녹취록에서 '이재명' 이름만 여러 차례 대장동 일당들의 입에 거론됐을 뿐 수익이나 돈에 대한 연관성은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정영학녹취록을 뛰어넘는 증거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야만 이재명 대표를 옭아 넣을 수 있어 향후 수사나 재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선 MBC는 이날 보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모두 스물 한차례 언급됐는데, 대장동 사업에 대해 보고받은 정황은 보이지만, 수익이나 돈과 관련해선 언급된 게 없었다"라며 "다만, (당시) 이재명 시장이 애초부터 이들을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하려 한 것 같진 않다"라는 녹취록 대화를 밝혔다.

 

이 무렵 남욱 변호사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시장님이 진짜 왜 이렇게 싫어하냐" 묻자, '너네를 많이 싫어한다' 답하는가 하면, 2020년 김만배씨가 "사업권을 우리가 뺏어갈지 이재명도 몰랐고, 시행사도 몰랐다"고 회상하는 대목도 나온다"라는 대장동 일당들의 녹취록 대화다.

 

MBC는 이어 "2013년 남욱 변호사는 유동규 본부장이 돈을 받은 뒤 '2층도 알아서는 안되고, 우리 둘만 평생 가지고 가자'했다고 전한다"라고 대화 내용을 밝혔다.

 

매체는 또 "재작년 김만배씨는 '유동규 본인이 6백억만 가져간다고 해서 7백억 준다고 했다'면서, 수익배분 대상을 '유동규 본인'이라 말한다"라고 덧붙이면서 "성남시청 2층에는 시장실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같은날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녹취록 안에는 대장동 일당이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이 적나라하게 들어있다. 남욱·정영학씨에게 검찰은 "우리 힘의 근원"이었고 "만배형은 박영수가 불러왔다"라는 것으로 김만배씨가 대장동의 모든 중심에 있었다는 내용이다.

 

매체는 "이 녹취록에는 안 나타나지만, 남욱·정영학 등이 '검찰을 우리 힘의 근원'이라고 꼽을만한 정황은 사실 또 있다"라며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의 경우는 검찰이 제대로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 주임검사는 윤석열 현 대통령이다. 그때 제대로 수사가 이뤄져 이들의 자금줄이 끊겼다면 '4천억짜리 도둑질'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고 전했다.

 

지난 2014년 11월 5일 오후 1시 15분 통화에서 남욱은 유동규의 말이라며 이렇게 전했다. 

 

"4천억짜리. 4천억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 야, 이거는 문제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거다."

 

              *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 중. "우리 힘의 근원" "저희가 검찰은 붙잡고 있기 때문에

 

 

 

이날 전문을 공개한 뉴스타파에 따르면 녹취록 전반부에는 대장동 업자들이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고위 법조인들에게 청탁하고, 사업을 따내기 위해 유동규나 성남시의회 의원들에게 접근해 수억대 뇌물을 전달하는 과정이 드라마같이 펼쳐진다. 

 

후반부에는 대장동 사건의 최대 쟁점인 천화동인 1호의 차명 지분 소유자와 6명의 실명이 나오는 ‘50억 클럽’, 이들에게 수백억 원에 이르는 돈을 어떻게 줄지 모의하는 과정이 자세히 담겼다. 그런데 그동안 ‘단독’을 달았던 언론 보도 일부가 ‘오보’였거나 근거가 '희박'했음이 드러났다.

 

매체에 따르면 대표적인 게 2021년 10월 9일 자, <김만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란 제목의 동아일보 단독 보도다. 김만배가 2019~2020년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알지 않느냐'란 취지로 말한 사실이 정영학 녹취록에 담겨 있다고 썼다. 

 

 

* 동아일보 기사(2021.10.9일자). 이날 동아일보는 정영학 녹취록에 김만배가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알지 않느냐"라고 말한 대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거의 모든 언론이 '대장동 그분'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보한 1325쪽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의 이와 같은 발언이 없다. 

 


당시 거의 모든 매체들이 김만배씨의 이 발언에 대한 검증 없이 ‘그분’을 추적하고 '이재명'으로 유발시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1,325쪽 정영학 녹취록에는 이 같은 김만배씨의 발언은 없다고 뉴스타파가 전했다.

 

또한 최근 상당수 언론은 ‘김만배가 2025년에 유동규네(이재명 측에) 지분을 넘기겠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남욱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이런 김만배의 발언이 정영학 녹취록에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로 향하던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김만배씨에서 끊긴 상황이다. 유동규, 남욱 등 대장동 일당의 진술 번복으로 이 대표의 측근이 구속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탔으나,검찰의 전방위 압박에도 김씨가 진술을 바꾸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면서다. 

 

김씨의 자해로 중단됐던 대장동 사건의 재판이 13일 다시 열린다. 이 사건의 공판이 열리는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김씨가 검찰과의 거래설이 불거진 다른 대장동 일당처럼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지 앞으로의 재판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 정현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