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라임 술 접대' 검사 3명, 1년 6개월 동안 징계 안 받았다

道雨 2023. 2. 14. 09:50

'라임 술 접대' 검사 3명, 1년 6개월 동안 징계 안 받았다

2021년 8월 대검 감찰위 각각 면직·정직·감봉 의결... 법무부, 의원실 질의에 "징계 절차 진행"

 

 

2019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검사 3명에 대한 징계가 의결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지난 1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검사 3명의 징계여부를 질의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현재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검찰총장이 징계를 청구했는지, 법무부가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의결 과정에 대해서도 질의했지만, 법무부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도 관련 내용을 지난 9일 법무부에 질의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이 전·현직 검사들에게 술 접대를 제공했다고 처음 폭로한 때는 2020년 10월이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2021년 8월 형사 처분 여부와 관계없이 내부 감찰을 토대로 검사들이 부적절한 술자리에 참석했다면서, 나의엽 검사에겐 면직, 유효제 검사에겐 정직 3개월, 임홍석 검사에겐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각각 의결한 바 있다. 검사의 징계는 법률상 검찰총장이 징계를 청구하면, 법무부가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확정한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해당 검사 3명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를 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2020년 10~12월 동안 검찰 수사가, 2021년 상반기 동안엔 법무부의 감찰이 이뤄졌고, 2021년 8월엔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징계 의결에 진행됐지만, 특별한 조치 없이 통상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검사징계법 제24조에 따르면 징계 사유에 관해 기소된 때에는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징계심의를 정지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술 접대를 받은 3명의 검사 중 기소된 검사는 나의엽 검사가 유일하다. 나 검사 경우, '관련 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징계 심의를 정지한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나머지 유효제·임홍석 검사의 징계 절차를 중단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술접대 폭로가 처음 나온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도 2020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조사 결과를 보고 확정된 사실을 가지고 (입장 표명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021년 2월과 3월, 2022년 10월 등 여러 차례 성명을 내,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현직 검사들의 직무상 윤리 위반을 확인하고도 공식 사과와 철저한 징계 등의 후속조치가 전무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검사 2명 불기소 처분 이유서도 '공개 거부'

검사 2명에 불기소 처분을 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남부지검의 구체적인 불기소 이유서도 밀실 속에 갇혀 있다. 법무부는 이 사건 불기소 이유서를 요청한 김 의원실에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제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횡령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769억3540만 원의 추징 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앞선 이 사건 결심 공판에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40년과 추징금 774억354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2020년 10월 입장문(술 접대 사건 폭로)을 발표해 검찰이 저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압박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임 술 접대 검사 사건'은 2020년 10월 김 전 회장의 폭로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해 1000여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된 김 전 회장은, 언론에 공개편지를 보내 정치인, 검사 등에게 로비를 한 정황과 검찰이 수사·기소 재량권을 이용해 자신에게 수사에 협조할 것을 협박하거나 거래하려 한 정황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2019년 7월께 서울 청담동 소재 룸살롱에서 검사 출신 이주형 변호사와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나의엽, 유효제, 임홍석 검사다. 김 전 회장은 이후 이주형 변호사를 선임한 후 실제 라임 사건 수사가 더 진행되지 않았고, 당시 남부지검 라임 사건 수사책임자가 이 변호사를 통해 '여당 정치인과 청와대 강기정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검찰총장에게) 보고 후, 조사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준다'는 말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기막힌 술값 계산법 만들어 제 식구 감싼 검찰 

서울남부지검은 2020년 12월 이주형 변호사와 나의엽 검사만 부정청탁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전체 술값은 536만 원이 결재됐지만, 유효제·임홍석 검사는 밴드와 유행접객원이 오기 전 자리를 떴기에 총 접대비가 100만 원을 넘지 않아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밴드와 접객원 비용 55만 원을 제한 481만원을 참가자 수 5명으로 나누면 각자의 접대비는 96만 원으로 계산된다는 게 검찰의 셈법이었다. 

자리에 계속 있던 3명은 나머지 55만 원을 3명으로 나눈 18만여 원을 각각 더해 접대비가 114만 원으로 산정됐다. 그러나 이마저 1심 법원 심리를 거치며 100만 원 아래로 다시 산정돼 지난해 9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나의엽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의 접대비가 93만9167원으로 계산돼, 형사처벌 대상 기준인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항소해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4부에 사건이 접수됐다. 2심 첫 공판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