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소환 “신뢰 훼손”이란 감사원, 남은 신뢰 있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전현희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한술 더 떠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심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공수처의 소환 통보에 유감을 나타냈다.
참으로 뻔뻔하다.
유 총장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함께 공수처 수사의 ‘핵심 피의자’다. 감사원 같은 권력기관이 아니었다면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또 감사 대상자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득달같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공수처의 소환을 거부하고 수사를 비난하다니, 이 무슨 후안무치한 태도인가.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한 장본인은 최 원장과 유 총장이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지만, 일단 임명된 뒤에는 직무상 대통령과 독립된 위치에서 감사원을 이끌어가야 한다. 직무에 관한 한 대통령의 지시, 감독을 받는 부하가 아니다. 이를 철저하게 지켜야 헌법기관의 권위와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최 원장은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버젓이 말하더니, 실제로 전 정권 공격에 열심인 대통령실의 입맛에 맞게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감사만 줄곧 진행해왔다.
이런 감사원이 ‘권위와 신뢰’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가.
최 원장과 유 총장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 감사’를 주도한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감사위원회의에서 대부분 ‘불문’ 결정이 났는데도, 마치 비위 행위가 있는 것처럼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조은석 주심 감사위원의 결재 없이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심의 전산결재를 조작하는 등 불법을 저질러놓고, 오히려 조 감사위원을 비위 행위자로 몰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가리기 위해, 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된 감사위원을 겁박하고 있다.
유 총장의 공수처 소환 거부는 내년 1월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수사를 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김 처장 후임으로 ‘친윤’ 쪽 인사가 임명되면 감사원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될 수 있다.
감사원은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교묘하게 방해한다는 의심도 받는다. ‘전현희 사건’ 관련 자료를 전산 서버에서 일괄적으로 압수수색하지 않고, 각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일일이 포렌식하도록 한다고 한다.
유 총장과 감사원이 떳떳하다면 공수처 수사를 당당하게 받아야 한다.
[ 2023. 10. 2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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