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총독의 소리’ 맞춰 준동하는 친일파

道雨 2024. 1. 4. 12:21

‘총독의 소리’ 맞춰 준동하는 친일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조선총독부가 보내 드리는 유령해적방송인 ‘총독의 소리’입니다. 총독 각하의 노변담화(爐邊談話) 시간입니다.

충용한 제국(帝國) 신민(臣民)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며 은인자중 맡은 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 여러분,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산하(山下) 생영(生靈)을 맡고 있는 본인의 뜻을 어기지 말라. 나의 마하장병(摩下將兵)이여. 관민 여러분, 식민지의 모든 밀정, 낭인 여러분, 불발(不拔)의 믿음으로 매진하라. 제국의 반도 만세.”

 

최인훈 소설 ‘총독의 소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총독의 소리’는 1945년 일본의 패망 후 조선총독부가 한반도에서 물러나지 않고 지하로 잠입해 활동을 이어간다는 가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해방 후 남북분단과 친일파의 준동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 등을 ‘지하 조선총독부’의 시각에서 도발적이고 풍자적인 언어로 그려낸다.

소설 속 허구를 현실로 가져 온 친일파적 준동들

요즘 친일파들의 준동이 수상쩍다. 아예 내놓고 친일행각을 벌인다. 그들의 노골적인 준동을 보노라면 엉뚱한 상상마저 하게 된다.

‘지하조선총독부’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조선총독이 은인자중 하던 밀정들에게 이젠 정체를 드러내고 활동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닐까? 친일파들이 일본의 공작금으로 매국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국방부가 일선 부대에 배포한 장병 정신교육교재에서 독도를 ‘영토분쟁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한 사실이 밝혀졌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관과 역사관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다. 국방부는 군인들에게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국방부의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내용을 들여다보자.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댜오위다오는 중국・일본 간 영토분쟁 지역이다. 쿠릴열도는 일본・러시아 간 영토분쟁 지역이다. 국방부는 엄연한 우리 영토인 독도를 댜오위다오나 쿠릴열도와 같은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이다. 독도와 관련한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역대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해당 교재에 실린 한반도 지도에서 독도를 지웠다는 점이다. 교재에는 열한 장이나 되는 한반도 지도가 실렸지만 독도는 단 한 곳에도 표기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지우지 않았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혹여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바람을 슬그머니 도와주려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마저 들 정도다.

내놓고 친일파 ‘커밍아웃’한 국방부장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기한 장병 교육교재 사건은 친일파 암약의 의혹을 부채질 한다. 더군다나 그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신원식 국방장관은 일찌감치 스스로 친일파임을 ‘커밍아웃’한 바 있다. 그는 2019년 8월 한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대한제국이 존속한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확신할 수 있나? 일본으로부터 사과도 받고 돈도 받았다. 이제는 잊어버려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그는 자유한국당 주관 집회 연설에서 친일파 이완용을 두둔하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우리는 매국노의 상징으로 이완용을 비난한다. 그러나 당시 대한제국은 일본에 저항했다 하더라도 일본과 국력 차이가 너무 현저해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올해 9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시절, 그는 두 건의 SNS포스팅을 통해 항일 독립투사인 홍범도 장군을 매도했다. 그는 홍 장군의 공산당 전력을 문제 삼으면서 육사 내 흉상 이전을 주장했다.

“1927년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행은 결코 독립투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으며 스스로가 공산주의 이념에 경도돼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무늬만 공산당원’이 아닌, ‘충직하고 뼛속까지 빨간 공산당원’이었다. (중략) ‘반공’의 정체성 속에 태동하고 성장·발전해온 대한민국 육사와 국군이 ‘공산당원 홍범도’를 기리고 추앙케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

설마 지하조선총독부의 새로운 지령이라도 떨어진 것일까? 신원식 장관을 비롯한 친일 성향 인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굴욕 외교도 상식의 궤를 벗어나고 있다. 은인자중 하던 밀정들이 총궐기라도 시작한 분위기다.

친일파와 뉴라이트 세력이 나라를 집어삼킨 형국

친일 커밍아웃이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몇달 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인들이) 무조건 무릎 꿇어야 한다는 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옹호하면서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고 했다. 그 망언들을 일일이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친일 성향의 뉴라이트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과거 뉴라이트 학자들의 싱크탱크인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을 역임했고, 2005년 출범한 뉴라이트 역사단체 '교과서포럼'에서도 활동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뉴라이트 계열 학술단체인 자유민주연구학회와 나라정책연구원을 이끌던 인물이다. 한오섭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은 뉴라이트전국연합 기획실장 출신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렸었다. 그 이름을 일일이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섬뜩하다. 친일파와 뉴라이트 세력이 나라를 집어삼킨 형국이다. 저들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왜곡하고,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미화하고, 신냉전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느라 여념이 없다. 다시 항일운동과 반독재 투쟁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나라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 당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파면시켜야 한다. 정부 요직을 차지한 다른 친일세력들이 어떤 매국행위를 벌이고 있는지도 엄중히 살펴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친일 굴욕외교를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조를 심화 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 스스로 못하면 국회가 저지해야 한다.

국회도 못하면 주권자인 국민이 또 나설 것이다.

 

 

 

박상주 칼럼니스트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