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까지 ‘뉴라이트’로 채우다니
*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왼쪽 셋째)과 광복회 이해석 이사(왼쪽 둘째) 등 광복회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뉴라이트 계열 독립기념관장 제청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광복회가 ‘뉴라이트’라고 지목했던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김형석 이사장이 임명됐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국민 성금으로 건립된 독립기념관의 수장에,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뉴라이트 성향’ 인사가 임명됐다는 건, 참으로 당혹스럽고 기가 찰 노릇이다.
국가보훈부는 김 이사장이 임기 3년의 독립기념관장직에 6일 임명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독립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폄훼하고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인사가 임명을 앞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후보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일제강점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은 일본의 신민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후보 3명을 선발해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구성한 임추위에서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보훈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회장의 기자회견 다음날,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곧바로 김 이사장을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그간 독립기념관장은 설립 취지를 고려해, 독립유공자 후손 가운데 명망 있는 인사들로 임명돼왔다. 하지만 이번 추천 과정에서 김구 선생의 손자, 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의 후손 등이 모두 배제됐다.
이 회장은 김 신임 관장을 겨냥해 “임시정부 역사를 평가절하하며,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시정부로 건국된 것이 아니라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주장”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김 신임 관장은 후보자 면접 당시 ‘일제 식민지배 때 한국의 국적이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일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본의 강제적 국권 침탈과 식민지배를 합법화한 것이다.
특히 후보자 추천 책임자인 오아무개 임추위원장은 김 신임 관장의 재단법인 부설 기관장을 지낸 바 있어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역사 관련 기관 요직에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을 임명해오고 있다.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취임한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로서, 강제동원과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한 인사다.
지난 2월엔 독립기념관 이사에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한 박이택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을 임명했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의 역사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윤 대통령은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가.
[ 2024. 8. 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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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용산에 일제 밀정 그림자 있나"
이종찬 광복회장 MBC 라디오서 "2월부터 계획된 인사 파동... 1948년 건국 주장은 신 친일족"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 계열'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임명된 데 대해, 이종찬 광복회장이 "독립기념관을 1948년 건국기념관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관장은 이 회장이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해, 국가보훈부에 후보 철회를 요구했던 인물이다.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인 이 회장은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독립기념관을 변질시켜, 1948년도 건국기념관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김형석 신임 관장은) 1948년 이전에 우리 국민은 없고 일본 국민만 있었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사람이 독립기념관을 침범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장 추천 과정에서 김구 선생 손자와 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 후손이 배제된 것에 대해 "두 사람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 파동이 2월 이사 선임부터 계획된 것 같다. 그때 위원 전원이 반대했는데,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사 선임을 강행해 버렸다"라며 "용산에 일제 밀정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 아닌가. 뉴라이트는 현대판 밀정"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건국 시점을 1948년으로 보는 뉴라이트 사관을 비판하며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게 1948년 건국 이전에는 나라가 없었다는 얘기"라며 "그러나 나라는 있었고 다만 일본이 강점해 주권 행사를 못했을 뿐이고, 주권을 행사하도록 만드는 것이 독립이라는 게 독립운동가 전체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대통령도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은 오늘 세워진 것이 아니라, 1919년 임시정부가 오늘 이르러 부활한 날'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연원도 1919년부터 기산하라고 했다"라며 "이승만을 팔아서 1948년 건국한 것처럼 만드는 사람들은, (일제) 강점을 합법화시키려는 신판 친일족"이라고 비판했다.
'강제동원' 빠진 사도광산 "동의 못 해"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더했다. 이 회장은 "사도광산으로 피해받은 젊은이들이 많고, 특히 조선 청년들이 많이 희생된 것을 영원히 세계와 더불어 기록하기 위해 유네스코 재산으로 등록한다고 하면 좋은 일"이라며 "그런데 그걸 감추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고, 납득 못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쟁 전 일본은 군국주의 일본, 남의 나라를 침범하는 일본, 우리에게 피해를 준 일본이지만, 전후 일본은 평화헌법을 지키고 민주주의로 가고자 하는 일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전전 일본과 전후 일본을 혼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마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이 이것을 혼동시켜 가면서 장난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전전 일본은 우리에게 피해를 줬지만 전후 일본은 우리가 더불어 같이 가야 하는 일본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다시 밝혀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총신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맡았고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총장, 안익태재단 연구위원장, 통일과나눔재단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다. 국가보훈부가 지난 6일 임명한 김 관장의 임기는 오는 8일부터 시작된다.
복건우(geonwo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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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옹호, 1948 건국설...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역사관
[김종성의 히,스토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블로그에 있는 문제적 글들 살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 겸 고신대 석좌교수를 임명했다. 한시준 현 관장의 후임인 김형석 관장은 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경남 진주 출신 역사학자인 김형석 관장은 건국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총신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를 거쳐 고신대와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등에서 활동했다.
김형석 관장의 역사관은 독립기념관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친일파 백선엽을 옹호하는 데서 그런 특성이 드러난다.
그의 블로그를 살펴보면 백선엽에 관한 글이 많다. 사진으로 제시된 아래의 '기획 시리즈' 코너뿐 아니라 '역사 에세이' 코너에도 그런 글들이 있다. 그중 하나인 2022년 4월 25일 자 <백선엽은 6·25의 영웅인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인가?>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백선엽을 옹호하는지를 보여준다.
떳떳하게 밝히니 친일은 안 했을 것이다?
▲ 김형석 관장의 블로그에 담긴 백선엽 관련 칼럼의 일부. ⓒ 김형석
김형석 관장의 이 글은 2009년에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항일토벌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에 부역한 사실을 근거로, 백선엽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 것을 비판한다. 김 관장은 백선엽이 1980년대와 1990년대 회고록에서 간도특설대 경력을 스스로 소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만약 백선엽이 간도특설대에서 반민족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면 숨기려 했을 터인데, 스스럼없이 몇 번이나 공개한 것은 나름으로 떳떳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동일 것이다."
백선엽이 간도특설대에서 반민족행위를 했다면 이 부대에서 근무한 경력을 스스로 공개했겠느냐는 주장이다. 이런 식으로 친일파를 옹호하면, 자신의 일본군 근무 혹은 중추원(총독 자문기관) 근무 사실 등을 회고록에 남긴 친일파들은 모두 다 면책을 받게 된다.
백선엽이 어떤 생각으로 간도특설대 경력을 스스로 소개했는지는 김 관장의 윗글에도 나타난다. "나름대로 떳떳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동일 것"이라는 문장 속에 그 답이 있다.
백선엽은 1993년 일본에서 펴낸 <대(對)게릴라전, 아메리카는 왜 졌는가>라는 회고록에서, 간도특설대에 대한 자부심을 표시했다. "소규모이면서도 군기가 잡혀 있는 부대였기에 게릴라를 상대로 커다란 전과를 올렸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라고, 자기 부대를 높이 평했다.
백선엽은 간도특설대가 소수정예 엘리트 부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회고록을 쓸 때마다 간도특설대 경력을 빼놓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곳에 근무한 것이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간도특설대 근무 경력을 스스로 언급한 사실을 근거로 '간도특설대에서 친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역사학자가 하기엔 부끄러운 일이다.
▲ 백선엽에 관한 김형석 관장의 블로그 글. ⓒ 김형석
백선엽에 대한 그의 해석이 너무 심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또 다른 대목이 있다. 위 블로그 글에서 그는 백선엽의 회고에 나오는 "우리가 좇은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라는 문장에 대해 언급한다. 간도특설대 장교 백선엽이 친일을 했다는 핵심 증거인 이 문장을 김형석 관장은 이렇게 해석한다.
"이 문장에서 '우리'는 '우리 부대' 즉 간도특설대를 가리키는 말이지, 백선엽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내가 항일 게릴라를 토벌했다'고 하지 않고 '우리 부대가 항일 게릴라들을 토벌했다'고 했으므로, 백선엽 개인이 토벌했다는 증거로는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궤변에 가까운 말이다. 친일은 청산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역사학자라면, 이런 논리 전개가 담긴 글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1948년 건국설 주장... 독립기념관장 자격 있나?
일제강점기 역사인식에 대한 김형석 관장의 문제점은, 친일 문제나 백선엽 평가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이 시기를 바라보는 그의 기본적인 관점에서도 중대한 결함이 나타난다.
정부수립 이후의 역대 헌법들은 1919년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세워졌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일례로 1948년 헌법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선언했다.
1919년에 대한민국을 건립했다는 것은 그때부터 대한민국이 국가 기능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때의 자주독립정신을 대한민국의 이념적 기초로 삼겠다는 의미다. '1919년 대한민국 건국'은 그런 의미다.
그런데도 극우세력은 대한민국이 1919년이 아닌 1948년에 건국됐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도와 정반대다. 항일과 자주독립이 대한민국의 이념적 기초가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독립기념관 관장실에게 찾아가 김형석 관장에게 "대한민국은 언제 건국됐습니까?"라고 물어보면, 그는 아래와 같이 대답할지도 모른다. 2022년 2월 21일 자 블로그 글인 <대한민국은 언제 건국되었나?>에 나오는 문장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에 건국된 것이 맞다."
이 결론을 도출하기 전에 그는 "1919년설의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결정적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가로서의 요건인 국민·영토·정부·주권의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지 못한 망명정부의 한계를 나타낸다."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법통과 정통성을 1919년 3·1운동에 두는 것은, 이로 인해 수립된 임시정부가 국민·영토·정부·주권을 모두 갖췄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날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역사학자가, 네 가지 요건의 결여를 이유로 대한민국의 출발점을 1919년이 아닌 1948년에 뒀다. 3·1운동 정신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그 정신으로 한일관계를 올바로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학자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자신이 쓴 블로그 글에서도 나타나듯이, 김형석 관장은 3·1운동과 친일문제 등에서 문제적 역사관을 갖고 있다. 그의 역사인식은 독립기념관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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