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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지금 거대한 녹조공장... 이런 일은 정말 없었다

道雨 2024. 8. 13. 16:14

낙동강은 지금 거대한 녹조공장... 이런 일은 정말 없었다

 

[현장] 낙동강 상주에서부터 부산까지 전역이 녹조로 뒤덮여 ... 하루빨리 수문 열어야

 

                                합천창녕보에 녹조로 물든 강물이 가득 고여 있다.

   

 

 

긴 장마로 인해 녹조의 발현 시기가 예년에 비해 늦었지만 올해 낙동강 녹조가 심상찮다. 그 양상이 다른 어느 해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늦은 지난 5일부터 낙동강에서 녹조띠가 목격되기 시작하더니 일주일이 지난 11일은 강 전체에 녹조가 창궐했다. 초스피드다. 녹조의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다.

초스피드로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녹조

또 저 맨 상류에 있는 상주보부터 시작해서 맨 하류에 있는 창녕함안보를 넘어 낙동강 하구까지 전 구간에 녹조가 창궐한 것이다. 상주에서부터 부산까지 낙동강 전역이 녹조로 뒤덮인 것인데, 필자의 경험에 한정해서 보자면 낙동강에서 2012년 첫 녹조가 목격되고 거의 처음 있는 일로 보인다.
 

                              대구 달성군 구지의 낙동강 전역이 녹조로 뒤덮였다.

   

                                폭발적으로 창궐한 녹조. 지난 11일 대구 달성군 구지의 낙동강에 번진 녹조

 

 

녹조는 그중에서 특히 대구가 있는 중류가 그 양상이 더욱 심각해 보였다. 딱 낙동강 중류에 해당하는 달성보와 합천창녕보 사이 구간이 특히 심각한데 이 구간은 예년부터 녹조가 극심했던 곳 중의 하나다. 물 흐름이 특히 느리고 거대 도시인 대구에서 내보내는 오염원들의 영향이 큰 것이다.

그런데 녹조는 독이다. 녹조에 포함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해, 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LR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청산가리 6000배가 넘는 독성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 심각한 독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에서 창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낙동강 원수에서 녹조 독이 많이 발생하면 그 물을 정수해서 마시는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진다. 실제 2022년 7월 대구MBC와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공동조사에서 대구 매곡정수장의 수돗물에서 0.281ppb(미국 아동 기준치 0.3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크게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독이 에어로졸 형태로 날려서 공기 중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강 주변은 물론, 지난해엔 낙동강에서 3.7㎞가 떨어진 양산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 0.54ng/m3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는 창원대와 부경대 그리고 영남지역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을 실시한 연구 결과로, 연구진이 비교 대상으로 삼는 미국 뉴햄프셔주 강에서 측정된 에어로졸의 18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설상가상 녹조 독은 낙동강 물로 재배하는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2022년부터 부경대 연구진과 관련 공동 조사를 해 그 조사 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결과에서 '낙동강 물로 재배한 배추, 무, 상추, 고추, 오이 등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올해 녹조의 양상이 더 심각해 조류대발생 단계(조류경보제상 대발생 기준은 ㎖당 100만 개)까지 갔던 2018년 당시 상황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낙동강 전역에서 조류대발생이 발생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전역이 녹조로 뒤덮였다. 지난 11일의 풍경이다. 녹조가 극심했던 2018년 상황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낙동강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안동댐과 영주댐의 녹조가 심각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로 이들 댐 방류수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댐은 지난 7월 말 벌써 조류대발생 단계까지 갔기 때문이다. 정부가 삼고 있는 조류대발생 기준이 ㎖당 남조류 세포수로 100만 셀이 기준인데 지난 7월 26일 안동댐은 110만 셀, 영주댐은 190만 셀까지 측정돼 조류대발생 기준을 훌쩍 초가한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런 진한 녹조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드니 낙동강의 녹조는 더욱 번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도대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란 물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매년 되풀이되는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문제를 도대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 말이다.

"영남인은 마루타가 아니다. 언제까지 녹조 독의 피해를 견디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인가? 당국의 뒤늦기 전에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12일 전화로 인터뷰한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의 말이다. 고령에, 낙동강변에 살고 있는 그는 더욱 애가 타 강조한다.
 

                              11일 대구 달성군 구지의 낙동강에 핀 심각한 녹조

   

 

                              11일 합천창녕보 아래서 유입되는 황강엔 녹조가 전혀 없다. 흐르는 강이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기온이 상승하더라도 강이 흐르기만 하면 녹조는 창궐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막힌 강의 저주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란 것은 상식이다. 강을 막아 놓으니 강이 썩어 녹조로 발현되는 것이다. 그러니 막힌 강을 정상적으로 흐르는 강으로 빨리 만들어줘야 한다.

강의 자연성을 되살려 줘야 한다. 그래야 강이 썩지 않고 힘차게 흘러가면서 자정작용 등을 일으켜 더 맑고 건강한 강물을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다.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낙동강 보의 수문을 즉시 여는 것이다. 치명적인 녹조 독의 백신은 강의 자연성 회복, 즉 낙동강 보 개방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정부 당국은 보를 개방할 수 있는 제반 조치를 빨리 이행하고, 즉시 낙동강 보를 개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녹조는 강의 표면에 주로 피기 때문에 빨리 수문을 열어 녹조를 흘려보내기라도 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지난 9일 상류 구미보도 마찬가지로 진한 녹조로 뒤덮였다. 상하류 가릴 것이 없이 녹조가 창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취양수장 구조개선 사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행해지던 낙동강 등 4대강 취·양수시설 개선비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즉 수문을 열어 낙동강 수위가 떨어지더라도 취양수장의 취수구를 더 아래로 내려서 낮아진 수위에서도 취수와 양수를 할 수 있게 하는 이런 기본적인 조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대책 없는 정부다. 아무리 보수 정부라 해도 국민의 목숨과 안전이 달린 문제다. 이런 문제조차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부, 정말 치졸하고 사악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제반 조치를 하고 낙동강 보를 하루빨리 열어라. 영남인들이 집단적으로 봉기하기 전에."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의 간절한 당부다.
 

 

                                구미보에 녹조가 창궐하자 조금 열린 수문을 통해 녹조 강물이 하류로 흘러가고 있다.

   

  상주보에 핀 짙은 녹조. 지난 9일 상주보의 모습이다. 낙동강 상류에 있는 상주보도 녹조를 피해갈 수 없다.

 

 

 

 

 


정수근(grreview30)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