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주민 “여긴 전시상황…이게 다 윤석열 책임”
“최근 10년간 없던 일…윤석열 탄핵 0순위”
"대북 전단 살포로 깨진 평화…희망이 없다"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단체 보조금 지원
정전협정 체제 관리해야 할 유엔사는 뒷짐만
접경지역 주민의 울부짖음 "생존이 절박하다"
민주 "윤 정부,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 건가"
"민통선 주민에게 대통령 탄핵은 0순위입니다."
강원 철원군에 사는 김용빈 농민회장은, 지난 15일 정오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것을 두고, '정부가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평화롭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16일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일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윤 정부에서는 철원이 분단의 상징이 됐다"고 씁쓸해 하면서도,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현 정권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다.
김 회장은 "시민단체가 뿌린 대북 전단이 날아다니는데 정부는 방조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연결도로까지 폭파했다.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언급처럼, 정부는 남북 관계의 긴장을 고조하고 있는 대북전단을 우회로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실이 통일부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022년과 지난해 자유북한방송의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각각 3900만 원, 3889만 원을 지원했다. 해당 행사의 주관 단체에는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자유북한운동엽합 등이 포함됐다.
자유북한방송이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을 대표해 보조금을 신청하면, 통일부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비용을 지원해준 것이다.
정부가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면서 접경 지역은 뜸하게 있었던 관광객의 발길조차 끊기고 있다.
김 회장은 "이곳은 농촌, 전방 지역이라 특화할 만한 것이 없다. 그나마 지자체에서 관광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상황에 방문객이 올 리가 있나"라며 "최근에 막걸리를 사려고 슈퍼에 갔더니 주인이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 지역 주민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장날에도 사람이 없다"고 탄식했다.
"민통선 지역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문제는 예전엔 이런 일이 우발적이었다면 지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조된다는 점이다. 이젠 희망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도 대북 전단 살포하는 시민단체도 모두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접경 지역도 비슷해 보인다. 서부전선 접경 지역인 경기 파주시 주민들도 전쟁의 공포와 생계 문제를 호소했다. 파주시는 남북 도로연결이 폭파됐던 지난 15일 안보 관광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파주겨레하나 이재희 대표는 "최근 10년 동안 이런 일이 없었다. 관광객은 가끔 막아도 농사짓는 분들을 막진 않았는데, 어제(15일) 오후에는 농사짓는 분들도 다 나왔었다. 말 그대로 전시 상황이었다"면서 "민통선 안에 있는 대성동,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들은 두려움에 떠는 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와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시민단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파주의 슬로건"이라며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평화가 제일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우려에도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메시지만 낼 뿐, 위기 관리는 뒷전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 연결도로가 폭파된 15일, 국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접경 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오로지 '좌파' 탓만 난무했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파주시민의 고통에 대해 "좌파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했고, 같은 당 조승환 의원은 "남북관계의 원인이 대북 전단 발송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남남갈등을 노리는 북한의 작전에 넘어가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전쟁 우려에도 사실상 주민들을 '방치'하면서, 접경 지역 시민단체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은 지난 15일 경기 파주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생존의 문제인 상황까지 왔다"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무인기가 타국 영공으로 침범하는 것은 국제법과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정부가 마땅히 파악하고 통제해야 할 일임에도 이를 차단하지도, 사후 처벌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정권 차원에서의 집행"이라고 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 자주통일평화연대, 한반도평화행동 등 접경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도 같은 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생명을 볼모로 충돌을 계속 조장하겠다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며 "대북전단 살포를 엄정히 조치하고 차단하라"고 했다.
파주시 주민인 윤설현 씨는 기자회견에서 "생계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목숨 부지의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무섭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야권도 정부를 향해 위기 관리에 나서라고 거듭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북측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면서도 "윤석열 정부도 위험한 불장난을 멈추라"고 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북한과 자극적인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를 터지기 일보 직전의 화약고로 만들 셈이냐"며 "윤 대통령은 자칫 전쟁이 나지는 않을까 불안에 떠는 국민은 보이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고통 받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위험천만한 말대결을 멈추고, 위기관리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며 "철통같은 안보 태세를 유지하되, 벼랑 끝의 남북관계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라. 평화야말로 안보이고 민생이고 경제"라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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