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초심 잊었나…금투세 논쟁 유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정치적 논쟁은, 지난 2018~2022년 법 제정 때를 돌아보면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
2018년 말부터 문제점을 가진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함과 동시에 금투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2018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증권거래세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어 2019년 7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현 원내대표)도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입법 과정에서 정부는 좋다고 했고, 금융투자협회 등의 의견도 들었다.
2020년 12월 금투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금투세법은 여야 합의를 통해 제정된 법으로서, 원래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이 예정됐으나, 자본시장 대주주 과세를 10억원 기준에서 50억원 기준으로 상향해 과세를 완화하자는 정부 의지를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함으로써, 2025년 1월 시행으로 유예됐다.
2024년 1월2일 윤석열 대통령은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를 선언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로 돌아섰다. 한동훈 대표도 연일 금투세 폐지를 외치고 있다. 금투세 논쟁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아무 말이 없다.
2024년 7월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투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뒤 금투세 도입을 찬성했던 이소영 의원,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면서 유예론이 급부상했다. 심지어 정성호 의원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최운열 전 의원만이 “금투세, 오히려 투자자에게 친화적”임을 언론을 통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정치권은 금투세 논쟁을 멈추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금투세 시행은 자본시장 세제를 단순화하고 신뢰성을 높이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다음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자본시장 인프라 구축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자본시장 과세 제도에 비해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자본시장 투자자 과세 제도가 자본시장의 인프라라고 볼 때,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손실 과세로 신뢰성이 저하되는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는 것은 요원하다. 자본시장 과세 체계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조세 원칙(공평성, 효율성)을 실현하는 것이 금융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선결 과제 중 하나다.
둘째, 비정상의 정상화로 개인 투자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단순 세수확보를 목적으로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손실에도 무차별적으로 과세하며, 기관 및 외국인에 비해 개인이 압도적으로 많이 부담해 개인들의 담세력에 비해 과도한 조세 부담을 야기한다. 금투세법이 시행되면 이런 문제점이 해소돼 투자자 보호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 거래 비용 절감을 통한 시장 효율성 및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
셋째, 투자실명제의 확보로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 금융실명제는 주로 예금 실명제로 기능해 차명을 통한 예금을 금지시켜 뇌물 방지의 효과를 가져왔다. 금투세는 투자 실명제로 기능해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를 억제해 작전 방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주가조작 세력의 차명을 통한 통정매매 억제, 대주주 등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가능자의 내부자 거래 예방 등 금융범죄 예방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를 내고, 사업자는 사업소득세를 낸다. 그럼 투자자는 투자소득세를 내야 하지 않는가? 금융 투자소득세를 폐지 또는 유예한다면, 근로소득세나 사업소득세도 폐지 또는 유예해주는 것이 공평하지 않은가?
근로자의 근로소득에는 철저히 과세하면서, 투자자의 투자소득에는 과세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은 신뢰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고위공직자는 금융 정책에 관한 발언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 시장과 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무겁게 해야 하고, 행동도 무겁게 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대한민국 금융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상복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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