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소장이 보여주지 않는 계엄 선포의 진실
윤석열 공소장 101쪽 전체 분석 해보니…
피신조서 한 장 작성 못하고 만든 공소장
특정 언론사 단수·단전 지시 등 언급됐고
'국회요원' 궤변 등 반박할 내용 등도 확인
윤석열 병력 동원 지시도 비교적 자세하게
명태균 게이트 등 정치적 배경 설명은 전무
한동훈 체포 이유 등 아무런 언급하지 않아
온전한 진실 밝히려면 특검법 도입할 수밖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101쪽짜리 공소장에는, 12·3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에 해당됨이 명백하게 적시돼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을 장악하려 했던 데 대해 "국헌문란의 목적"이라며 "체포·구금·압수·수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압하여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적었다. 내란죄 요건인 '국헌문란'과 '폭동'을 명시한 것이다.
특히 선관위에서 영장없이 불법으로 이뤄진 '부정선거 음모론' 관련 증거 확보 행위에 대해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했다. 즉, 부정선거 음모론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검찰도 확인한 것이다.
보여주는 것 : 윤석열의 궤변들과 검찰 반박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밝힌 검찰의 공소장에는, 범죄 행위들이 비교적 조목조목 드러나 있다. 윤 대통령과 그의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헌재)에 나와서 내놓는 궤변성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명확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진실공방이 벌어진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재 탄핵심판에 출석해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피고인(윤석열)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 재정부 장관 최상목에게 미리 준비해두었던 비상계엄 선포시 조치사항에 관한 문건도 함께 건네줬다"면서, 윤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 조사 내용을 밝혔다.
특히 검찰은 비상입법기구 쪽지에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할 것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며, '국헌문란' 행위가 계엄 당일 이뤄졌음을 재차 강조했다.
또 검찰은 비상입법기구 쪽지 등을 주고받은 국무회의가 절차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해당 국무위원(11명)이 대통령실로 소집된 이유와 안건의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만 있을 뿐, 비상계엄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무회의의 간사인 행정안전부 의정관에 의한 국무회의록도 전혀 작성되지 않았다"면서, 공소장에 '하자 있는 국무회의' '법령에 위배된 국무회의 절차'라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쪽이, 계엄 당일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궤변에 대해서도, 검찰은 "피고인(윤석열)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모인 국회의원 수가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 정족수에 가까워지자, 재차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하여 '아직도 못 갔냐. 뭐하고 있냐. (본회의장) 문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라고 적었다.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윤 대통령이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것이다.
나아가 검찰은 윤 대통령이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10여 명의 주요 정치인에 대해 체포조를 운영한 사실도 공소장에 명시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하자, 12월 4일 0시 30분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등 3명만 '최우선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이밖에 이번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서는, 윤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의 단수·단전을 지시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대통령 집무실에 함께 있었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를 지시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인 3일 오후 11시 34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 조치상황 등을 확인하고, 11시 37분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엠비씨(MBC), 제이티비씨(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고 했다.
병력을 투입할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주고 받은 대화들도 이전 다른 피의자들의 공소장보다 상세하게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2월 1일 김 전 장관을 불러 '비상계엄을 하면 얼마나 병력 동원을 할 수 있냐'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3만 명 정도 동원이 되어야할 것인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간부로 투입하면 얼마나 되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수방사 2개 대대 및 특전사 2개 여단 등 약 1000명 미만"이라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그 정도 병력이라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면 되겠네"라고 답했다.
이는 처음부터 국회와 선관위를 중심으로 국헌 문란을 일으키는 데 목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소장의 내용은 헌재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숨기는 것 : 명태균, 김건희, 한동훈, 계엄의 동기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된 뒤로, 지금까지 사실상 단 한 차례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체포 당일 대면 조사를 받긴 했지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피의자 신문 조서(피신조서)에 날인조차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공소장은 피신조서 한 장도 없이 만들어지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다른 정치 사건 공소장과 비교해 상당 부분이 숨겨져 있다.
특히 범행 동기와 관련된 부분들은 상당한 의문이 남는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및 주요 군지휘관들의 '사전 모의'와 관련, 검찰은 공소장에서 2024년 11월 9일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 2층 식당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식으로만 단순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대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혹은 어떤 정치적 의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건의 숨은 배경에 대해 공소장은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주요 지휘관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비상계엄을 논의한 11월 9일 닷새 전인 11월 4일, 검찰은 공익 제보자인 강혜경 씨의 PC에서 명태균과 김건희 씨의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 280개를 확보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검찰의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윤 대통령은 11월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며 검찰 쪽에 모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반성없는 대통령의 태도는 성난 민심에 불만 지른 꼴이 됐다.
대국민 담화 직후에도 검찰은 명태균 씨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고, 명 씨는 11월 8~9일 양일간 매우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된다.
이 시기 검찰 쪽에서 이른바 '황금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폐기하라고 명 씨에게 말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겨우 280개 메시지만으로도 정권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황금폰'까지 나온다면 거의 붕괴 위기가 올 수 있는 만큼, 정권 차원에서도 상당히 긴박하게 막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소장은 이러한 당시 배경은 모두 빼고, 한남동 공관에서 대통령과 군인들이 논의했다는 내용으로만 단순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국정 상황에 대한 피고인 등의 인식'에서 검찰은 "2024년 5월 30일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야당이 쟁점 법안들을 단독 처리하면서, 피고인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일이 반복됐다"면서, "2024년 11월 28일 감사원장 및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고, 11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예산안에 대해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등, 정부와 야당의 갈등이 계속 심화됐다"고 정치 상황을 단순화했다.
그러나 이 기간 ▲윤 대통령이 몸통으로 지목받는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과 관련한 특검법 처리 문제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특검법 처리 등이 문제가 됐지만, 이에 대해 검찰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독재자 이승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야당과 갈등을 빚은 것은 22대 국회만이 아니라 21대 국회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이지만, 검찰은 그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비상계엄' '비상대권' 등에 대한 언급이 2024년 3~4월 쯤, 즉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처음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계엄의 대상이었던 '반국가세력' '종북 좌파' 등을 언급한 시기가 자유총연맹 행사가 있었던 2023년 하반기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 준비는 그 훨씬 이전부터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역시 공소장에서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
무엇보다 계엄 당일 10여 명의 체포 대상 가운데 여권 정치인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23년 12월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뒤, 2024년 4월 총선을 치르고, 7월에 다시 당 대표가 되기까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겪었던 깊은 갈등과 연관이 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한 전 대표는 계엄 당일 이재명 대표와 손잡고 계엄 해제 의결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배경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로 모두 빠져 있다.
이밖에 공소장에는 외교안보라인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보다 실세로 평가받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대해서는 언급이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명태균 등이 언급되는 자체가, 김건희 관련 비리를 대놓고 무마한 검찰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인 만큼, 애초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주요 인물들이 빠진 데 대해서는, 내란 가담 군인들만 대거 사법처리 대상으로 상정한 검찰의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사건을 은폐·왜곡하려는 상황에서, 계엄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추후 특검 등을 통해 김건희 씨,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 가족 및 측근, 내각그룹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온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20일로 지정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헌재 등에서 확신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증인도 차고 넘치는 만큼, 피신조서는 없지만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입증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재판의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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