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국정원 댓글부대 출신, 스카이데일리서 활동 중

道雨 2025. 2. 7. 12:21

국정원 댓글부대 출신, 스카이데일리서 활동 중

 

 

 

'국정원 여론조작' 관련자들 활동 확인 돼

'알파팀' 출신 기자, 여전히 극우 칼럼 작성

'반국가세력' 만든 국정원 이론가도 칼럼진

이희천 교수, 이재명엔 종북 낙인 찍으며

계엄을 '계몽령' '어닝 서프라이즈'라 찬양

'KTL 댓글부대 사건' 핵심 관계자도 필진

정보위 관계자 "국정원 OB 활동 살펴볼 것"

국방부도 침묵깨고 "뉴스 사실 아니다" 부인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가짜뉴스를 확산시켜 문제를 일으킨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에서, 과거 국가정보원(국정원)발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기자와 필진 등으로 대거 활동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명박(MB) 정부 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부대 '알파팀' 활동가가 이 매체의 기자로 활동 중이었고, 2015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국정원 KTL 댓글부대' 사건 핵심 관계자도 이 매체의 필진으로 있음이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쪽이 최근 헌재에서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주장한 논리 역시, 국정원 출신 필진이 이 매체에서 처음 전파한 사실도 확인됐다.

 

앞서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부정선거 음모론 기사를 쓴 이 매체 허겸 기자의 배경에, 국정원 퇴직자, 이른바 오비(OB, 올드보이 Old Boy)들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관련 기사).

허겸 기자는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5·18 북한 개입설'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보도 출처를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 부장이라 밝혔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매체 주요 기자와 필진들도 과거 국정원발 여론조작 사건 관계자들인 전력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12·3 내란 사건과 '부정선거 가짜뉴스' 사건, 뒤이어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폭동사건까지 온갖 사회 혼란이, 그릇된 신념으로 무장한 일부 국정원 정치 파벌들의 치밀한 정보공작 활동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진다.

 

 

국정원 알파팀 출신 정치전문기자

 

<워치독> 취재 결과, <스카이데일리>에서 기자로 활동 중인 오주한 씨는, 과거 국정원 여론조작 민간인 댓글부대 '알파팀'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알파팀은 MB정부 시절 운영된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이다.

MB정부 국정원은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 이후, 온라인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외곽 조직을 비밀리에 육성했다. 알파팀은 2009년 말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조직원들은 극우단체 활동가나 극우 매체 기자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명맥을 이어왔다.

알파팀 일부 조직원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태블릿PC 조작설'을 퍼뜨리는 활동을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워치독>이 국정원 여론조작 댓글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통해 받은 제보와 각종 인터넷 추적 기록 등을 종합하면, 필명 '구국간성'으로 활동한 오 기자는, 2009년 알파팀 해체 이후 주로 개인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극우 여론을 전파해왔고, 2011년에는 국정원 댓글 공작에 동원된 탈북자 단체 'NK 지식인 연대'의 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확인된다.

 

2017년 <JTBC> 관련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퍼뜨리다 언론의 비판 보도로 잠시 입길에 오르던 그는, 2018~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여의도연구원 부위원장을 역임해 느닷없이 정치권 인사가 되기도 했다.

알파팀 활동을 바탕으로 극우 정당까지 활동 반경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 JTBC가 보도한 알파팀 팀원 오주한 기자의 블로그 화면. 2025.2.7. JTBC 방송화면 갈무리

 

 

 

결국, 오 씨는 2020년 이후에는 <스카이데일리> 정치기자로 변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최근 문제가 된 부정선거 음모론 기사를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칼럼과 기사를 통해 여전히 극우 성향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오 씨는 지난달 14일 SNS에서 "'무안공항 참사' 명칭을 두고 여론이 분분하다. 야당을 중심으로는 '제주항공 사고' 등이 대체로 쓰인다"며 "야당과 밀접한 역사가 있는 무안공항을 대중들 뇌리에서 지우고 참사를 사고로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고 적었다.

 

5일자 칼럼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25만 원 지급은 국민의 돈을 거둬 국민에게 나눠 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에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야당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 등을 두고, '1인 독재 예행연습'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전 국민 25만 원 지원'에 대해 "공동 분배와 이에 따른 1인 독재는 결국은 전 국민의 '평등한 공멸'로 직결된다"고 썼다.

 

 

윤석열 '반국가세력' 원조 칼럼니스트

 

<스카이데일리>에서 활동하는 일부 필자들도 국정원 발 여론조작 사건 전력이 확인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희천 전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담당 교수다.

이 전 교수는 27년간 국정원에서 근무했으며, 국정원의 '종북몰이' 여론전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책 <반대세의 비밀>의 저자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언급해 온 '반국가세력' '종북좌파' 척결 프레임을 만든 원조격으로 불린다.

이 전 교수가 쓴 <반대세…>는 실제 박근혜 정부 원세훈 국정원장 '말씀 교재'로 불리면서, 국정원 직원 교육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교수는 <반대세…> 외에도 야당이나 진보 진영을 종북으로 묘사한 책을 다수 출간했는데, 상당수의 책들이 실체 없는 '유령 출판사'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나 국정원이 출판을 통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뉴스타파> 등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 실체 없는 유령 출판사가 펴낸 '반대세의 비밀'. 이 책의 저자인 이희천 교수는 윤 대통령이 언급해 온 '반국가세력' '종북좌파' 척결 프레임의 원조격으로 불린다. 이 책은 실제 박근혜 정부 원세훈 국정원장의 말씀 교재로 불리면서 국정원 직원 교육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5.2.5. 워치독설 방송 갈무리

 

 

 

극우 진영에서 '스타급 강사'로도 통하는 이 전 교수의 영향력은 최근까지 이어져, 국정원 OB들과 현 국민의힘 의원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상임고문단과 육군3사 총구국동지회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주최·주관한 '대세-반대세, 이희천의 재집권전략' 특강에는, 강사를 맡은 이 전 교수뿐 아니라, 권영해 전 안기부장 등 국정원OB 인사들과 함께, 국민의힘 강민국, 김성원, 성일종, 조배숙, 한기호 의원 등 참석했다.

 

아울러 특강 이후 이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13일부터 2월 3일까지 약 5개월 동안,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비밀'이라는 시리즈 칼럼을 90편 가까이 <스카이데일리>에 연재했다.

이 전 교수는 칼럼에서, '국회 장악한 경기동부연합…가속 페달 밟는 중' '이재명은 이석기 경기동부연합의 조직원'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재명 대표를 종북 좌파처럼 악마화 하고, 윤 대통령 내란을 노골적으로 옹호했다.

 

지난달 9일 작성한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갓석렬, 우리가 지킨다'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젊은 층에선 (계엄령이) '계몽령'이란 이야기까지 나옴"이라고 쓰면서 "부정적이던 여론이 서서히 돌아서기 시작했음을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는 '계몽령'이란 표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여서, 윤 대통령 쪽이 <스카이데일리>를 보면서 방어논리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전 교수는 윤 대통령이 벌인 내란 사건을 두고 "국민을 깨우쳐 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준 '신의 한 수', 소중한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역시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주장한 윤 대통령 쪽 변호인단과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이다.

 

* 지난해 8월 1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희천 전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담당 교수 특강에 참석한 국정원OB와 현역 국민의힘 의원들. 2025.2.5. 스카이데일리 홈페이지 갈무리

 

 

 

국정원 'KTL 댓글부대' 의혹 관계자도 필진 

 

이 밖에도 <스카이데일리> 필진으로 참여하는 인물 중에는, 국정원 '댓글부대 의혹'을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글로벌기술정보 용역사업의 핵심 관계자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도 확인됐다. 

해당 의혹은, 국가기관인 KTL이 나랏돈 15억 원으로 '그린미디어'라는 소규모 신생 업체에 용역을 발주해, 국정원과 자유총연맹 등과 연계한 첩보활동 정보를 배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업무 방식과 내용 등에 의문을 품어온 내부고발자들이, 언론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보하면서 그 실체가 폭로됐다.

파문이 커지면서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KTL 댓글부대'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그린미디어가 당시 KTL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민 소장은 당시 업무 인솔을 맡은 인물로, '국정원 댓글공작'으로 의심받은 해당 용역사업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 당시 민 소장 아래 용역에 참여한 핵심 인물 대부분도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속으로, 보수 성향 사이트 여러 곳에서 기자로 활동해 온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누리집을 보면, <스카이데일리>에 지방자치행정 평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평가 등에 대해 기고하고 있다고 스스로 홍보하고 있다.

국군 정보사 대위 출신인 민 소장은, 국정원 입사를 희망하는 수험생들을 상대로 다년간 국가정보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국정원 입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정보위 관계자 "국정원 OB 활동 등 살펴볼 것"

 

과거 국정원 여론조작에 연루됐던 인물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 매체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것은, 단순 우연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외에도 과거 국정원 댓글부대인 알파팀과 같은 민간인 외곽팀원들이 극우 단체나 극우 매체에서 기자 활동을 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알파팀 팀장이었던 김성욱 씨는 국정원 지시로 보수 논객의 글을 유통하는 '언론닷컴'을 운영했고, 최근엔 극우 개신교 기도회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알파팀 팀원 홍아무개 씨는 한국자유연합 사무총장, 인터넷 매체 '노컷일베' 발행인 등을 거쳐 현재도 여러 극우 단체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스카이데일리 본사. 2025.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다만 <스카이데일리>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내란 세력을 뒷받침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국정원 등 정부 정보기관과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 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야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스카이데일리>에서 활동하는 인물들 뒤에 국정원 OB가 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워치독>은 과거 국정원 여론조작과 관련된 이들이 어떻게 한 매체에서 활동하게 됐는지, 실제 국정원이나 국정원 OB 등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등을 묻기 위해 <스카이데일리>에 문의했지만, 매체 관계자는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오 기자에게도 전자우편 등을 통해 관련 질의를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스카이데일리>발 가짜뉴스에 거리를 두고 침묵을 유지해왔던 국방부도 해당 매체의 보도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서,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주한미군이 이미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밝힌 대로, 해당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mindle1987@mindlenews.com

김성진·조하준·허재현·김시몬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