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폐왕성터서 16만ℓ 집수시설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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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동아세아문화재연구소는 2일 오전 거제시 둔덕면 거림리 해발 326m의 우봉산 자락 폐왕성터에서 현장설명회를 갖고 성 주둔병력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집수시설인 연지(蓮池) 흔적과 발굴품 등을 공개했다.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4층 계단형식의 연지는 평평한 돌을 쌓아올린 축성형태, 출토유물로 미뤄볼 때 통일신라시대 초에 만들어진 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초에 걸쳐 연차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지의 규모는 직경 16.2m, 깊이 3.7m에 달해 물 16만6천ℓ를 저장할 수 있으며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멍이 없어 빗물을 받아 성내에 공급하는 시설로 보인다고 발굴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연지 아래 뻘층에서는 토기와 청자접시, 기와, 청동그릇 파편과 화살촉, 구유, 멍에, 괭이, 목제망치, 소뼈 등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걸친 유물 수백여점이 발굴됐다.
심종훈 전임연구원은 "연지는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초에 축성된 후 이곳으로 유배를 왔던 고려 의종때인 12세기 후반에 재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연지 발굴은 폐왕성의 역사적 가치를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도기념물 제11호인 폐왕성터는 1170년 고려 의종때 정중부 등이 무신의 난을 일으키자 의종이 이곳으로 쫓겨와 쌓은 성으로 알려져 있고 '왕이 왕위에서 쫓겨나 쌓은 성'이라고 해 폐왕성으로 불린다.
성에서는 통영과 거제의 좁은 수로인 견내량 수로를 굽어볼 수 있고 주변에는 의종이 배를 타고 건넜다는 전설을 간직한 '전하도목'(殿下渡目)이라는 지명과 '고려골'이라는 고려인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아 있다.
성둘레가 약 550m로 일부 성곽이 복원돼 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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