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기차역] 부산 기장역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 잘 가꾼 정원같은 역 |
역 앞에는 연보랏빛 수국이 살포시 피어 있다. 동해 남부선에 위치한 부산 기장역은 아파트 숲 사이에 둘러싸인 아담한 역이다. 역이라기 보다 꼭 정성들여 잘 가꾼 정원같다.
기차를 타고 무심히 지나칠 때는 기장역이 이렇게 아름다운 역인지 몰랐다. 플랫폼에 내려서는 순간 왜 이제서야 이 역에 왔나 하는 안타까움이 몰려온다.
기장역은 이용객도 많고 정차하는 기차도 상당하다. 하루 55회 정도 기차가 정차하고 500명의 승객이 기장역을 이용한다고.
기자가 기장역에 도착했을 때는 김상열 과장과 정재훈 역무원, 오태자 열차 운용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김 과장은 고향도 기장이고 벌써 세 번째 기장역에서 근무 중인 이곳 토박이다.
그는 기장역이 1932년 문을 열었고 1952년 한국전쟁 때 공비습격으로 역 건물을 새로 지었다고 자세히 설명해준다.
아울러 그는 서울로 가는 새마을호 기차가 매일 6회씩 출발한다고 지역 주민들에게 많이 이용해 줄 것도 당부한다.
기장역은 지금 역의 역사를 담은 '기장역사(驛史)'를 전자 책자로 만드는 일을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은 정 역무원이 전담하고 있다. "시대에 맞게 역사(驛史)를 새로 만드는 거죠. 오래된 사진이나 역에 대한 정보도 첨부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증기기관차 시절 승객들 모습, 여고생들이 역구내 돌줍기 운동에 참여한 사진 등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니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하다. 사진을 보고 신기해하자 김 과장은 1960년대 기차 통학 시절 이야기를 해준다. "새벽에 어머니가 갈분가루를 먹여 빳빳하게 다려준 교복이 기차만 타면 시커멓게 변했죠. 연기에 그은 객차 벽에 교복을 문지른 탓이죠." 김 과장의 추억 이야기에 정 역무원도 함께 웃는다.
플랫폼으로 나오니 바람에 출렁이는 코스모스가 장관이다. 화단에는 직원들이 가꾼 탐스러운 가지 고추 토란 등이 가득하다. 기자가 역 곳곳을 사진에 담고 있을 때에도 오 열차 운용원은 세심하게 역 화단을 가꾸고 있었다.
김 과장은 "역을 찾는 승객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정말 기장역을 찾은 사람들은 화분이며 화단 구경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역 앞에는 기장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바다가 근처라 싱싱한 해산물이 천지다. 한 노점 아주머니는 기장 건멸치 맛 좀 보라며 인심좋게 한 줌을 쥐어준다. 짭쪼름하면서도 고소한 멸치를 씹으며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오로지 역만을 구경하기 위해 들러도 아깝지 않을 곳, 기장역이다. 역 인근의 장안사나 용궁사를 들러 볼 수도 있다.(051)721-7788 취재협조=한국철도공사 부산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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