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 `울림의 비밀'

 

 

 

 에밀레종 `울림의 비밀'

 

(대전=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 신라 천년 불교의 애틋한 설화가 담겨져 있는 `에밀레종(국보 제29호.성덕대왕 신종)'의 비밀이 현대 과학기술로 그 베일을 벗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양한(58) 교수는 16일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있던 `엑스포 대종'을 대전시청 앞 종각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종과 종의 아래 지표면에 파인 울림통(명동)의 깊이에 따라 종의 울림소리에 변화가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엑스포 대종 아래 울림통의 깊이를 110㎝에서 70㎝, 50㎝, 30㎝로 각각 변화를 주면서 종소리를 측정했는데, 종을 타종할 때 처음으로 발생하는 종소리의 고유 주파수(74.9㎐)와 울림통을 거쳐 나오는 주파수가 일치할수록 종소리의 감쇠량이 작았다.

실제로 울림통의 깊이가 110㎝때 울림통의 주파수(47.2㎐)와 종 고유의 주파수간 차이는 27.7㎐로 70㎝(50.5㎐)때 24.4㎐, 50㎝(62.0㎐)때 12.9㎐, 30㎝(65.2㎐)때 9.7㎐로 그 차이가 줄었다.

대신, 종소리 성분의 음압 감쇠량(dB)은 울림통의 깊이가 낮아질수록 5.07dB, 4.97dB, 4.87dB, 4.85dB로 각각 줄어들며 종소리가 더 오래 지속됐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그동안 종의 울림통은 종의 소리를 오래 유지하는 데 일정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실제로 울림통의 깊이 변화에 따라 종소리의 변화를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울림통에서 나는 주파수와 종을 첫번째 쳤을때 발생하는 주파수 차이가 줄어듦에 따라 종소리의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실험 결과는 대전시에 통보해 엑스포 대종의 설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덕대왕 신종의 경우도 종소리가 더 멀리, 오래 퍼질 수 있도록 신라 장인들이 울림통의 깊이를 여러차례 조정해가며 울림통을 팠을 것"이라며 "이번 측정 결과를 토대로 봤을 때 현재 깊이가 30여㎝인 에밀레종의 울림통은 최소 1ｍ가량 되야 종소리가 가장 오래 지속되며 긴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엑스포 대종은 지름 2.3ｍ, 높이 3.9ｍ, 무게 23.6t 규모로,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를 기념해 성덕대왕 신종(지름 2.27ｍ, 높이 3.75ｍ, 무게 18.9t)과 유사한 크기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