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판사들이 봐도 ‘불평등 조약’인 한-미 FTA

道雨 2011. 12. 3. 15:10

 

 

 

    판사들이 봐도 ‘불평등 조약’인 한-미 FTA
 

 

엊그제 인천지방법원의 김하늘 부장판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불평등을 지적하며 대법원에서 재협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에 하루 만에 170명이 넘는 판사들이 공감하는 댓글을 달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법부 안에서 이제야 협정을 재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 의견이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그렇지만 사법주권을 위협하는 협정에 대해 사법부가 나서서 제동을 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판사들이 지적한 협정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협정의 법적 효력이 불평등하게 적용되며, 분쟁해결 절차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는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협정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벌어진 찬반 논란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법률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사법부로서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법적 불평등은 협정의 법적 지위를 두 나라가 다르게 두는 데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선 대외조약을 특별법으로 인정하는 헌법 규정에 따라 협정이 가장 우선 적용되는 법률이 된다. 이와 달리 미국은 연방 법령은 물론이고 주법보다도 아래인 행정협정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미 의회는 지난달 10일 통과시킨 협정 이행법에서 자국 법령과 충돌하는 협정의 모든 규정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우리 국회에선 협정과 충돌하는 모든 국내 법령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협정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협정과 관련한 법적 분쟁을 제3의 국제중재기구에 넘기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우리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빼앗는다.

협정과 충돌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조처는 물론이고 법원 판결까지도 미국 투자자와 기업의 제소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모든 판단과 결정의 기준을 국내 헌법 가치와 법률이 아니라 협정에 따른 미국 투자자의 이익에 맞춰야 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삼권분립의 원칙을 들어 협정에 대한 판사들의 의견 개진을 부적절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협정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위한 형식논리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사법주권을 무시하고 협정을 밀어붙인 만큼 이제 이를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다.

 

협정 발효를 서두를 게 아니라 사법부에서 제기된 이 문제부터 철저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