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사법주권’ 이어 ‘법률 해석권’까지 위협받는 사법부

道雨 2011. 12. 5. 14:35

 

 

 

 ‘사법주권’ 이어 ‘법률 해석권’까지 위협받는 사법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대한 ‘법적 해석권’은 어디에 있는가.

 

당연히 사법부에 있다. 대외조약도 국내 법률과 동등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프티에이가 발효되면 사법부의 법률 해석권도 침해될 것으로 보인다. 에프티에이 발효 이후 한-미 통상대표로 구성되는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을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외교통상부가 최근 박주선 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드러났다.

외교부는 ‘한-미 에프티에이의 공동위원회가 내린 협정문 해석이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를 묻는 박 의원실 질의에 ‘조약 체결 경위 등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법원은 공동위원회의 결정 또는 해석에 이르게 된 근거나 판단을 상당부분 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표현은 상당히 완곡하게 했지만 에프티에이 발효 뒤 구성될 공동위원회의 해석을 법원이 받아들여야 할 것임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행정부가 사실상 사법부의 법률 해석권까지 행사하는 셈이 된다.

입법부의 검증이나 견제도 제대로 받지 않고 협정을 체결한 행정부가 협정문의 해석 권한까지 갖는다는 것은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로 ‘사법주권’이 위협받게 될 상황에서 사법부의 ‘법률 해석권’까지 통상관료가 갖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교부가 법원을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 것은 부적절한 표현일 뿐 아니라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다. 비록 법원이 조약 체결 경위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를 마치 ‘법률적 해석’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잘못이다. 법원에도 국제조약 해석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있는 만큼 공동위원회의 해석을 법원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 안에 한-미 에프티에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자는 김하늘 부장판사의 제안이 큰 호응을 얻어 곧 대법원장에게 청원서를 전달한다고 한다.

대법원장은 일선 판사들의 이런 우려를 받아들여 이른 시일 안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길 바란다.

태스크포스가 구성되면 사법주권 침해 문제뿐 아니라 협정문 해석권 논란 등 그동안 제기된 여러 사안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와 함께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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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의 조약해석권 훼손” 비판
 

 

 

외교부 “법원 FTA 전문성 충분치 않아…행정부 해석 존중할 것”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국내 법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해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아 양국 정부의 협정문 해석을 상당히 존중할 것이라는 의견을 최근 국회에 밝혔다.

이런 통상교섭본부의 견해는 사법부의 해석권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박주선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자료를 보면, ‘한-미 에프티에이의 공동위원회가 내린 협정문 해석이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외교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에는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이 국내법 체계 내에서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 여부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지만, 조약체결 경위 등에 관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법원은 공동위원회의 결정 또는 해석에 이르게 된 근거나 판단을 상당 부분 존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구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위원회는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두 나라의 행정공무원으로 구성되며, 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협정 개정검토하고 협정을 해석할 권한도 갖는다.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심판하는 중재판정부는 공동위원회의 협정 해석과 결정을 따라야 한다. 한-미 협정 제11.22조를 보면, ‘협정 규정의 해석을 표명하는 공동위원회의 결정은 중재판정부에 대한 구속력을 가지며, 중재판정부가 내리는 모든 결정 또는 판정은 그 결정에 합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외교부는 “공동위원회 결정은 합의로 이뤄져 두 나라 대표들은 국내 의견을 반영한 공식 입장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우리 법원은 국제거래 전담재판부를 따로 두고 있고 국제적으로 조약 해석에 상당한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며 “소송사건이 발생하면 법관이 공동위원회의 의견을 경청하겠지만 그 견해를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것은 독립된 권한”이라고 말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투자자-국가 분쟁에서 한국 법원의 해석과는 상관없이 양국 행정부의 해석을 따르도록 한 것은 삼권분립과 견제·균형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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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발효되면 통상교섭본부장 ‘막강 권한’
협정 감독·수정·해석권까지
 

 

미 USTR대표와 공동위 구성, 견제할 수단조차 없는 상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정부조직법상 대외 교섭을 담당하는 기관이지만, 한-미 자유
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이 위원회에서는 △협정의 이행을 감독하고 △협정을 수정하며 △협정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협정과 관련해서는 양국의 통상관료가 행정·입법·사법 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위원회의 결정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견제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부터 우리 통상당국은 월권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며 조세체계를 고칠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는데, 한국 자동차 관련 세제를 변경하겠다고 미국 쪽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한-미 협정 검토보고서에서 “정부는 조세의 변경이 자신의 권한이 아님을 미국 쪽에 밝히고 거부했어야 함에도, 세제개편을 약속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사법권까지도 도전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우선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대상에 사법부 판결도 포함된다. 우리 국민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판결에 대한 도전’을 외국 투자자에게는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외교부는 법해석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만 따져 사법주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서 “외교부가 사법부의 재판권을 빼앗아 제3의 중재기관에 넘겨준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게다가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중재기관도 통상당국의 구속을 받는다.

양국 통상장관이 구성하는 공동위원회가 준거법과 협정 규정, 부속서 등 모든 법규에 관한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데, 중재판정부는 공동위원회의 이러한 해석에 어긋나는 판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우리 법원도 공동위원회의 해석을 존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법원이 한-미 협정 체결 과정에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아 공동위원회의 협정 해석 근거와 판단을 상당히 존중할 것이라는 게 외교부가 국회에 내놓은 공식 답변이다.

이는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은 법원에 있고,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헌법 규정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헌법학)는 “국내법 제·개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법관이 법률을 해석할 수 없는 게 아닌데, 통상관료만이 조약을 전문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외교부의 주장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한-미 협정이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고, 또 한-미 협정을 근거로 개인이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미국의 이행법이 규정하고 있다.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은 미국 사법 체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