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국회의원도 한미FTA로 바뀌는 법률 몰라

道雨 2011. 12. 3. 11:04

 

 

     오바마는 아는데 한국 국민은 모른다

 

국회의원도 한미FTA로  바뀌는 법률 몰라

 

 

 

 

 

'전쟁은 평화요, 자유는 예속이며, 무지는 힘'이라는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등장하는 슬로건은 2011년의 대한민국에 또다른 표현으로 회자된다. 이름하여 '식자우환'.

 

"변호사시니까 아마 법률에 대해서는 저보다도 훨씬 많이 아실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마는 지금 문제제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많이 아시면 걱정도 많다, 한자로 이야기하면 식자우환(識字憂患)입니다."

 

지난 10월 20일 국회 외통위에서 진행된 한미FTA 끝장토론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법률가에게 '식자우환'을 들이댄다. 가히 한미FTA 밀행주의의 종결판이다.

 

오바마는 한국의 국내법령 정비현황 검증할 권리 있어

 

제대로 협상하지 않고,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제대로 대책을 만들지 않는다. 국회와 전문가들의 지적은 무조건 '괴담'으로 치부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식자우환. 직무유기에 대한 변명 치고는 대단히 고약하다.

 

지난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 부수법률을 서명했지만, 한미FTA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미FTA의 발효시점은 빨라야 '2012년 1월 1일'이며, 협정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아직 2단계의 절차가 남아있다.

 

알다시피 한미FTA 제24.5조 제1항은 "이 협정은 양 당사국이 각자의 적용 가능한 법적 요건 및 절차를 완료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통보를 교환한 날로부터 60일 후 또는 양 당사국이 합의하는 다른 날에 발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률 제101조 B항은 '협정시행을 위한 조건'으로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협정 발효일에 시행되는 협정의 해당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판단하는 때에, 대통령은 협정이 2012년 1월 1일 이후로 미국에 관하여 시행된다는 점을 규정한 서면을 한국 정부와 교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우리 정부는 국내법령 정비현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기초로 하여 '협정 준수조치' 여부를 검증할 것이다. 한미FTA와 한국 법령이 일치한다는 판단이 선 후에야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한미FTA 협정 시행을 위한 서면을 보낼 것이다. 그 서면이 교환된 때로부터 60일이 지난 후 또는 양국이 합의하는 어떤 날에 비로소 한미FTA는 발효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알지만, 한국 국회와 국민은 모른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될 '한미FTA로 인해 제개정되는 법령현황'은 결코 국회와 국민에 보고되지 않는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헌법 40조는 무용지물이다. 법령의 제·개정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한국 국회는 국내법령 정비현황 목록조차 몰라!

 

  
박주선 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박주선

지난 10월 14일 필자는 외교통상부에 <한미FTA 이행관련 필요 시행령 개정현황>를 요구했다. 정부의 답은 "한미FTA 이행관련 필요 시행령 개정현황(잠정)은 아래와 같음"이라면서 관세법 시행령, 외국법자문사법 시행령, 우편법 시행령, 법제업무규정 등 18개의 목록을 적어 보고했다. 그리고 덧붙인다.

 

"시행규칙, 고시 등 개정사항은 법·시행령 개정이 완료된 뒤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현황을 파악 중에 있음."

 

그럼에도 한미FTA는 지난 22일 비공개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됐다. 날치기 이후 10여일이 지났다. 한미FTA로 인해 개정되는 시행령 등의 '잠정 목록'은 '최종목록'으로 되어있을까? 필자는 지난 30일 외교통상부에 구두로 다시 자료를 요청했다. 정부의 답은? 묵묵부답이다.

 

국회와 국민에 대한 보고에는 소홀한 이명박 정권은 오로지 '장미빛 전망'과 '괴담론'만을 쏟아낸다. 홍보마저도 '강행처리'요, '일방통행'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 30일 진행된 FTA교섭대표의 브리핑이다.

 

외교통상부는 어제부터 연말까지 매주 월수금 오후 2시에 계속적으로 주제를 바꿔가면서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홍보는 있고, 대답은 없다. 브리핑에 참여한 기자 중 1명이 한미FTA에 따라 개정해야 할 하위법령 리스트를 요구했다.

 

- 우선 한미FTA에 따라서 개정해야 될 법률들이 이번에 14개가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 있는데, 개정해야 될 법률 리스트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는데 그것을 주시면 도움이 되겠는데요.

"지금 현재 14개 법률이 통과됐고 시행령도 어제 국무회의에서 통과가 됐습니다. 조만간 공표될 것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하위법령인 시행규칙과 고시가 있습니다. 일부 규정들은 아직 입안예고가 안 되어 있는 것도 일부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리스트를 현재 공개하기는 좀 시기상조입니다."

 

지난 22일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날치기로 처리된 데 이어, 29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이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의 답은 "전체적인 리스트를 현재 공개하기는 좀 시기상조"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반응이 별로 안 좋으시면 이번 주 해보고 끝낼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참석률이 저조하면 다음주에 한 번 재검토 하겠습니다." '일방홍보'의 결정판이다.

 

'식자우환'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

 

지난 1일 한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제안이 다시금 한미FTA의 불평등성에 불을 붙였다. 주인공은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다. 그는 '한미FTA는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 조약일 수 있으므로 사법부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한미FTA 반대 특별공연이 열린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한미FTA 날치기 무효'와 '이명박 퇴진' 등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나는꼼수다

한미FTA가 날치기된 지금,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김 판사의 태스크포스 구성 제안 등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김 판사의 제안을 보며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또다시 느낄 수 있다. 김 판사가 '한미FTA의 불평등성'에 동의한 근거는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협의나 대책 논의의 장이 아니다. 그가 '사법주권 침해'로 판단한 근거는 안타깝게도 '한미FTA에 관한 기획토론 프로그램 등'이다.

 

"한미FTA에 관한 기획 토론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여러 독소조약을 품고 있고 특히 우리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는 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

 

김종훈 본부장의 표현대로라면, 또다른 '식자우환'이다. 하지만 김 판사의 제안 이후 100여명이 넘는 판사들이 동의 의사를 표했다. 이젠 더 큰 '식자우환'이 된 것일까? 국민과 국회는 도리어 김종훈 본부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식자우환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