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경동 시인이 9일 오후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으로 부산구치소 정문을 나온 뒤 마중 나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 시위를 기획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실시간 위치추적한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인권·시민단체들은 29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를 발부받아 두 달 가까이 이들의 휴대전화를 실시간 위치추적한 것은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의 원칙, 영장주의의 원칙 등에 어긋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송 시인의 검찰 기소자료를 보면, 부산 영도경찰서는 4차 희망버스 직전인 지난해 8월 24일, 법원으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를 발부받아 10월 21일까지 송 시인의 휴대전화를 실시간 위치추적했다.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은 사용자가 통화를 하지 않더라도 10분 간격으로 위치정보가 담당 수사관의 문자메시지로 발송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기관은 통신사에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을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에 허가서를 발부받는데, 인권단체들은 법원이 과거의 자료뿐 아니라 장래의 자료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허가해 관련 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나고, 이 때문에 대상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1년 통신사실 확인자료 관련규정이 도입될 당시에는 자료제공 요청서 접수 시점 이전 자료에만 한정돼 있었지만, 2005년 정보통신부가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업무 처리지침’에서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장래 발신(착신) 전화번호 추적 포함’이라는 문구를 임의로 추가해, 수사기관들은 허가서 발부 시점 이후(장래)의 자료까지 포함하기 시작했고 법원도 이를 허가해왔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에는 실시간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대상자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대상자는 실시간 위치추적을 받으면서도 공소 제기 또는 불입건 처분 이후 30일 이내에 수사기관의 통지를 받기 전까지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도 인권단체들의 지적을 받아왔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의 명확성이나 범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수사기관에서 통신사실 확인요청을 한 전화번호수는 2010년 3939만여개, 지난해 상반기만에도 2084만여개에 이른다.
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실시간 위치추적은 압수·수색과 실질적으로 동일한데도 법원의 영장없이 형식적인 허가만으로 실행된다는 점에서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무분별한 실시간 위치추적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3일 수사기관이 실시간 위치추적을 수색영장 없이 시행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