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녹음파일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뿐 아니라 사후 은폐조작 과정에 대해서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는 대변인 설명 이외에는 묵묵부답이니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는 꼴이다.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사건 해결에 적극 나선 이상, 이 대통령에게 의혹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임 실장이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의 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것은 물론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그의 정책보좌관이던 이동걸씨가 장 전 주무관에게 4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해 장 전 주무관이 징계위원회에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털어놓자 다음날로 최 전 행정관을 노동부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임 실장 퇴임 뒤인 올 2월에는 대통령실장 직속의 인사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전화해 가스안전공사와 민간업체에 취업을 알선한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대통령 비서실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돈을 건네고 취업까지 알선하며 입막음 공작에 발벗고 나섰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 안에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2년씩이나 비선라인을 가동하고 수억원대의 입막음 자금이 동원되는 동안 이 대통령만 몰랐을까. 더구나 사찰 보고서가 ‘윗선’까지 전달된 게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이 이들을 비호한 몸통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이런 의혹은 쏟아지는데 청와대는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입을 맞춘 듯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사건은 대통령이 용의선상에 오를 정도로 초대형 게이트의 성격을 두루 갖췄다. 진상이 끝까지 덮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검찰 수사가 여의치 않으면 특검과 국정조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관련자들부터 스스로 진상을 털어놓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 2012. 3. 29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