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 |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6월11일 제92차 라디오 연설에서 “지난해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여름철마다 반복돼 온 고질적 비 피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올여름 큰비가 있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으나, 예전과 같은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라고 4대강 사업의 업적을 스스로 자랑하셨다.
마침 가뭄이 들어 땅이 갈라지고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마당에 비 피해가 사라졌다는 선언은 적절하지 못하다.
지금은 16개의 대형 댐들에 물 부족을 해결한다며 물을 채우고 있어 그 물로 가뭄을 해결했다고 말할 수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타들어가는 지역들은 4대강 공사 구간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또 그런 곳에 물을 댈 수 있는 공사를 한 것도 아니어서 안타깝게도 대통령께서는 그런 업적은 차마 내세우실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자면 4대강에다 취수설비를 하고 물을 높은 산으로 끌어올리고 또 국토를 가로지르는 송수관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엄청난 공사여서 타당성이 없다.
비 피해가 사라졌다는 것은 사실인가?
비 피해를 막으려면 피해가 나는 지역의 상류에다 댐을 짓고 빗물을 모아두는 게 인류가 보편적으로 하는 방법이지만, 비 피해를 막아야 할 지역의 하류에 댐을 쌓아 수위를 올리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고 동서고금에도 없던 일이다.
이미 댐에 물을 채우기 시작하자마자 강변의 농지들은 이 가뭄에도 물에 잠겨 농사를 망치고 있는 판이다. 비가 올 때에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4대강 사업은 강의 홍수위는 말할 것도 없고 평상시의 관리수위마저도 인근 지역보다 높게 올린다. 그런 지역은 홍수를 예약해 두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간 조사를 통해 수위를 재서 강의 유량을 알고, 이에 근거해 댐의 방류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홍수를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강의 물길을 확 바꾸었기 때문에 수위를 재도 유량을 알 길이 없는데, 유량도 모르면서 댐의 수문들을 어떻게 조작할 것인가?
그리고 강들이 줄줄이 댐으로 연결돼 있어 비가 언제 어디에 얼마나 내리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복잡하고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각각의 댐 수문들을 연계해 작동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은 고사하고 각각의 댐들이 이웃 댐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서로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홍수가 나면 대략 500t이 넘는 거대한 수문을 들어 올려야 하는데, 그동안에도 여러 곳에서 몇 차례나 고장난 적이 있고 앞으로도 고장은 일어날 것이다.
독일의 예가 이를 잘 증명한다.
강을 운하로 만들기 위해 댐을 쌓아 강의 수위를 주변 지역보다 더 높게 만들었다. 그러자 비만 오면 물을 뺄 수가 없어 강 옆에다 인공하천을 다시 팠고, 이것만으로도 빗물을 처리할 수가 없게 되자 또 저류지를 만들었고, 이걸로도 해결이 안 되자 큰비가 올 때는 인근 농지들을 범람시킨 뒤 보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한번 미친 짓을 하니까 계속 미친 짓을 하게 된다’는 말이 나왔다.
댐을 지어 홍수도 막고 가뭄도 막는다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홍수를 막으려면 댐을 비워두어야 하고 가뭄을 막으려면 채워야 한다. 그래서 물을 채우면 홍수가 오면 어쩌려고 채워두었느냐고 묻고, 비워두면 가뭄이 올 경우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묻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라디오 담화도 같은 맥락이다. 가물 때에 비 피해를 막았다고 자랑하시는 것을 보니 홍수 때에는 가뭄 막았다고 주장하실 것 같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