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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한테 사람음식 주면 안돼?

道雨 2012. 6. 23. 11:25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디스크로 내원한 12살 시추 달봉이는 체중 감량이 중요한 걸 알면서도 살이 빠지지 않아 고민이다.

“사료만 주면 절대 먹지 않는데 걱정이에요. 어찌나 고집이 센지 며칠을 굶어도 입도 안 댄다구요. 뭘 섞어줘야 먹어요…. 스팸이나 소시지 같은 게 없으면 안 돼요.” “스팸, 소시지 대신 고구마나 단호박, 브로콜리 같은 것을 삶아서 섞어주세요”라는 나의 말에 깜짝 놀라는 보호자. “아! 그런 걸 먹어도 되나요? 사람 먹는 것은 안 된다고 해서… 사료만 먹여야 하는 줄 알았어요.” 요즘 달봉이는 사료를 줄이고 채소를 늘려주는 방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해 5살은 어려진 것 같다며 가족들이 좋아하신다.

우리 병원은 늘 보호자와 아이들이 먹는 것 때문에 전쟁이다. 나이 많은 애들이 많이 오는탓에 심장병이나 신부전, 호르몬 질환인 아이들이 대다수이고 그중에는 디스크나 관절 질환 때문에 수술을 받거나 침 치료를 받으면서 체중 관리를 하는 아이들도 많다.

많은 보호자가 동물에게 사람 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을 잘못 이해한다. 이는 식재료로 쓰이는 채소나 과일, 곡류, 고기를 무조건 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을 위한 조리법으로 조리된 음식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는 대부분 양파나 마늘 등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닭을 삶아도 잡냄새를 없앤다고 양파를 넣는 것이 상식이라 ‘양파 중독’에 걸릴 위험이 따른다. 양파 없이 닭만 삶아서 주는 것은 동물에게 해롭지 않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개나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음식 몇 가지 때문에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의해서 주라는 것이고, 우리가 먹는 식재료를 잘 선택해서 적당한 조리법으로 주는 것은 해롭지 않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사료 역시 곡물과 육류, 채소 등을 재료로 만든 것이다. 사료는 영양소가 균형있게 들어있고 먹이기 편한 이점이 있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이 점을 생각할 때 나이 든 아이들에게 억지로 사료만 고집하기보다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함께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부전이나 심부전 때문에 약을 먹는 아이들의 경우 특히 많은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사료나 물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수분 섭취를 채소나 과일로 보충해보시길.

또한 사료를 안 먹는다고 간식을 사료 대신 먹이기보다는 집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조리해 약간의 사료와 섞어주는 것도 추천한다. 육포 대신 집에서 고구마를 잘라 말려서 준다거나 단호박을 주는 식으로 간식거리를 바꿔준다. 살이 많이 찐 아이에게 고기 대신 두부나 완두콩, 브로콜리, 감자 등을 삶아 섞어주는 것도 좋다. 양상추, 바나나, 사과, 배, 수박, 딸기 등 생채소·과일도 함께 주자. 씹는 것을 좋아하는 강아지들에게 시원한 오이나 생당근을 줘보자. 알레르기 때문에 껌을 못 씹거나 간식을 못 먹는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권장한다. 씹는 즐거움도 있고 치아 관리나 턱 운동에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물론 사료를 완전 배제하고 신선한 자연식만을 주는 보호자들도 종종 있다. 우리가 밥을 차려먹듯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솔직히 시간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힘든 부분이 크다. 그래서 대안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먹는 먹거리 중에서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을 질 좋은 사료에 섞어주는 방법을 제안해본다. 먹는 것 때문에 아이들과 실랑이는 그만하자.

 

[ 박정윤 수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