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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하품을 하면 개도 따라 한다?

道雨 2012. 11. 10. 12:51

 

 

 

   주인이 하품을 하면 개도 따라 한다?

 

[토요판/생명] 조홍섭의 자연보따리

스웨덴 룬드대에서 실험
사람은 하품 옮기기 선수
가까운 사이일수록 쉽게 전파

 

마치 허파 속의 공기를 모두 새것으로 바꾸려는 듯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공기를 들이마신다. 고막이 길게 늘어나며 쩍 하는 소리가 난 뒤 길게 숨을 내쉬며 찔끔 눈물이 맺힌 눈을 끔뻑인다. 하품이다.

온몸을 쭉 펴는 스트레칭 동작인 기지개를 켤 때 반드시 하품으로 마무리하니, 기지개도 하품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피곤하거나 지루할 때 또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 하품을 한다.

이런 일상적인 동작을 왜 하는지 또 어떻게 하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품의 중요한 특징인 옆 사람으로 옮기기가 무엇 때문인지도 논란거리다.

 

흥미롭게도 하품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물고기와 뱀, 새부터 침팬지까지 널리 공유하는 동작이다. 일부 동물은 사람처럼 하품을 전파한다. 침팬지와 개코원숭이가 그런 동물인데, 여기에 개가 추가된다.

 

개가 하품에 관한 한 사람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하품을 왜 하게 됐느냐는 의문을 풀 단서를 제공한다.

최근 인지과학자들이 개를 앞에 앉혀 놓고 연방 하품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자들은 4~14개월짜리 개 35마리를 데리고 실험을 했다. 재미나게 놀아주고 쓰다듬고 하다가 개 이름을 불러 주의를 끈 다음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이 모습을 빤히 쳐다본 개의 69%가 따라서 하품을 했다.

 

이 실험이 이전 연구와 다른 건, 나이에 따라 하품을 따라 하는 빈도가 다른지를 알아본 점이다. 그랬더니 하품 전파는 7개월 이후의 강아지에게만 나타났다. 개는 일곱달이 돼야 다른 개들의 감정 상태를 제대로 안다.

 

사람은 하품 옮기기의 선수다. 실험 결과 옆 사람이 하품을 하는 것을 본 어른의 45~55%가 하품을 따라 하는데, 직접 보지 않더라도 하품을 하는 소리를 듣거나 또는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품을 따라 한다. 또 가까운 사이일수록 하품이 쉽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실험에서는 낯선 사람, 지인, 친구, 친척으로 갈수록 하품이 더 잘 옮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4살 이전의 아이는 하품을 따라 하지 않는다. 이 나이가 돼야 아이는 비로소 상대의 감정을 정확히 아는 인지능력을 얻는다.

 

여기서 하품의 전파가 감정이입, 곧 공감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개가 침팬지나 개코원숭이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데도 이런 공감능력을 갖게 된 것은 오랜 가축화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개는 사람의 감정을 예민하게 알아챈다. 주인이 슬퍼하면 자기도 기분이 가라앉고 위로하려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어떤 개들은 이런 공감능력이 지나칠 정도로 높다. 스웨덴 연구자들은 실험에 나선 일부 개들이 하품을 하는 주인의 ‘지루하고 졸린’ 감정을 내면화해 실험 도중 잠에 빠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하품을 전파할까.

공기 속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사회성 동물이 긴장을 높이기 위한 집단적 방어술로 진화했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졸리거나 지루하면 무리의 경계가 느슨해져 포식자의 공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일제히 하품을 해 긴장을 높이는 행동이란 것이다. 늑대 무리가 울음으로 집단을 일체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가족 중 누가 나와 제일 가까운가 궁금하다면, 아내(남편)와 아이와 개를 앞에 두고 늘어지게 하품을 한 뒤 누가 먼저 따라 하는지 보면 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