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보수언론들 앞다퉈 4대강 비난
<조선> 이어 <동아><KBS>도 4대강사업 늑장비난
<조선일보>에 이어 <동아일보>도 뒤늦게 4대강사업을 맹비난하고 나서는가 하면, KBS도 4대강사업을 감쌌던 보수신문들을 비판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보수언론들이 앞다퉈 4대강사업에서 하차하고 있다. 침몰 직전의 난파선을 연상케 하는 풍광이다.
<동아> "강을 도대체 무슨 이유로 파헤쳤냐"
<동아일보>는 4일 “물속을 확 뒤엎어놨으니 큰 탈이 안 나겠냐고…”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낙동강 르포 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12조원 가까운 공사비가 투입된 낙동강 4대강사업 공사장을 둘러보면서 각종 4대강사업의 부작용을 나열한 뒤, 결론부에서 4대강사업을 총체적 부실로 규정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낙동강을 파헤친 것은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홍수를 막기 위해서도 아니라는 이야기"라며 "그렇다면 이 강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파헤친 것일까"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동아>는 4대강공사후 큰 피해를 입은 성주 농민이 “내가 여기서만 55년 살았는데 그동안 물 담은 적(침수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배운 게 없고 참외농사밖에 모르니 올해도 또 모종을 내지만, 자갈이 굴러다니고 모래가 올라오는 땅에서 뭐가 되겠어요. 이런 걸 왜 했나 몰라. 기사에 4대강 24공구 박살났다고 쓰십시오”라고 분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진보적 매체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다뤘던 내용이나, <동아일보>가 이처럼 4대강사업을 맹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강사업을 감싸던 보수신문 가운데 가장 먼저 <조선일보>가 4대강사업을 비판하고 나선 데 이어 <동아일보>가 두번째로 4대강사업 비난에 가세하고 나선 모양새다.
KBS도 "4대강사업 초기부터 비판과 검증했어야"
KBS <미디어비평>도 3일 밤, '정치에 매몰된 4대강보도'라는 프로를 통해 "언론은 4대강 사업 자체보다는 정치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두드러졌다"며 양비론적 보도를 하면서도, 4대강사업을 감싸온 보수언론들에 보다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KBS는 특히 대선후 입장을 바꿔 4대강사업 비판에 나선 <조선일보>를 지목하며 "이같은 기사, 비판은 4대강을 다루었던 4년 전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양상"이라며 4대강사업 초기에 지상파 방송과 보수신문들은 4대강사업 홍보에 적극적이었음을 지적하면서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작 당시부터 주요 언론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검증역할을 다해야 했었다고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KBS는 "일부 방송과 신문은 지속적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며 "주요 언론들이 상대적으로 취재, 보도에 집중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며 지난 2010년 6월 문수스님이 4대강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한 사건을 보수신문들이 외면했음을 지적했다.
KBS는 "<미디어비평>에서 2011년 한 해 동안 4대강 관련 기사량을 비교해본 결과,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2백 건이 넘는 양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는 이의 1/3에도 안 되는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만큼 관심이 적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BS는 그러면서도 "언론이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자사가 2011년 8월10일 <환경스페셜>에서 4대강사업에 관한 심층적인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고 자부했다. 마치 KBS는 제역할을 다했는데 다른 매체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식의 뉘앙스였다.
이준구 "레임덕은 레임덕인가 보다"
4대강사업에 일관되게 반대해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4일 <동아> 보도 내용을 전한 뒤, 블로그를 통해 "너무나 재미있지 않습니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보수언론에서 이런 제목 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었을 텐데요"라며 "보수언론 스스로 4대강사업 그 자체가 언급하면 안 되는 신성한 소(sacred cow)처럼 취급하지 않았나요? 레임덕은 진짜 레임덕인가 보네요"라고 비꼬았다.
이 교수는 이어 "기사 내용도 한겨레나 경향신문을 방불케 할 만큼 신랄하게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민들의 부정적 반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보수언론이 맞는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요. 얼마 전에는 조선일보가 큰소리를 내더니 이번에는 동아일보 차례군요"라고 계속되는 보수언론들의 4대강사업 하차를 꼬집었다.
그는 더 나아가 "어제는 KBS1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서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한 신문을 비판하더군요"라며 "그걸 보면서 속으로 '너희 KBS도 하나 다를 것 없어!'라고 외치고 싶더군요. 솔직히 말해 시청료 내는 게 아까울 정도였습니다(몇몇 용기 있는 PD들이 경영진의 끈질긴 방해공작을 무릅쓰고 몇 개의 고발 프로그램을 만든 적은 있었습니다)"라고 KBS도 싸잡아 질타했다.
그는 "언론사들끼리 누가 누구를 비판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모두들 비겁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라며 "이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니까 책임을 회피하려 다투어 이런 기사를 내지만, 우리는 그들이 한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4일 언론을 포함해 4대강사업에 적극적이었던 인사들의 실명을 담은 <4대강 찬동인사 인명사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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