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권석천 "국정원 대선개입, 소름 끼쳐"
"준비된 대통령은 준비된 시민이 있을 때만 유효"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31일자 칼럼 중 한 구절이다.
권 위원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기정사실화하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며칠 전 여론조사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정말 이상했어. 야권 후보들을 비난하는 트윗들이 주말에 사라졌다가 월요일부터 급증하곤 했거든. 트위터 순위 사이트를 봐도…. 국정원 수사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군'"이라고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을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 앞에 종일 앉아 있다 퇴근하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도 보통 샐러리맨들처럼 ‘불금’(불타는 금요일)과 주말이 기다려졌을 것이다. 그들은 댓글 올리고 리트윗(재전송)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며 "젊은 공무원들이 허접한 글들을 리트윗하면서 안보 업무라고 믿는 현실만큼 소름 끼치는 일은 없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그 책임이 정치인들에게만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준비된 대통령은 준비된 시민이 있을 때만 유효하다. 안타깝게도 우린 준비되지 않았고 깨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깨어 있었다면 우리의 친척이나 대학 동창인 그들이 선거 개입으로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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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트위터 계정, 일베 '저질 게시물' 링크해 대량 전송
[단독] 박범계 의원 "최소 17건 확인"... 노골적인 색깔론, 지역감정, 성적조롱 내용
▲ 2012년 11월 15일 오후 8시54분42초에 심리전단 5팀이 올린 트윗 URL을 따라갔을 때 마주친 영화 패러디 포스터. 노골적인 색깔론을 부추기는 내용이다. (범죄일람표(5)의 45310번) | |
ⓒ 일베 게시물 |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5팀이 운영한 트위터 계정에서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게시물을 링크해 게시물을 올리거나(트윗) 재전송(리트윗)한 경우가 여러 건 확인됐다.
특히 국정원 계정이 링크한 일베 게시물은 야당과 야당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 뿐 아니라,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노골적인 성적 조롱 내용까지 담고 있어, 이런 게시물을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노골적으로 전파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 밤 현재까지 일베 링크가 담겨있는 국정원 트윗·리트윗은 17건 확인된 상태다.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 계정에서 일베 게시물 링크가 대량으로 확인됨에 따라 국정원과 일베 유착 의혹이 더욱 거세지게 됐다(관련기사 : 일베 논란 아랑곳 않고... 국정원 오늘도 안보강연).
반역사적·비윤리적·반여성적 게시물로 악명이 높은 일베는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국정원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남재준 원장 "국정원, 일베 지원한 사실 없다"
지난 8월 5일 국정감사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이 일베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30일 "검찰의 변경된 공소장에 첨부된 트위터 범죄일람표를 살펴본 결과, 일베 콘텐츠를 링크한 경우를 최소 17건 확인했다"면서, "이는 일부만을 분석한 수치로, 5만5689건 전부를 조사할 경우 그 숫자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자료를 토대로 <오마이뉴스>가 확인 작업을 거친 결과, 범죄일람표 상의 링크가 일베로 연결된 경우를 여러 건 확인할 수 있었다.
▲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4시57분36초에 국정원 심리전단이 올린 트윗을 따라갔을 때 위와 같은 일베 게시물을 만날 수 있다.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를 창녀로 묘사한 이 그림에는 성적 조롱 대상으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등장한다. (범죄일람표(5)의 46266번) | |
ⓒ 일베 게시물 |
"빨갱이"... "홍어당"... 국정원이 이런 게시물까지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8시54분42초에 심리전단 5팀은 "(빡침)민주당이 투표시간연장 서명해달라고 붙잡더라"는 트윗을 단축 URL과 함께 올렸다(범죄일람표(5)의 45310번). 그 URL은 동일한 제목의 일베 게시물로 연결된다.
해당 게시물에는 투표시간 연장 서명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사진과 함께 "그래서 국민을 위한 거냐 당을 위한 거냐라니까 뻔뻔하게 국민이라길래, 난 6시 안에 할 수 있으니 북한 국민 말고 대한민국 국민을 생각하라 했더니 꺼지더라"라고 적혀 있었다.
특히 이 게시물에는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얼굴이 합성된 영화 <범죄와의 전쟁> 패러디 포스터가 첨부되어 있는데, "폭도와의 전쟁"이라는 제목과 함께 "빨갱이 잡아야 될 거 아이가?"라고 쓰여 있었다.
같은 달 29일 오후 1시28분48초에는 단축 URL과 함께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이중잣대'다, 이중잣대는 우리가 甲(by민주당&문죄인)"이라는 트윗을 올렸는데(범죄일람표(5)의 49208번), 이 링크 역시 같은 제목의 일베 게시물로 연결된다.
이 게시물은 각종 뉴스 화면을 조작한 이미지 게시물인데, 문재인 대선 후보와 우상호 대변인 등 민주당 인사들이 "아따~ 우리 계약서는 착한 다운계약서랑께, 법무사 책임이랑께~"라고 진한 호남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 이미지의 파일명은 '~~홍어당의 이중잣대.jpg'였다. '홍어'는 일베에서 호남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같은 달 20일 오후 4시57분36초에 올린 "지룡갑 문재인 안철수 합방" 트윗(범죄일람표(5)의 46266번)은 안철수 후보를 창녀로 묘사했다.
링크된 URL을 따라가보면 역시 같은 제목의 일베 이미지 게시물이 뜨는데 등장인물은, 옷을 모두 벗은 채 이불로 가리고 있는 여성으로 묘사된 안 후보를 중심으로 문재인, 박원순 두 남성이 등장한다. 문 후보는 "자! 우리 한번 합쳐보자"고, 박 시장은 "난 먼저 갈게…"라고 말하고 있다. 모두 바지춤을 잡은 채.
박 의원은 "국정원 직원이 반복적으로 일베 콘텐츠를 링크해 전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베-국정원으로 이어지는 콘텐츠의 흐름이 규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직전인 12월 1일부터 14일까지 게시물 중 링크된 일베 글 대부분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글들은 국정원 수사가 개시되자 의도적으로 삭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베-국정원 콘텐츠 흐름 규명"
▲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1시28분48초에 국정원 심리전단이 올린 트윗을 따라갔을 때 만날 수 있는 일베 게시물의 일부 내용. 이 이미지 파일의 이름은 '~~홍어당의 이중잣대.jpg'였다. 파일 이름이나 우상호 대변인의 말풍선에서 노골적인 지역감정이 느낄 수 있다. (범죄일람표(5)의 49208번) | |
ⓒ 일베 게시물 |
현재까지 확인된 일베 게시물로 연결되는 국정원의 대표적인 트윗은 다음과 같다.
[범죄일람표 44804]
RT @****** : 정동영, 문정인, 홍익표, 이재정, 이종석 등 문재인 캠프에서 NLL 무력화 기도하는 서해 5적 프로필 http://t.co/O8jdkBBU
[범죄일람표 45310]
(빡침)민주당이 투표시간연장 서명해달라고붙잡더라 http://t.co/UQFC1FcE
[범죄일람표 45737]
RT @****** : 안철수의 BW발행이 왜 문제가 되는지 누구나 쉽게 이해되는 그림과 글~~~ http://t.co/BGMY65xN
[범죄일람표 45743]
====어찌댔던 안철수 딸 호화생활한거 알게 해줘서 고마웠음=== http://t.co/7ComlC3I
[범죄일람표 46265]
간철수가 민주당 먹어버리겠다네ㅋㅋㅋㅋ http://t.co/bZ8pqwJj
[범죄일람표 46266]
지룡갑 문재인 안철수 합방 http://t.co/jDR2Ru6L
[범죄일람표 46267]
박근혜 그림이 왜 문제냐면 http://t.co/EZzd0Bkk
[범죄일람표 48990]
RT @***** : 문재인 후보 부인 지인에게 샀다에서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샀다 말 바꿔, 해명 오락가락 http://t.co/sEh2Y9zE
[범죄일람표 49159]
RT @***** : 변희재 돌직구.. 문재인은 비싼 고가의 노란 잠바 패딩.. 대변인-선거운동원은 싼 단체복... 문재인은 명품 바르는 http://t.co/RzbMsgp1
[범죄일람표 49179]
RT @***** : 문재인, 수석때 나이를 속여가면서까지 얼굴도 모르는 북한의 이모를 만난 이유는? http://t.co/Y7EGfrG2
[범죄일람표 49185]
KBS뉴스에서 방금 문재인이 '이명박 정부는 빵점'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반박 http://t.co/dik0nhIO 문재인 후보는 끝까지 참여정부 실정을 사과안하고 오히려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범죄일람표 49208]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이중잣대'다. 이중잣대는 우리가 甲(by민주당&문죄인) http://t.co/yc056evK
[ 이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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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나치의 여론조작과 다를 바 없어” |
SNS 영향력 예측불가능…“국가가 여론형성 시도한 것 자체가 파시즘적”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민주주의 정치의 위기와 국정원 사태’ 토론회에서 “국정원이 SNS에 글 몇 개를 올렸느냐 몇 억 개를 올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자체의 불법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국가가 나서서 여론을 형성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전근대적이고 파시즘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이전에는 SNS를 정치참여를 증진시키고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실현시킬 새로운 기술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주류였다”며 “한국의 국가기관도 이런 면에서 정책홍보나 대국민소통의 장으로 SNS를 긍정적인 방향에서 활용했고, 정치세력도 정치캠페인의 일환으로 SNS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그런데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SNS는 여론조작의 도구로 의심받고 있다”며 “SNS가 그동안 정치적인 소통의 채널로서 유권자와 후보 또는 정당 간의 창구역할을 했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악용한 정치적 행위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지게 했다”고 말했다.
▲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민주주의 정치의 위기와 국정원 사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
송 교수는 나아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치관련 글이 몇 개 되지 않는데 고작 그걸로 100-200만 표 격차를 좁힐 수 있었겠느냐는 논리에 빠져선 안 된다”며 “대선개입 행위 그 자체를 엄단해야 한다. 이 사건은 과거 나치가 라디오를 통해 여론조작을 했듯 SNS를 통해 여론조작을 시도한 것이며,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인터넷과 SNS의 파급력이 예측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경의 나비 짓이 뉴욕에서 태풍이 될 수 있다. SNS에서 게시 글 하나의 효과는 예측불가능”이라며 “2002년 효순 미선이 장갑차사건 때 누군가 시청광장에서 모이자는 글 하나를 올렸고, 이로 인해 일주일 만에 3만 명이 모였다.
인터넷 상에서의 정보의 영향력은 1~2건을 올렸느냐 1000건을 올렸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여론장악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회에 참여한 이용마 전 MBC 노조 홍보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은 국민들을 주권자가 아니라 통치의 대상으로 여긴다”며 “그러다보니 민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어나가려 하고, 이 과정에서 SNS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도 같은 맥락”이라며 “대통령은 공영방송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사권을 통해 언론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에는 인사권이 없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고급인력을 동원해 여론을 장악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은 국민에 의해 통제되어야 할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려 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창출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방법은 국가가 국민을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국정원을 비롯한 사정기관들이 대통령을 위한 일을 하면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라며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권력집단의 불법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적어도 수사기관 한두 곳은 국민이 직접 통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선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도 “정권의 여론장악을 막기 위해서는 방송사 지배구조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의 토론회는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신경민 민주당 의원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 조윤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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