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눈물, 뒤로는 연행에 구속인가
세월호 참사 추모를 위한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연행된 시민 200여명 대부분을 형사처벌하기로 경찰이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과잉 대응이 아닐 수 없다.
17, 18일 서울 청계광장과 광화문 주변에서 벌어진 촛불집회와 행진은 전혀 폭력적이지 않았다. 청와대를 향해 거리행진을 하던 시민들도 시종 평화적이었다.
그렇게 막 해산하려던 시민들을 경찰들이 에워싸 아예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더니, 몇 분 사이 잇따라 해산명령을 한 뒤 이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연행했다.
애초부터 절차를 갖췄다는 시늉만 하려 했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
연행 과정에서도 경찰은 주저앉은 여학생을 질질 끌고 가는가 하면, 중학생 딸과 그 어머니까지 체포하려 덤비는 등, 사뭇 힘을 과시했다. 수십년 동안 봤던 그 모습 그대로다.
세월호 참사에선 그토록 오랜 시간 굼뜨게 굴면서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해내지 못한 권력이, 참사에 분노하는 시민들을 끌고 가는 일에는 그렇게나 기민하고 단호했다.
그러고도 경찰은 연행된 시민 대부분을 입건하고 한두명은 구속까지 검토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눈물까지 보이며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책임을 따지는 시민들의 입은 본보기로 틀어막겠다는 꼴이다.
경찰은 항의 목소리를 막겠다고 사람들의 통행까지 봉쇄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청와대 앞으로 향했던 9일 새벽, 경찰은 인도까지 막아가며 사람들의 청와대 방향 통행을 통제했다.
17, 18일에도 경찰은 서울 광화문 일대의 인도를 몇 시간씩 통제해 사람들이 오갈 수 없게 했다.
시민의 통행을 가로막고 급기야 소통까지 통제하겠다는 모습으로 비친다.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이런 것이라면 어떻게 그 눈물을 믿을 수 있겠는가.
[ 2014. 5. 2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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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시민 200명이 연행됐어도 KBS·MBC “…” |
보수집회로 촛불 '물타기' 여전 … "KBS, 여전히 생색내기 정부비판에 그쳐" |
17일 오후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촛불집회가 열렸고, 이 중 청와대로 행진하던 시민 115명이 연행됐다. 18일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촛불집회에서도 경찰은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는 혐의로 100명을 연행했다.
이틀 동안 200명이 넘는 시민이 연행됐음에도 공영방송은 침묵을 고수했다. 이들은 세월호 추모 집회보다 구원파 뉴스, 북한 아파트 붕괴 소식 그리고 날씨 뉴스를 주목했다.
▲ MBC 17일자 보도 '대규모 촛불 보수단체 맞불' | ||
공영방송 사고회로 ‘5만 집회 = 보수단체 집회’
KBS는 17일 <뉴스9>에서(첫 번째 꼭지<금수원에 신도 3천 명 집결>, 두 번째 꼭지<금수원 도면 분석 4차례 실사도>) 구원파의 본산 ‘금수원’에 집중했다. 집회 관련 뉴스는 후순위(열 번째 꼭지<도심 ‘추모’ 집회…“갈등 조장” 맞불 집회>)로 밀렸다. 이마저도 보수단체 집회와 동일한 관점에서 다루는 등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8일에는 평양 23층 아파트 붕괴 소식(첫 번째 <평양 23층 아파트 붕괴…인명 피해 ‘상당’>, 두 번째<붕괴 원인…“속도전·자재 빼돌리기”>, 세 번째 <북, 이례적 공개·사과…의도는?>)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전날 도심에서 100명의 시민이 연행되는 등 긴박했던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를 다룬 리포트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날씨 리포트(여덟 번째<초여름 날씨…산·바다엔 나들이객>)는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도 17일 유병언 회장과 구원파 소식(첫 번째<유병언 차명 휴대전화 15개 추적>, 두 번째 <공권력 투입 대비 속속 집결>)을 메인 뉴스로 전했고, 이어 세월호 뉴스(세 번째 <선체 곳곳 붕괴 진입로 막혔다>, 네 번째<잠수병 호소 줄줄이 긴급 이송>)를 다루었다.
MBC는 여섯 번째로 세월호 추모 대규모 집회 소식을 보도했으나 기사 제목을 <대규모 촛불 보수단체 맞불>로 뽑았다. 5만에 달하는 시민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를 보수단체 집회로 ‘물타기’한 것이다.
KBS와 마찬가지로 MBC도 17일에 대규모로 연행된 집회 소식이나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비판적으로 다룬 리포트는 전무했고, 대신 날씨와 인기 음료(아홉 번째<덥다 더워 벌써 바다로 풍덩>, 열 번째<톡톡 쏘는 탄산수 인기 비결은?>) 등 연성 뉴스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 KBS·MBC 17일자, 18일자 보도 | ||
건조하게 다룬 SBS, 강제연행 비판한 JTBC
최진봉 교수 "KBS, 여전히 반성 시늉만"
SBS <8뉴스>는 17일 대규모 집회를 두 번째(<도심 추모 집회…“이런 희생 다시는 없게”>)로 다루었고, 18일에는 세 번째(<추모집회 후 거리행진…113명 사법처리>) 소식으로 거리행진 중 연행되는 시민의 모습을 카메라에 건조하게나마 담아냈다.
SBS는 “어젯밤(17일)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모였던 시민 가운데 일부가 집회가 끝난 뒤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며 “경찰은 3차례 해산 명령을 내린 뒤 응하지 않은 115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고등학생 등 2명을 훈방 조치하고, 113명에 대해 집시법상 해산명령 불응과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만 전했다.
JTBC <주말뉴스>는 보다 자세히 사안을 다루었다. JTBC는 11번째 뉴스 <촛불행진 참가자 강제연행 논란>에서 “경찰이 115명을 연행하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집회 신고 범위의 이탈에 따른 연행을 놓고 경찰과 다른 해석도 나온다”며, 강제연행은 부당하다는 박주민 민변 변호사의 주장을 더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2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강제 연행된 사실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공영방송이 여전히 생색내기 정도로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현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특히 KBS는 김시곤 보도국장의 ‘청와대 개입’ 시인 등 내부 문제가 불거졌지만, 공영방송의 보도는 여전히 정부 친화적인 방송에 머물고 있다”며, “공정보도로 바뀔 의지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에 나와 있는 평기자들과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경영진과 간부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도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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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경찰이 교보문고서 책 산뒤 귀가하던 시민까지 연행”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주말인 17~18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때, 경찰이 200명을 폭력 연행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찰이 연행·진압 목적으로 시민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18개 단체가 포함된 ‘세월호 참사 대응 각계 원탁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18일 행해진 경찰에 의한 연행은 인권유린”이라며 경찰의 연행과정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17일 서울 안국동 쪽에서 경찰에게 연행됐다가 풀려난 고상균 향린교회 목사는 당시 연행 과정을 증언했다.
세월호참사 대응 존엄과 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 노동 사회 운동가들이 20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던 중,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자 항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고 목사는 “연행되는 경찰 차량 안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신이 ‘서점에서 책을 사서 나오는 길에 연행됐다’며 책까지 경찰에게 보여주며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미친사람 취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혼절한 사람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격하게 ‘119를 불러달라’고 항의를 한 뒤에서야 구급 차량에 보내줬다”고 말했다.
조사과정에서의 문제도 제기했다. 고 목사는 “변호인 접견을 위해 어느 경찰서로 연행되는 것이냐고 물어도 경찰은 어디로 가는지 설명도 제때 안 해줬다”며 “‘(경찰서 수용)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여러 경찰서로 나뉘어 연행돼 새벽 4시에서야 입감되는 등 인권을 보호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대응 존엄과 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 노동 사회 운동가들이 20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경찰은 해산이 아니라 연행과 진압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사지를 들었다”며 “다수의 경찰이 신호대기 중인 차가 있는 도로로 시민들을 토끼몰이했다”고 주장했다.
연행된 시민들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맡았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종보 변호사도 이날 회견에 나와 “이미 안국동 쪽 차도와 인도는 경찰에 의해 막혀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경찰은 거기 있던 사람들이 도로의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현행범 체포했다”며 “이들이 교통을 방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경찰이 불법체포·감금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불법 체포·감금 행위는 18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계속됐다”며 “향후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주말 열린 촛불집회와 관련해 불법 도로 점거는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17일과 18일 세월호 추모 집회를 개최하면서, 각각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앞과 광화문 사거리 일대 도로를 점거한 혐의로 집회 참가자 200여명을 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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