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에 한계는 없다
일명 ‘테러방지법’이 테러 방지에는 별 신통함이 없을 것이로되, 국민사찰법, 정적감시법이라는 지적은 국회의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제 많이 알려졌다.
그러니 바로 본론으로 가자.
왜 이 법이 국민사찰법이며 정적감시법으로 악용될 수 있는지, 실제 조문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
이 법은 ‘테러’와 ‘테러위험인물’이라는 정의 규정에서 극단의 위험성이 있다.
먼저 이 법의 테러 정의를 보면, 지난해 11월의 민중총궐기 또는 2009년의 용산참사 같은 사태를 테러로 규정하게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제2조 제1호 가, 라목).
실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를 두고 “폭동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명백한 테러 범죄”라고 규정한 바 있고, 용산참사 직후인 2009년 1월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은 이 참사를 도심테러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도 준도심테러 운운하며 자신의 과잉진압을 합리화했다.
이런 테러 개념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 ‘테러위험인물’ 개념이다(제2조 3호).
이 개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타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는 대목이다.
예비란 범행 도구 구입 등과 같은 범죄의 실현을 위한 일체의 준비행위를 말한다.
음모란 범죄행위를 모의하는 것을 말한다.
선전이란 불특정 다수에게 어떤 주의·주장을 알려 이해를 구하거나 공명을 구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선동이란 타인으로 하여금 일정한 행위를 실행할 결의를 생기게 하거나, 이미 생긴 결의에 자극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테러 개념과 테러위험인물의 개념 정의를 합쳐서 보면, 용산참사나 민중총궐기 같은 사태에 관련된 사람들의 범위는 예비·음모·선전·선동 개념을 통해 거의 무한대로 확장된다. 게다가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까지 포괄해 사실상 테러위험인물의 범위는 무제한이 된다.
그러면 테러위험인물로 찍히면 어떤 취급을 받게 되는가?
이 법 제9조를 보자.
테러위험인물에 대하여 ①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 수집 ②위치정보, 개인정보 수집 ③추적 ④감청 등 통신제한조치 등을 행할 수 있다.
즉 당신은 당신의 위치정보, 정당원인지 여부, 건강, 성생활 정보 등 개인정보, 당신의 금융거래 정보, 통신이용 정보 등이 샅샅이 파악된다. 그리고 당신은 감시, 미행, 사찰을 받는다. 패킷감청을 통해 당신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것이 파악된다.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아마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암에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테러위험인물은 누가 지정하는가? 국정원장이다.
어떤 절차를 거치는가? 정해진 절차는 하나도 없다!
국정원장은 법원은 물론 그 어디로부터도 테러위험인물 여부를 심사받지 않는다. 국회에 보고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테러위험인물로 지정된 사람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이라고 찍으면, 해당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털리는 것이다. 당신이 용산참사의 세입자 쪽을 옹호하고,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테러방지법은 그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오로지 폐기만이 답이다.
이광철 변호사
******************************************************************************************************
통신 제조·서비스업에도 그늘 드리우는 테러방지법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외국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개인정보 수집을 우려해, 서버가 외국에 있어 압수·수색이 어렵고, 서버에 대화 기록도 남기지 않는 메신저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0월 검찰과 경찰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들여다본 게 알려지면서 일어난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2년 만에 재발하고 있다.
모바일 앱 시장 분석업체인 앱애니의 통계를 보면, 텔레그램은 2월1일 아이폰 앱 장터에서 소셜네트워킹 앱 부문 내려받기 순위가 36위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일, 전날의 16위에서 1위로 뛰어오르며 카카오톡까지 제쳤다. 7일에도 1위 자리를 지켰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커뮤니케이션 앱 내려받기 순위도 2월1일 24위에서 지난 5일부터 2위로 뛰어올랐다.
정부는 국정원의 정보 수집 대상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고 강조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과 여당 의원실 직원, 전직 고위 관리, 정부 부처 공무원들조차 텔레그램에 새로 가입했다는 알림이 앱을 통해 계속 전파되고 있다. 그들이 왜 텔레그램 메신저 서비스에 가입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테러방지법 제정으로 커진 국정원의 정보 수집 권리가 단지 테러 위험을 막는 데만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소지자들의 우려는 국산 단말기 제조업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 9.3 버전에 감시·감청 여부를 알려주는 기능을 이번에 추가했다고 한다.
애플은 테러범 아이폰 잠금 해제를 위한 연방수사국의 지원 요구를 거부하면서까지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한 기업이다.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단지 정치적인 이유로 국내 제조업체들이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통신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헌법상의 권리는, 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달해 가는 오늘날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통신 비밀 침해가 필요 최소한에 머물지 않으면 관련 산업의 발전도 제약하게 된다.
테러방지법이 당장은 국산 메신저 서비스에 악영향을 주는 데 그칠 수도 있지만, 앞으로 국내 통신 관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법을 재고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 2016. 3. 8 한겨레 사설 ]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방에 훅 간다’ (0) | 2016.03.08 |
---|---|
2030세대 소득-지출 사상 첫 감소...'경제 심판' 확산 (0) | 2016.03.08 |
한국영화 블랙리스트 (0) | 2016.03.08 |
용감한 바보. 싸움만 하면 이기니 재미를 붙일 수밖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0) | 2016.03.05 |
필리버스터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과반 의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0) | 2016.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