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양산단층=활단층' 결론 내고도 5년간 정부 쉬쉬"
지질자원연구원 "양산과 울산에 활성단층대 존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12년 양산단층대가 활단층이라는 지질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정부가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시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수십억을 들인 연구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을 계기로 양산단층이 활단층일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내 활성단층 지도 제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로부터 3년 과제로 20억원을 지원받아 양산·울산 단층을 중심으로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R&D(연구개발)에 돌입했다.
활성단층이란 지각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지진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곳을 말한다.
1980년대 초반 한반도에도 활성단층대가 존재하고, 그 단층대가 양산과 울산 2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에 규모 5.8의 대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대는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170km의 단층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고리·월성 지역과도 가깝다.
당시 연구책임자였던 지질연 최성자 박사는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지질자료를 분석해, 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측정값을 선으로 연결해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했다"면서 "지질조사 결과 활성단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공청회를 열었지만,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양산단층에 밀집된 원전 주변 주민들에도 불안감이 가중되고, 환경단체도 원전 가동에 반대할 것"이라며 공개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과제 기간이 너무 짧아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3년여에 걸친 연구 결과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결국 연구과제는 2012년 종료된 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내 지진 위험지도 제작이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는 1994년에도 원전 부지에 대한 활성단층 논란이 일자 "연구 결과 활성 단층대가 아니며, 지진으로부터도 안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내와 일본 일부 학자들은 원전이 밀집된 고리·월성 일대가 활성단층대로, 앞으로 30년 이내에 한번은 강도 7∼8의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당시 한국원자력연구소)은 양산 일대가 단층으로 규명되긴 했지만, 6천만년 전에 생성된 '주향이동단층'이라며, 활성단층이라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성자 박사는 "활단층이라도 한반도 역사상 최대 지진이 규모 6.5로 추정되는 점 등으로 미뤄, 현재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인 2.0g(규모 6.5) 이하는 안전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당시 원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정부가 양산단층에 대해 활단층이 아니라는 결론을 유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산단층대에서는 최근 일주일 사이 규모 5.1과 5.8, 4.5의 지진이 발생해 활성단층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지질연 이윤수 박사는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여 눌리면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는데, 양산단층에서 비교적 최근에 퇴적돼 고화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는 층들이 발견됐다"면서 "그동안의 지질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양산단층을 활단층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규모 5.1, 5.8 지진에 이어 전날 4.5 여진까지 양산단층대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의 지진 규모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단층대를 따라서 일어나는 것은 맞다"고 분석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이번 규모 5.8 지진을 계기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것은 분명해졌다"면서 "주변에 위험한 단층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에서도 규모 6.5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활성단층 지도 제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성자 박사는 "그동안 한반도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 위험지도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예산 지원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조차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서부 지역에 대한 활성단층 지도만 보유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해는 가지만, 국내에서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만큼 활성단층 지도가 필요하다"가 제언했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는 내년부터 2021년까지 1단계로 지진 빈발지역과 인구밀집 대도시부터 활성단층 연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며, 기존 조사결과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처는 앞으로 25년 동안 5단계로 나눠 활성단층 조사를 할 계획이며, 1단계 조사를 위한 내년 예산안은 정부안에 확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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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활성단층 결론 내린 지질연 보고서는 어떤 내용?
경주 지진으로 ‘이제는 양산단층대를 활성단층으로 봐야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양산단층대는 경북 영덕에서 경주를 지나 부산까지 직선으로 170km 정도 뻗은 단층대로, 여러 개의 소 단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번 경주지진의 진앙도 이 단층대에 위치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활성단층은 쉽게 말해 지질학적 연대에서 비교적 최근에 움직인 흔적이 있어, 앞으로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단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이라는 이야깁니다. 거꾸로 말하면 실제로 발생하는 지진의 상당수가 활성단층에서 일어난다는 이야깁니다.
경주는 양산단층대와 함께 울산단층대도 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단층대가 과연 활성단층이냐 아니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도 그동안 이견이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4년 전인 2012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이 내놓은 보고서가 최근 이슈가 됐습니다. 당시 소방방재청의 의뢰로 지질연이 3년간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사한 이 보고서가 양산단층대와 울산단층대를 활성단층으로 결론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조사결과는 당시 비공개로 결정돼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소수의 관계자들 외에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알수 없었던 겁니다.
SBS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을 통해 이 보고서 전문을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지질연은 경주와 포항, 울진, 부산 등에 걸친 양산 단층대와 울산 단층대에 있는 소단층 35개를 정밀 조사했습니다. 일본처럼 활성단층지도를 만들어 지진대비의 기초자료로 삼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활성단층지도를 제작하려는 연구조사였던 셈입니다.
지질연은 일본 활성단층지도 기준을 적용해, 지진발생 가능성이 큰 순으로 1,2,3단계로 구분했습니다.
경주 지역이 가장 조사대상이 많은 16개였습니다. 이들 소단층의 75%인 12개가 활성도 1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연구책임자인 최성자 박사(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은 “활성도 1에 해당하는 단층은 확실한 활성단층이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사에서 울산 단층대는 17개 소단층 가운데 13개가 활성도1로, 양산단층대는 18개 가운데 8개가 활성도 1로 나타났습니다. 즉 활성도1로 활성단층이 확실한 단층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에, 면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고, 추가 정밀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소방방재청은 조사기간을 비롯한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에 비공개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책임연구자는 ‘원전 밀집지역에 활성단층이 다수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의 파장을 우려해, 원자력 관계자들이 보고서 공개에 반대‘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보고서 비공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한수원은 “당시 조사에 참여한 적이 없어 비공개 연구결과를 알 수도 없었고, 연구결과 공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고서 비공개 결정의 전말이 무엇인지는 다음주에 이뤄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태 기자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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