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괴담’으로 과학을 욕 보이지 말라

道雨 2023. 9. 12. 13:09

‘괴담’으로 과학을 욕 보이지 말라

 

 

1+1은 반드시 2라는 부류에게

 

 

요즈음 정부 일각에서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일본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 투기를 두고 과학적으로 안전이 보장된 것이기에 정당하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우리는 과학자로서 이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기에 한마디 하려 한다.

인류는 이미 유엔해양법협약과 런던의정서 등을 통해, 오염물질을 바다에 버려서는 안 된다는 국제협약에 합의했고, 이를 준수해오고 있다. 이는 오염물질을 바다에 버리면 바다가 오염되고, 바다가 오염되면 인류뿐 아니라 지구 생명 전체가 위협받는다는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들 협약에 따르면, 방사성 오염물질은 유해하며, 일단 바다에 들어가면 누적될 수 있고,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며 “이를 바다에 버려도 안전하다”는 것은 결코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을 전도시키고자 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것이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쪽을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고 있으니, 극단적인 궤변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옹호하는 근거는, 오염물질 한 통을 적당히 희석한 후 이것을 바다에 방류하고, 주변의 바닷물을 떠낸 시료를 분석해보니 별 차이가 없더라며, 그냥 계속 버려도 된다고 하는 주장 외에 아무 것도 없다.

국제협약이 금지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주장과 행위인 것이다.

바다는 넓은 곳이기에 설혹 한 트럭을 버린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투기가 허용될 경우 언젠가는 바다가 오염될 것이며, 일단 오염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되기에 그러한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2019년과 2021년 폐쇄된 필그림Pilgrim과 인디언포인트Indian Point 두 핵발전소에서 지난 여름에 핵폐수, 이른바 ‘처리수’를 각각 바다와 강에 방류하려던 시도를 금지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더욱이 정상적으로 폐쇄되었기에 삼중수소 외에 다른 핵종은 사실상 배출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이들 경우와 달리, 최고 등급의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온갖 방사성 핵종을 이미 상당량 방출했고, 투기하고 있는 핵폐수도 삼중수소뿐 아니라 당연히 온갖 방사성 핵종을 포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처리’했다고 하나, 그 정확한 실상은 제대로 공개조차 되어 있지 않다.

현재까지 과정을 보면, 과학의 신뢰성의 핵심 근거인 조직적 회의를 위한 비판적 사고가 허용되지 않았고, 정량성과 재현성, 그리고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는 보편성, 공평성, 공공성 등이 모두 결여되어 있다.

오늘의 물질문명이 지닌 부산물로 인해, 설혹 우리가 최선을 다해 방어하려 해도 우리의 바다는 불가피하게 오염되고 있다. 이미 오염된 바다에 오염물질이 조금만 더해지는 것은 별 차이가 없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자연현상은 일반적으로 선형적이지 않고 비선형성nonlinearity을 지니고 있으므로, 미소한 차이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와서, 예컨대 아예 물질의 상이 바뀌는 상전이phase transition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수학적으로는 풀이의 본원적 성질이 달라지는 쌍갈래질bifurcation과 파국이론catastrophe theory에 해당하며,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반드시 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로 비유할 수 있다.

현실의 보기로서 기후변화를 보면 지구 평균기온 1°C 상승과 달리 2°C 또는 3°C 상승은 파국적 재난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능의 경우에도 피폭량의 미소한 차이가 암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바꾼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핵폐수 투기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은 과학을 주술화하려는 시도이다.

안전하다면 아까운 수자원인데 왜 버리는가?

일본에서는 식수는커녕 농업이나 공업용수로도 쓰지 않고 멀리 내버린다는데, 한국에서는 마셔도 된다니, 참으로 괴이한 이야기, 곧 ‘괴담’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경우에 과학은 상식과 어긋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상식으로 만들어가게 되며, 이렇듯 상상을 상식으로 만드는 작업이 곧 과학이다)

따라서 과학은 만능이 아니며, 그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면 과학성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위험과 연관 관계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하고 최소한으로 낮춰야 하는 것이 과학적 사고의 원칙이다.

 

그렇기에 만일 가능하다면 이미 방류된 오염물질이라도 이를 거두어들여 따로 처리해야 할 마당에, 오염물질을 고의로 바다에 집어넣는 짓은 매우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생명을 멸절시키려 하는 극도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