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살아돌아온 방문진 이사들... 물 건너간 총선전 MBC 장악
권태선 이사장 이어 김기중 이사까지 복귀... 방통위, 로펌 변호사 5명 투입했지만 완패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이동관)가 해임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이 법원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잇따라 복귀하면서, 내년 총선 전 사장을 교체해 MBC를 길들이겠다는 정권의 구상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관련기사: 김기중 방문진 이사도 해임효력 정지... 방통위, 다시 '수세').
서울행정법원은 1일 김기중 방문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김 이사는 지난 9월 "MBC 감사 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독립성을 침해했고,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한 부실 검증과 관리 감독 의무를 해태했다"는 등의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김 이사는 서울행정법원에 해임 취소 소송과 함께 해임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이날 법원의 판결에 따라 김 이사는 즉시 이사직으로 복귀했다.
앞서 지난 10월 31일 서울고등법원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처분 집행정지가 잘못됐다며 방통위가 낸 항고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9월 1심 법원은 권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는데, 방통위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기각된 것이다.
그동안 권 이사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이사장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해왔고, 이날 2심 법원 결정에 따라 본안 판결(해임취소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사장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현 상황대로라면 두 명의 이사들은 본안 소송과 상관 없이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서울행정법원의 해임취소소송은 공판을 준비하는 단계여서 공판이 열리고 최종 판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만약 방통위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더라도, 이사들은 2심 항고를 통해 이사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법원이 잇따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은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본안 소송 결과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이사들이 본안 소송에서 지더라도 임기 중 하차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총선 전 MBC 손본다던 구상 '차질'
▲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통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신의 해임 절차에 대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 전 MBC를 길들이겠다는 정권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그동안 정치권과 MBC 안팎에선 윤석열 정부가 방문진 이사를 해임해 이사회 구도를 여당 우위로 바꾼 뒤, 안형준 사장을 해임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힐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도 위원장 지명 당시부터 "공산당 신문과 방송을 언론이라 하지 않는다"하면서 MBC 등 공영방송을 손보겠다는 의중을 노골적으로 내비쳐왔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소송에서도 로펌 변호사를 무려 5명을 선임하면서 총력 대응해왔다. 하지만 MBC 장악을 위한 첫 단추였던, 방문진 이사 해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속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회는 법원 판결에 따라 야당 우위 구도(여 3, 야 6)로 계속갈 수 있게 됐고 안형준 MBC 사장도 내년 총선 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 해임과 사장 해임, 후임 인선 등이 빠르게 이뤄졌던 KBS와는 달리, MBC의 경우 정권 의중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방통위는 김기중 이사 해임 집행정지 인용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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