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국민일보 '김건희 씨 사진 조작' 논란
[시민 미디어비평]
김건희씨-네덜란드 왕비 사진 합성
별도 사진 합성, 두 사람 건배 사진처럼 오인케 해
'김건희 씨 환대받는 모습'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
작년 연합뉴스도 '윤-영국국왕 사진합성' 비난받아
시민들, 합성 증거 찾아내고 조롱…SNS에 확산
언론의 잘못된 취재·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왜곡, 진실 호도, 허위조작보도, 엉터리 보도, 비윤리적 보도, 선정적 보도, 기득권에 기울어진 보도, 권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애완견 보도 등 주류 언론의 잘못된 보도, 나쁜 보도에 시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합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도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있는 언론과 미디어를 비판하는 일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모든 깨어있는 시민들이 바로 미디어 비평가입니다. 시민들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지적하고 제보를 통해 알려온 미디어비평 글을 <시민언론 민들레>에 소개합니다. /편집자
지난해 연합뉴스가 영국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합성 사진’을 보도해 비난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는 국민일보가 최근 해외 방문 중인 김건희 씨 모습을 합성·조작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보도는 국민일보가 13일 “김건희 여사 앞 막시마 왕비 ‘K팝 잘 알죠, 우린 EDM’”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에 실은 사진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김건희 씨는 이날(한국시간)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해, 와인잔을 들고 주변 참석자들과 건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일보가 최초 보도한 기사 속 사진(아래 사진①)에는 막시마 네덜란드 왕비(왼쪽)가 김건희 씨를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이고 환희 웃으며 잔을 들고 있고, 바로 앞에는 김건희 씨가 건배에 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사의 제목(“김건희 여사 앞 막시마 왕비...”)처럼 마치 막시아 왕비가 김건희씨 바로 앞에서 건배를 나누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은 실제 장면이 아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두 장의 현장 사진(아래 ②와 ③)을 보면, 국민일보에 하나의 사진으로 게재된 막시마 왕비의 모습과 김건희 씨의 모습이 따로 찍혀있다. 사진②에는 막시마 왕비가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건배하는 모습이, 사진③에는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김건희 씨 앞에서 건배하는 모습이 찍혀있다.
국민일보가 서로 다른 장면의 두 장을 사진(②와 ③)을 합성했다는 얘기다.
언론이 사진을 합성하거나 변형해 조작하는 것은 독자를 기망하는 것이다. 텍스트 기사의 사실 왜곡이나 날조와 마찬가지로, 사진 조작도 일종의 '허위조작정보', 즉 윤석열 정부가 '근절'하겠다는 바로 그 '가짜뉴스'에 해당된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신문윤리실천요강에는 "보도사진이나 영상의 실체적 내용을 삭제, 첨가, 변형하는 등 조작해서는 안된다"(제10조 ⑥항, 사진 및 영상 조작금지)라고 명시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씨는 1년 6개월여 동안 13차례 해외 방문(7차례 국빈 방문)에 나서면서 잦은 실수에다, 지난달 엑스포 유치 실패 등 특별할 것 없는 외교성과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때로는 한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류 언론들은 이런 문제보다는 ‘해외에서 환대받고 있는 대통령 부부’의 모습만을 강조해 보도해왔다. 윤 대통령이 국제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외국 정상 초청 만찬장에서 건배하고 노래하는 모습, 다른 나라 정상들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 화려한 의전 등을 담은 사진을 더 크게, 더 자주 보도해온 것이다. 특히 해외 방문에 동행한 김건희 씨의 모습은 마치 ‘연예인 화보 사진’처럼 촬영해 공개해왔다.
애완견 본능이 발동한 일부 언론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해외에서 환대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려는 욕심이 지나쳐, 지난해에도 비슷한 ‘합성사진’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영국 방문 당시, 연합뉴스가 윤 대통령과 영국 찰스 3세 사진을 합성해 보도한 사진이다.(사진 ④)
이 사진도 서로 다른 두 장의 사진을 하나로 합성하고 “찰스 3세 국왕 위로, 한국 국민도 슬픔 함께 해”라는 제목을 붙여, 마치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난 것처럼 날조했다.
더욱이 이 합성사진 조작은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작품이어서, 국민들의 더 큰 비난을 샀다.
국민일보는 합성사진이 ‘조작’이라는 비난이 일자, 문제의 사진을 반으로 나눠 다시 게재했다.(사진 ⑤)
그러나 이 사진 역시 “김건희 여사 앞 막시마 왕비”라는 제목 때문에, 김건희 씨와 막시마 왕비가 서로 마주 서서 건배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진은 또 “막시마(왼쪽 사진) 네덜란드 왕비가 13일(한국시간)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빌렘 알렉산더르 국왕과 함께 주최한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는 설명을 붙여놓았는데, 사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오른쪽 사진의 김건희 씨를 돋보이게 하려다가 엉뚱한 설명을 달아놓은 것이다.
시민들의 SNS에서 확산된 국민일보의 이 사진 기사는, ‘합성사진’ 논란을 불러오며 비판과 조롱을 사고 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작년에는 연합뉴스가 유튜브 영상을 조작하고, 이번에는 국민일보가 사진을 조작했네요”라며 “조작이라기보다는 ‘극적효과’ 또는 ‘강조’라고 우기겠죠? 그나저나, 윤대통령은 찰스 국왕한테 고개 숙이도록 조작했는데, 김건희 여사는 네덜란드 여왕이 고개 숙이도록 조작했네요. 일관성 있어서 좋네요‘라고 꼬집었다.
합성사진 혹은 사진 조작 논란을 불러온 국민일보는 이런 비판과 조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재빠르게 합성사진을 둘로 나눠 다시 게재하긴 했지만, 이미 시민들의 SNS를 통해 확산되고 비판받은 뒤였다.
과연 이 매체는 합성 사진 게재 사실을 인정하고 독자들에게 사과할까?
'이 정도의 작은 실수는 그냥 넘어가자'고 하고 끝낼 것인가?
한국 언론은, 그동안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게 대응해왔다.
이런 모습도 한국 언론의 신뢰를 깎아먹는 중요한 원인이다.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
'언론, 교육, 문화계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털 다음’ 뉴스검색 변경, 尹정권 新언론장악인가? (0) | 2024.01.08 |
---|---|
KBS 칼질하러 온 박민 사장 (0) | 2024.01.04 |
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났다 (0) | 2023.12.07 |
'명품수수 김건희 리스크'가 함정취재라는 '언론 리스크' (0) | 2023.12.04 |
박민의 난장판 KBS…예상한 일, 예상 못한 일 (0) | 2023.11.16 |